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에도 한기총은 끄덕없었다. 전광훈 목사는 자신과 한기총을 비판하는 이들을 규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이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를 공개 비난했다. 손 교수와 교회협의 한기총 시국 선언문 비판을 '반기독교적' 행위로 규정했다.

한기총은 6월 11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열었다. 회의장은 시작 전부터 어수선했다. 한 목사는 "전광훈 목사에게 가처분 걸어 직무 정지하겠다"고 소리치고 다녔다. 몇몇 목사는 "그만 떠듭시다"라고 받아쳤다.

한기총은 '대통령 하야' 시국 선언 탓에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날 교계 언론뿐만 아니라 MBC, KBS, MBN 등 일반 언론사도 취재에 나섰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는 예배와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안건 중에는 '반기독교 NCCK, 손봉호 교수의 건'도 포함돼 있었다. 앞서 손 교수와 교회협(NCCK)은 한기총의 시국 선언문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손봉호 교수는 6월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기총은 더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 기구가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 선언문도 매우 부적절다고 했다. 손 교수는 전광훈 목사를 향해 "조용히 물러나 회개하고 아주 건강한 시민으로 봉사하라. 목사직도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권면했다.

교회협은 6월 10일 성명에서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 운동에 대한 몰역사적 인식과 거짓된 통계를 기반으로 대중을 호도했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마치 한국교회 전체 대표인 양 자아도취에 빠진 채 주권재민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정치 도발을 일삼아 왔다"고 했다.

"일개 평신도 장로가 건방지게…
사과 안 하면 '가짜 기독교인'으로 결의
NCC 계열은 10%뿐, 한기총이 한국교회 대표"

전광훈 목사는 손봉호 교수와 교회협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날 전 목사는 "교회 내 NCCK 성향을 가진 교계 지도자와 손봉호 교수는 복음주의 입장에서 보면 기독교인으로 볼 수 없다.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처럼 모든 기준을 윤리로 평가하는 이들이다"고 했다.

손봉호 교수를 향해서는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전 목사는 "그분은 과거 한기총 해산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무슨 원수를 졌는지, 일개 평신도 장로가 건방지게 말이야…. 손봉호 교수의 반기독교적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 한국교회 앞에 사과하지 않으면 '가짜 기독교인'으로 결의할 것"이라고 했다.

교회협을 향해서는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전 목사는 "NCC가 1988년 '주한 미군 철수', '반공 교육 반대' 등의 내용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자신들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셈이다. 리버럴 신학을 하는 NCC 계열에는 10%만 동의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기총은 한경직 목사님 주도 아래 나라와 교회를 공산주의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 맞다"고 했다.

연석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이 손을 든 채 통성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문재인 대통령 비방도 빠지지 않았다.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간첩질을 한다. 간첩 신영복을 가장 존경한다고 하고, 1948년 8월 15일 건국절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김원봉을 현충일 추념사에 언급하지를 않나…. 차라리 김일성을 국가유공자로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이 '조선인민공화국'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회개하지 않으면, 청와대 앞에서 단식기도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시국 선언문 발표로 교계 안팎에서 비난을 받는 전광훈 목사는 자유한국당에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은 나를 보고 내란 선동이라고 하는데, 자유한국당은 가만히 있다. 정당으로서 대항해 줘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에 대해 섭섭하다"고 했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는 전광훈 목사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전 목사는 시국 선언문을 발표한 데 이어 6월 8일 성명도 냈다. 전 목사는 성명에서 히틀러에 맞서다 순교한 본회퍼처럼 생명을 걸고 문재인 대통령을 책망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히틀러와 문 대통령을 동급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 목사는 "두 사람이 같다는 말이 아니다.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같다는 것이다. 말의 꼬투리를 잡으려 하지 말라"고 했다. 시국 선언문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을 예상했느냐는 말에, 전 목사는 "반반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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