한때 감독회장까지 배출하며 지역 내 중형 교회로 성장했던 상도교회가 20년 분쟁 끝에 예배당을 매각하고 노량진으로 이전했다. 장승배기역 예배당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의혹이 나와 감리회 유지재단이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철거 전 본당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울 동작구 상도감리교회는 20년 넘게 분쟁을 이어 오고 있다. 담임목사가 독단적으로 행정을 운영한 것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 무리하게 교육관을 짓고, 교회 주변 부지를 매입해 교인들에게 반발을 샀다. 분쟁이 길어지면서 2000명을 웃돌던 교인은 100여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서울남연회는 수습하기 위해 2011년 구준성 목사를 담임으로 직권 파송했다. 기대와 달리 분쟁은 계속됐다. 구 목사를 지지하는 '교육관 측'과 반대하는 '본당 측'으로 나뉘어 갈등했다. 구 목사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교인들을 징계하는 등 강경 자세로 대응했다.

실권을 쥔 구 목사는 2016년 10월, ㅌ산업에 교회 본당과 예배당 부지 등 2000평을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개교회 자산을 관장하는 감리회 유지재단은 상도교회를 대신해 ㅌ산업과 452억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잔금 지급이 지연된 탓에 소유권은 올해 3월이 되어서야 ㅌ산업으로 넘어갔다. 현재 ㅌ산업은 교회 본당, 교육관을 허무는 등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급 기한, 조건' 명시된 기부금 약정서 발견
ㅌ산업, 구청에 96억 원 많은 548억 원 취득 신고
본당 측 "96억, 리베이트 확실"

논란은 유지재단이 몰랐던 '기부금 약정서'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약정서에는 ㅌ산업이 상도교회 통장으로 20억 원을 헌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지재단에 신고한 금액 이외에 ㅌ산업과 상도교회 사이로 이면 거래가 있었던 셈이다.

기부금 약정서에 따르면, 양자가 계약을 맺은 2016년 10월부터 4회에 걸쳐 총 20억 원을 상도교회 통장에 입금하기로 했다. 이후 ㅌ산업이 잔금 기일을 한 차례 연기하자, 상도교회는 잔금 지급이 지연될 시 매달 3억 원씩 입금한다는 합의서도 요구했다. 명목은 '헌금'이었다. 유지재단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ㅌ산업이 구청에 신고한 '취득세 가액'도 논란이 됐다. ㅌ산업이 올해 3월 동작구청에 신고한 취득세 가액은 548억 원이었다. 유지재단과는 452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구청에는 96억 원이나 올려 신고한 것이다.

철거 중인 예배당 부지에서 따로 예배하고 있는 본당 측은 구준성 목사가 리베이트를 받은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본당 측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에 "취득세는 토지 매매 실거래가로 신고하는 게 규정이다. 96억은 리베이트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본당 측이 리베이트를 강하게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구준성 목사 자택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구 목사는 올해 5월 한강이 보이는 흑석동 프리미엄 아파트 고층으로 이사했다. 구 목사가 이사한 시기 이 아파트 고층 부분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60㎡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00만 원, 113㎡는 전세 12억 원에 거래됐다. 본당 측은 상도교회가 40억 원대 채무를 안고 있었고, 고가의 아파트를 담임목사 사택으로 마련할 여력이 없었다고 했다. 유지재단 몰래 ㅌ산업에게 받은 리베이트로 아파트를 장만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상도교회는 장승배기역과 바로 맞닿아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본당 측 교인들은 매매 대금 452억 원도 시세보다 저렴한 액수라고 주장했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676억 원대 매수를 제안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네이버 항공뷰 갈무리

헌금받은 사실 인정하지만 세부 내역 공개 거부
구 목사 "소송 결과 나온 다음 입장 밝힐 것"
ㅌ산업 회장 "헌금 아닌, 전부 토지 대금"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유지재단 이사회는 구준성 목사에게 소명을 요구했다. 약정서에 나오는 교회 통장을 제출하라고 했다. 구 목사 측은 ㅌ산업으로부터 헌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액수와 사용처는 함구했다.

구 목사 측은 6월 10일 서면을 통해 "부동산 매각 대금은 계약서에 명시된 바와 같이 452억 원이다. 매수인(ㅌ산업)이 신고한 거래 신고서에도 매매 대금을 452억 원이라고 신고했다. 다만 교회는 매수인으로부터 그동안 헌금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헌금은 매매 대금과 별개"라고 주장했다.

또, "매수인(ㅌ산업)이 취득세 신고 시 매매 금액 외에 헌금한 금액도 취득 비용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상도교회에 기부한 헌금을 매매를 위해 지출한 제반 비용으로 보고 헌금을 별도로 합산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6월 21일 감리회 본부에서 구준성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구 목사는 유지재단 이사들에게 리베이트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전명구 감독회장을 비롯한 유지재단 이사들은 구 목사가 아무런 증빙서류를 들고 오지 않았다며, 면담을 거절했다.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관해 묻자, 구 목사는 "개인적으로 한 푼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고가의 아파트로 이주한 것은 교회 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했다고 했다. 그는 교회 부지와 관련한 '매도 결의 무효 확인소송' 선고가 곧 나온다면서, 결과가 나온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상도교회는 감리회 본부에 제출한 해명서에 "헌금을 받은 적은 있다"고 했다. 세부 내역은 함구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상도교회를 사들인 ㅌ산업(현재 ㅌ사) 김 아무개 회장도 "리베이트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세부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김 회장은 6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취득세를 548억 원으로 신고한 게 맞다"고 했다. 취득세 가액과 부동산 매매 가액이 왜 차이가 나느냐고 묻자, 그는 "상도교회 부지를 담보로 먼저 570억 원을 대출받는데, 1년치 이자를 먼저 정산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 비용도 취득세 신고가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유지재단이 아닌 상도교회에도 돈을 지급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토지 거래 시 교회나 재단에 낸 돈은 모두 '매매 대금'이지, 리베이트 명목으로 준 돈은 없다고 했다. "헌금은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지 않나. (헌금이 아니라) 전부 다 토지 대금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매매계약 시 일부는 유지재단 통장에, 일부는 교회 통장에 내기로 합의했다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교회에 얼마를 지급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감리회 유지재단 이사회는 상도교회에 재차 소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 상도교회는 노량진 인근에 250억 원대 빌딩을 사서 이전하고자 계약금 25억 원을 납부한 상황이다. 유지재단은 구준성 목사가 리베이트 의혹을 밝힐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시, 잔금 지급 기한인 6월 24일까지 225억 원을 빌딩 건물주에게 내주지 않기로 결의했다. 그뿐 아니라 구 목사를 총회심사위원회에 고소하고, 총회심사위 소명 요구도 거부하면 민형사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유지재단 사무국 지학수 총무는 6월 24일 통화에서 "아직까지 구 목사에게서 소명자료가 오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잔금을 치러 주면 이사회가 오명을 쓸 수밖에 없어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ㅌ산업은 올해 3월 잔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아 본당과 교육관을 철거하고 있다. 이 자리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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