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 논란이다. 황 대표는 6월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지역 기업인과 함께한 간담회 도중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금체계 개선도 시사했다. 황 대표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 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 금지가 돼선 안 된다. 자유한국당이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의 발언을 향해 전형적인 외국인 노동자 혐오·차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외국인 노동자가 기여한 게 없다는 주장은 '가짜 뉴스'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주 노동자 사역자들은 한목소리로 황 대표 발언을 문제 삼았다. 황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중소 상공인과 노동자 간 갈등을 조장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IOM "외국인 노동자 경제 효과, 2020년 100조"
"임금 차등 지급, 내국인 일자리 잠식할 수도"

1998년부터 경기도 광주에서 이주 노동자 상담 및 정책 연구, 권익 옹호 활동을 해 온 안대환 목사(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는 황 대표 주장이 거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 목사는 6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소득세, 재산세, 주민세부터 4대 보험까지 모두 지급하고 있다. 이들이 낳는 경제적 효과가 수십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IOM이민정책연구원(정기선 원장)이 2017년 발표한 보고서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 기여 효과>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창출한 경제적 효과를 생산 효과(54조 6000억)와 소비지출 효과(19조 5000억)를 합쳐 총 74조 1000억 원으로 추정한다고 나와 있다(2016년 기준). 보고서를 작성한 강동관 연구위원은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 유발 효과가 매년 증가해 2020년에는 100조 원을 돌파하고, 2026년에는 162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 연구위원은 "저출산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 감소, 고령화에 따른 부양비 증대, 노동 수급의 불일치, 산업 기술 인력 부족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기에 거시적으로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6월 19일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기여한 것이 없다며 임금 수준을 내국인과 똑같이 유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포시 다문화이주민+센터 센터장 최영일 목사도 황 대표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와 국내 노동자 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오히려 외국인이 일자리를 잠식하고 기업 체질을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최 목사는 "현재 농·축산·어업, 제조업 분야에서 이주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외국인 임금체계가 바뀌면 고용주들은 비교적 저렴한 이주 노동자만 고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있는 내국인마저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주이주민센터 한용길 국장은 황교안 대표가 지방 산업계 실태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으로 지방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 감귤 농장이나 어선에 가 보면 노동자 절반 이상이 이주 노동자다. 고용주들은 지금도 자치단체에 외국인 유입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는 실정이다" 말했다.

한 국장은 이주 노동자들이 지역 경제 기여도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 250만 시대다. 이주 노동자들은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다. 지역 경제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을 차별해 내쫓으려만 하지 말고, 주민으로서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인이라면 나그네와 약자 배려해야,
신앙인 맞는지 의심스러운 발언"
황 대표 "최저임금 부작용 바로잡자는 취지"

황교안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을 언급했다는 주장도 있다. 안대환 목사는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장관 출신이기 때문에 외국인 정책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하는 건, 정치적 노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안 목사는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었다. 중소 상공인과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놓고 계속 갈등해 왔다. 논쟁을 키우려고 이런 발언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주 노동자와 난민을 돕는 홍주민 목사(한국디아코니아)는 신앙적 관점에서 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홍 목사는 "황교안 대표가 기독교인이라면 나그네와 약자를 배려하고 도와야 한다는 기본적인 신앙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번 발언에서는 그러한 면을 도저히 찾기 어렵다. 신앙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한국교회 기저에 깔린 근본주의가 황교안 대표나 요새 막말로 시끄러운 몇몇 목사 같은 인물을 낳은 것 같다. 교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논란이 일자 6월 2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업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는 법을 만든다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 산입 범위 등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 형평에 맞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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