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 소속 교인이 세습 반대 시위자들을 낫으로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교인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혀 연행됐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평신도행동연대)는 6월 16일 일요일 명성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재정장로가 명성교회 비자금을 관리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5주기를 맞아 피켓을 들었다고 했다. 평신도행동연대 정상규 집사는 "800억 비자금 사건과 불법 세습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 이를 교인들에게 알리고 세습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평신도행동연대는 2부 예배가 끝날 무렵인 오전 10시 15분께 명성교회 주차장 건너편에서 현수막을 설치하고 피켓을 들었다. 현수막에는 '세습이 옳으냐고 세상이 묻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뭐라고 답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 적혀 있었다. 시위에 나선 참가자 10여 명은 '세습은 탐욕이고, 탐욕은 우상숭배다', '진리와 공의를 훼손하는 김삼환, 김하나 회개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세습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때 한 남성이 갑자기 낫을 들고 나타나 위협을 가했다. 그는 가로수에 걸려 있던 현수막 줄을 끊고 시위자를 위협했다. 근처에 있던 경찰관들이 남성을 제지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남성이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현수막 일부를 훼손했다. 명성교회와 관련이 있으니까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겠는가. 현재 서에서 경위를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정상규 집사는 "(남성이) 현수막 옆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시위자에게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이 빠르게 제압하지 않았다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명성교회 교인(왼쪽에서 두 번째)이 낫으로 세습 반대 시위자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 제공 정상규

정 집사는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로 들어가는 명성교회 교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불법 세습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그런데 세습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흉기를 들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이 명성교회 신앙의 현주소다. 한국교회 수많은 건전한 신앙인은 세습이 잘못됐다고 간절히 말하고 있다. 더 이상 교회의 잘못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평신도행동연대 허기영 집사는 "세습에 동조하지 말아 달라. 하나님께서 나중에 여러분들께 이 일을 물으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세습이 정말 하나님과 교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비자금 사건으로 드러난 교회 비리를 덮기 위한 것이 아닌가. 침묵하지 말고 함께 목소리를 내 달라"고 말했다.

평신도행동연대는 800억대 비자금 사건이 세습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 교인들 반응은 싸늘했다. 몇몇 교인은 참가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한 여성은 "우리는 괜찮다고 하는데 왜 여기서 이러느냐. 자기 집 마당에서나 떠들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은 "당신들이야말로 교회를 시끄럽게 하는 마귀들이다"고 했다. 교회 관계자들은 주자창 입구에 스피커를 설치해 찬송가를 재생했다. 세습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자들 목소리는 음악 소리에 묻혔다.

교회 관계자는 "시위야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소리를 지르며 시끄럽게 하는 것은 예배를 방해하는 일이다. 참가자들에게 고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회에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낫을 들고 난동을 부린 남성에 대해서는 "평소 교회에서는 차분하고 예의가 바른 분으로 알려졌다. 연세도 많은 분인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안타깝다"고 했다.

한 교인이 세습 반대 집회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