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했다는 이유로 한동대학교(장순흥 총장)에서 무기정학 징계를 받은 학생 A가, 학교와 일부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A의 성적 지향을 공개 석상에서 폭로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학교법인과 최정훈 교목실장은 A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5월 16일 판결했다. 다른 교수 두 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A는 지난해 8월 한동대학교 법인과 교수 세 명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채플 시간에 A의 성적 지향을 공개하며 비판한 최정훈 교목실장, 전 교직원에게 A의 성적 지향을 알리는 메일을 발송한 조원철 학생처장, 교내 공지 게시판에 A의 성적 지향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올린 제양규 교수(기계제어공학부)가 대상이었다. A는 명예훼손으로 각각 손해배상금 1100만 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2017년 12월 학내 모임 '들꽃'이 주최한 강연이 발단이 됐다. 학교는 A가 페미니즘 강연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교수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문제 삼아 무기정학 징계를 내렸다. 학교 측은 그가 주최한 페미니즘이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이고, 학생 스스로 비독점적 다자 연애(폴리아모리) 지지자임을 밝히고 있다며, 학교의 건학 이념과 맞지 않기 때문에 징계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5월 16일 한동대학교와 최정훈 교목실장이 A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일부 교수는 A의 성적 지향을 문제 삼으며 그를 공개 비난했다. 최정훈 교목실장은 2018년 3월 7일 채플 시간에 A의 성을 언급했다. A의 성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특정 가능했다. 최 교목실장은 그를 '곰팡이', '암세포'에 비유하며 "A 학생은 OO대 가서도 폴리아모리 강연했고, 지금도 동성애가 옳다고 나가서 강연한다. 또 하나는 폴리아모리를 했던 사람이다"고 말했다. 

학교 측 대리인은, 이 같은 발언이 기독교 이념으로 세운 학교를 지키기 위한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본인의 동의 없이 성적 지향을 폭로한 게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A의 행동이 학칙을 위배하기 때문에 교육 이념을 지키기 위해 계도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학교는 최정훈 교목실장의 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는 이번 사건이 '종교의자유' 영역에 해당한다며 징계를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최영애 위원장)가 올해 1월, 한동대가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학생들 징계를 철회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학교는 거부했다. 

법원 판결 후 A를 도왔던 지역 시민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변호를 맡은 경북노동인권센터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누군가의 성적 지향을 동의 없이 함부로 공개하거나 비난하면 안 되고, 이것을 자의적으로 공개하게 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판결"이라고 평했다. 

그동안 열린 모든 변론에 참석했던 A도 발언했다. A는 "한동대와 피고들은 부당한 무기정학 처분을 두둔하고 보수 교계를 결집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나에 대한 비방을 쏟아냈다. 누군가는 나를 음란한 마귀에 빗댔고, 누군가는 나의 사적 관계를 비방하거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이들은 교수와 목사라는 지위를 활용했고, 교수와 목사로서 지닌 신뢰도를 이용해 한 학생을 매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아이다호데이) 하루 전날 이 같은 판결을 듣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동대와 교수들을 향해서는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고 행위를 반성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동대학교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학생이 교수 세 명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므로 학교의 입장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교수 두 명에 대한 소송이 기각된 것은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2019년 5월 21일 오전 8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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