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래로 종교는 사회와 국가를 바르게 이끌어 가는 순기능적 차원도 있지만, 사회와 국가를 파탄으로 이끌어 가는 역기능적 차원도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수천 년의 생명력을 유지해 온 몇몇 종교를 고등 종교 혹은 보편 종교라고 부릅니다. 고등 종교, 보편 종교는 경전이 제시한 진리를 추구해 참다운 자유에 이르게 하는 한편, 사회적 차원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어떤 종교든 이 보편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 인간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고 인류 종교사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기독교, 그중에서도 개신교는 '개독교'라 비하될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꼴인 1000만 명 혹은 12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을 개신교 신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지금 고등·보편 종교로서 종교개혁의 본질을 살리고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우리나라 개신교의 모습은 부정적 이미지가 매우 강합니다. 교회 지도자의 일탈이 많았고 역대 3명의 장로 대통령이 보여 준 무능과 부패로 국민의 행복권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은 이미 개혁 교회의 주체적 구성원이 아니며, 몇몇 목회자에게 맹목적으로 조종당하는 사이비 신자 수준입니다. 정통 교회에서도 사이비 교주와 사이비 신자들의 특성이 곳곳에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매스컴에 잘 알려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일가의 헌금 횡령 의혹, 명성교회 세습 사태, 전광훈 목사의 극우 발언과 극우 정치 행보, 크고 작은 교회의 목사 성폭력 사건 등 교회의 반사회적 모습이 교회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개인적 차원의 진리도 없고, 사회적 차원의 사랑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개신교는 개독교가 되어 버렸고, 불빛이 꺼진 등대처럼 빛과 소금의 역할을 포기한 것 같은 절망의 종교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 극우 정치 성향의 세력은 개신교회에 몰려 있습니다. 국정 농단 주범 박근혜의 구명을 위해 시위하는 태극기 부대는 가장 극우적인 정치 집단입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극우 개신교 세력이 있습니다. 우리 개신교회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성경처럼 신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보수, 그중 개신교 보수주의의 뿌리는 반공 이데올로기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잇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2020년 4월 15일에 있는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 이상 차지하지 못하면 나라가 해체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반공 이데올로기 시선으로 현 국회의원을 빨갱이 국회의원으로 보는 전광훈 목사의 편향적인 극우 발언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한국 정치를 병들게 하고 국가 경제를 망친 3명의 장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당연히 한국교회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장로 대통령의 거짓말은,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삶에 익숙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치인의 거짓말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습니다,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장로 신분 대통령이 세 분 배출되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두 분의 장로 대통령이 저지른 3·15 부정 선거, IMF 국난 등 부끄러운 정치 치적에 대해 개신교계가 숨기고 싶어 하는 어두운 역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로 신분의 이명박 대통령 역시 구속되어 있습니다. 교회가 앞장서서 배출한 장로 대통령 세 분 모두 우리 역사에서 부끄러움과 오명을 장식하는 이들이 된 것이지요. 한국교회가 하나님 이름으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면서 남기게 된 역사의 오명에 대해 회개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국민 앞에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신자들의 경우에는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지만, 비신자들 특히 안티들에게는 묵과할 수 없는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개신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교회는 사회 권력층과 기득권층의 옹호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이고 선지자적인 소리를 똑바로 들어야 합니다. 극우 집단으로 변질되지 말아야 합니다. 또다시 극우 개신교 세력이 극우 정치 지도자 황교안 대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이번의 경우 전도사 대통령 만들기에 몰입하고 있는 셈인데, 국정 농단 주범인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이면서 공범이었던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또 한 번 한국 역사와 교회가 참담한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극우 종교와 극우 정치가 만났을 때 우리 사회는 더 혼란해지고, 나아가 나라가 망하게 되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이제 교회는 더 이상 현실 정치에 끼어들어 떡고물을 먹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 안에서 목사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이미 관행화되었습니다. 일종의 영적 대통령입니다. 대형 교회 목사는 대기업 회장과 같은 신분으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자신들만의 반역사적인 천국 잔치를 벌일 것이 아니라, 극우 정치와 극우 성향을 과감히 버리고 한국 사회를 향해 바른 복음을 제시해야 합니다. 항생제 같은 설교로 사회를 치유해야 합니다. 날카로운 복음으로 병든 사회를 수술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구속은 결국 극우 정치와 극우 종교가 만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면 또다시 개신교의 이름으로 황교안 대표가 정치 일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보수 극우 개신교계가 진행하고 있는, 극우 정치 집단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대통령 만들기를 막아야 합니다. 과거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시는 재현하지 말아야 합니다.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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