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성차별, 여성 혐오 담긴 '빻은 설교'는 이제 그만

"통념에 질문 던지고, 사회적 약자 포용하는 설교해야"…여성주의 설교 워크숍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05.31  17:00:29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42

"다윗도 밧세바라는 여인 때문에 음란에 빠졌잖아요. 전부 음란에 빠졌는데 그러면 어떻게 예수님이 거룩해집니까, 그래서 남자 없이 태어나게 한 거예요. 남자의 죄를 끊어 내려고."

"여성들은 강한 부분을 함부로 드러내기보다, 남자가 부끄럽지 않도록 '약한 척해 주시라'는 것입니다. 남자는 여자가 도움받기를 원할 때에 힘이 생기지만, 강한 여자를 보면 오히려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여자의 무기는 약함'입니다."

"아내의 권리 향상과 더불어 아내의 직장 진출, 가출이 잦아졌습니다. 이로써 자녀들의 방황과 탈선이 잦아졌습니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권위 못지않게 어머니의 모성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모성애의 결핍은 자녀의 성격장애로 나타납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제도적으로나 성경적으로 어머니의 위치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실제 설교의 한 부분이다. 과거에는 당연히 여기고 넘어갔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이런 설교를 들으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소위 말하는 '빻은 설교'에는 여성 비하, 여성 차별, 성 역할 고정 등 여성 혐오적 시각이 내포돼 있다.

여성을 혐오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설교란 무엇일까.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홍보연 원장)은 감신대 총여학생회, 감신대 대학원 총여학생회와 함께 'HOW TO 여성주의 설교' 워크숍을 5월 30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진행했다. 참석자 30여 명은 여성주의 설교가 무엇인지 듣고, 여성주의 시각에서 설교 8편을 분석했다. 어떤 것이 여성주의 설교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여성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도
함께 고려하는 여성주의 설교"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주영 목사가 '여성주의 설교'가 무엇인지 발제했다. 김 목사는 여성주의 설교를 논하려면, 먼저 '여성신학'을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 전통에서는 남성 관점에서 성서를 기록하고 해석해 왔다. 여기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게 여성신학이다.

김주영 목사는 '여성주의 설교'는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설교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여성신학은 가부장제·남성중심주의·성차별주의에 물음을 던지는 데서 시작한다. 가부장제에서는 남성이 여성과 아이들을 지배하는 게 당연시됐고, 이는 성차별로 이어졌다. 김주영 목사는 "의문점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성은 성차별에 먼저 눈을 뜬다. 하지만 더 깊게 관찰하면 인종·계급 등에 의한 차별도 있다. 이원론적 관점에서 우월한 계급이 열등한 계급을 지배해도 된다는 논리에 물음을 던지는 게 여성신학"이라고 말했다.

여성주의 설교인지 아닌지 이야기하려면 설교가 무엇인지도 설명해야 한다. 김주영 목사는 하나님 말씀을 설교자가 이해하고 소화하고 해석해서, 청중에게 새로운 삶을 살라고 요청하는 게 설교라고 했다. 기성 교회 설교는 청중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은 배제하고 남성만 청중으로 설정한 경우가 많았다. 설교에 여성 차별, 여성 혐오적 내용이 들어가 있는 이유는 '청중을 고려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김주영 목사는 청중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는 것이 여성주의 설교라고 말했다. 여성뿐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회중으로 생각하고 설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권력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사람, 즉 여성·장애인·소수자 등 교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듣는 이로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주의 설교는 차별과 혐오를 배제하고 모두를 환대하는 게 핵심이다. 김주영 목사는 환대가 담긴 설교에는 포용·자유·저항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누가복음 13장 10-17절을 예로 들었다. 예수님은 △회당 중심에서 빠진 여인을 찾아내어 그를 포용하셨고 △병을 고쳐서 그에게 자유를 주셨으며 △약한 사람을 지켜 내기 위해 당시 통념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셨다고 했다.

수동적으로 설교를 듣는 것만으로 그치지 말고 여성주의 설교를 쓰자고 했다. 김 목사는 "듣는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성서를 해석하고, 변두리에 있는 소수자에게 하나님나라를 선포하는 행위의 주체가 되자"고 말했다.

"본문에는 여성이 주체자인데
설교에서는 남성 역할만 언급"
여성주의 설교 공모

참석자 30여 명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 설교문을 분석하고 해당 설교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발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그룹을 지어 설교문 8편을 분석했다. 이은경 교수(감신대)는 여성주의 설교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성서 본문 선택에 인권적 측면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성평등 관점에서 한쪽 성에 치우친 내용을 선정하지는 않았는지 △특정 집단이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비하, 고정관념, 왜곡, 편견이 개입된 표현을 사용했는지 등이다.

참석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 설교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예시로 들고 있는 설교문이 △교회에서 여성의 성 역할 고정 △성경 본문에 등장하는 여성을 설교에서는 전면 배제 △성별 통념에 갇힌 내용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만 묘사한 점을 지적했다.

설교에 담으면 안 되는 것들을 정리하면 반대로 어떤 설교를 해야 하는지로 고민이 이어진다. 참석자들은 설교를 분석하며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를 조장하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대상화하고,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회중에 따른 언어를 사용하고, 폭력과 보복을 정당화하는 내용도 설교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주최 측은 공개 워크숍 내용을 바탕으로 '여성주의 설교 공모전'을 진행한다. 6월 7일부터 7월 15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여성신학자, 여성 평신도 남성 목회자 등을 포함한 심사위원단이 설교를 평가한다. 정확한 심사 기준은 설교 공모를 시작할 때 발표할 예정이다.

여성주의 설교 공개 워크숍을 진행한 주최 측은 앞으로 여성주의 설교 공모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ad47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동영상 기사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