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견디고 주체로 농담하기 - 소진 사회의 인간과 종교> / 김화영 지음 / 나다북스 펴냄 / 308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이세향 간사] 기독교 영성 교육 공동체 '나다공동체' 대표이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인 저자가 오늘날 같은 '소진 사회'에서 인간과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룬 책. 저자가 '인간과 종교'라는 주제로 연세대에서 강의한 내용에 기초하고 있다. 현대인을 끊임없는 억압과 경쟁으로 내모는 소진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지적한다. 신자유주의·종교·사회 등 거시적 체계부터 광고·미디어·인터넷 등 미시적 층위까지 두루 살핀다. 사랑·일·집·배움 등 구체적 화두를 붙잡고, 살아 있는 개인과 연대하는 공동체를 빚기 위한 인간과 종교의 역할을 성찰한다.

"어떻게 종교는 목가적 유토피아로 도망가지 않고, 이 고통스런 비극적 삶의 운명과 맞닥뜨리지 않으려 도피하지 않고 희망을 이야기할 것인가? 누가 삶에 현존하는 비극의 요소들을 희극적인 요소로 바꾸고 함께 연대하는 새로운 창조적 배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고통을 견디고 새로운 주체가 된 '놀이할 수 있는 창조적 아이'다. 놀이할 수 있는 창조적 아이는 결국 '자기 운명을 가지고 노는 자, 놀이의 정신을 가지고 웃을 수 있는 자, 한계와 규율을 무효화시키는 자'이다. 한계와 규율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그것을 적으로 상정하고 분리하거나 싸우는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새로운 삶은 그저 나의 길을 함께 가며 웃는 것, 비극을 통과한 후에 비로소 즐길 수 있는 운명과 자유의 놀이터이다. 모든 것이 있게 하라! 다만 모든 장치를 무효화시키는 새로운 창조적인 일이 벌어지게 하면서." (2장 '비극을 견디고 주체로 농담하기', 102~103쪽)

"그래서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체로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가를 반드시 실험해야 된다.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 관계 속에서 선택에 대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사람인가. 만남의 사건, 마주침의 사건은 새로운 창조가 일어나리라는 희망으로 귀결될 수 있는가. 사랑은 완성될 수 없는 경험의 피륙을 짜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그 배열에 걸맞은 주체로 거듭나야 지속될 수 있다. 기쁨과 자유와 고통이라는 실로 새로운 천을 직조할 수 있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계속 기쁨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하지만 카사노바처럼 계속 기쁨의 요소를 포획하며 쾌락의 만족을 위해서 유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끝없이 부재와 이별을 경험하면서 탈피가 일어나야만 한다. 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사귀어도 그 관계 속에서 자아의 소멸과 새로운 만남의 배열이 일어나야만 한다." (4장 '타자,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166~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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