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성 총회가 연금 불신의 늪에 빠졌다. 회의를 주재하던 이영훈 대표총회장(사진 맨 오른쪽)이 곤혹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태근, 정동균 총회장.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 몸이 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이영훈 대표총회장) 구 여의도‧서대문 총회 목회자들의 연금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목회자들 노후를 책임질 교역자연금공제회(이영훈 이사장) 해산 권고를 결의하고, 지금까지 낸 돈을 돌려 달라고 촉구했다.

기하성은 5월 20일 파주 영산수련원에서 68차 정기총회를 열었다. 목사 840명, 장로 60명이 참석했다. 구 여의도‧서대문 총회는 지난해 11월 통합 총회를 열고, 교단 이름을 기하성으로 정했다. 개회 예배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회무 시작과 동시에 냉기가 돌았다.

기하성의 가장 큰 이슈는 '연금'이었다. 교단 목회자 2163명은 교역자연금공제회에 가입해 정기적으로 연금을 납입해 왔다. 15년간 쌓인 돈만 212억 원에 달하지만, 수중에 있는 돈은 172억 원밖에 안 된다. 구 서대문 총회를 이끌었던 박성배 목사와 전 이사장 서상식 목사가 '불법 대출'로 40억 원 상당의 손실을 끼쳤기 때문이다. 두 목사는 지난해 배임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총회를 주재한 대표총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손실한 원금을 만회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배임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박성배 목사가 38억 원을 학교법인 순총학원으로 보냈다. 이 돈을 우리가 회수하면 원금 손실은 거의 (만회가) 된다. 서상식 목사가 손실한 10억 원도 받기로 했다. 회원들은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말했다.

보고자로 나선 교역자연금공제회 사무총장 최길학 목사는 "돈을 찾기 위해 순총학원 가압류를 하는 등 재판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불법 대출을 해 준 OO생명보험과의 소송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교역자연금공제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공제회로 연락 달라"고 말했다.

두루뭉술한 보고에 총대들은 반발했다. "그동안 발생한 이자는 어디로 갔는가", "회원들 동의도 없이 돈 들어가는 재판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가", "정확한 손실액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총대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최길학 목사는 "지금 여기서 모든 걸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보여 드리고 확인해 줄 수 있으니 교역자연금공제회에 문의해 달라. 또 우리는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모든 건 이사회가 결정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이사회가 결정한다는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한 총대는 "진짜 주인은 (교역자연금공제회) 회원인데, 이사회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소리쳤다. 총대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또 다른 총대는 "교역자연금공제회 보고서에는 인건비, 재판비용 등이 전혀 안 나와 있다. 이 내용은 왜 회원에게 말하지 않나. 나는 불안해서 5월부로 (연금을) 안 내고 있다. 지금이라도 (납입한) 돈을 돌려주고, 교역자연금공제회를 해산해 주기를 긴급 동의한다"고 말했다. 총대들은 박수하며 환호했다.

이영훈 목사는 교역자연금공제회 해산은 이사회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구 여의도‧서대문 총회뿐만 아니라, 공제회에 가입돼 있는 기하성 광화문 총회(함동근 총회장), 예수교대한하나님의성회(임웅재 총회장) 등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해산이 아닌 '해산 권고'를 결의해 달라"고 요청했고, 총대들은 그대로 수용했다.

회의 말미 한 총대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또 넘어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영훈 목사는 "총회 임원회와 실행위에 (해산 건을) 보고하도록 하겠다. 연금 가입자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하겠다. 우선 38억 반환 소송 결과를 지켜본 다음, 최종 결정은 교역자연금공제회 총회를 소집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총대들은 교역자연금공제회를 믿지 못하겠다며 해산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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