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신대학교 연규홍 총장의 학내 사찰 의혹을 제기한 전 비서실장이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7년 10월 총장 취임 직후부터 비서실장을 지낸 김강호 목사는 6월 5일 한신대 장공관 앞에 섰다.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연 총장이 교수들 약점이나 학생들 동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고, 수시로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강호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민족한신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김건수 부위원장을 대동했다. 김 부위원장은 총장 신임 평가와 학내 사찰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5월 27일부터 학생 4명과 함께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이다. 기자회견은 김 부위원장이 물으면 김 목사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직원, 교수, 학생 20여 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김강호 목사는 연규홍 총장이 비서실 권한을 넘어서는 불법 사찰을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 안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내부 사정이 어떤지, 주도 그룹이 누군지 등을 뒷조사했다. 조교와 몇몇 학생을 통해 관련 내용을 얻었고, 이를 모두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실제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조교에게 학생들 동태를 살펴보라고 지시한 통화 음성을 들려주기도 했다.

연 총장 지시를 받아, 교수들 비위 여부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박 아무개 교수의 장학금 처리 과정과 신학과 교수들 논문 표절 여부 등을 조사했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학교에는 엄연히 감사팀이 있다. 비위 행위가 드러나면 감사팀이 나서면 된다. 그런데 연 총장은 이런 일들을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전 비서실장 김강호 목사는 한신대 연규홍 총장이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신대가 총장 신임 평가와 사찰 의혹으로 학내 분규를 앓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 목사는 한신대 내부 구성원들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찰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 관련 자료를 모두 전달하겠다. 학생들의 카카오톡 대화방 갈무리, 논문 실적 목록, 일부 교수 비위 행위 조사 자료 등을 갖고 있다. 조사위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따져 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일부 교수와 목사가 항의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김강호 목사를 향해 "문제가 있으면 사법 당국에 소를 제기하라. 이렇게 언론 플레이 하지 말라"고 했다. 한신대 82학번이라고 밝힌 한 목사는 "김 목사의 행동은 비겁하다. 비서실장으로 잘 지내다가 왜 이제 와서 이런 일을 벌이느냐"고 말했다.

김 목사는 "7개월 동안 연 총장을 가까이 보좌하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연 총장은 올해 5~6월 신임 평가를 받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내 뒤에 반대파 목사들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고 했다.

한신대는 6월 10일 학내 사찰, 신임 평가 등과 관련해 비공개 간담회를 제안한 상태다. 기자회견에서 만난 한신대 관계자는 "연 총장이 비대위 임원진, 신학과 학생들과 만나 현안과 관련해 대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학내 구성원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공개 간담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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