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재림주 의혹을 받는 장재형의 집단이 "싹-이삭-열매로 구성된 42년 사역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장재형 유관 단체이자 찬양 사역 단체를 표방하는 주빌리월드코리아(주빌리)에서 활동했던 20대 청년 ㄱ은 <뉴스앤조이>와 만나, 주빌리 전 대표이자 장재형이 세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복(예장합복·장시환 총회장) 소속 황 아무개 목사에게서 이른바 '42년 교리' 및 '새 이스라엘'에 대해 들었다고 말했다.

장재형 집단 탈퇴자들은 42년이 14년씩 총 3회기로 나뉘며, 첫 14년은 싹 단계, 이후 14년은 이삭 단계, 마지막 14년은 열매 단계라고 공통적으로 증언했다. 장재형이 사역을 시작한 1992년부터 42년이 지나 2035년 이 세상에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되는 종말이 도래한다는 말이다. 이 같은 진술과 유사한 내용이 장재형 유관 단체를 탈퇴한 이에게서 또 나온 것이다.

ㄱ은 장재형의 교리가 왜 문제인지 분석했던 박형택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장)의 글과 <뉴스앤조이> 보도 등을 접하고, 주빌리 내부가 어떤 곳인지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밝혔다. 5월 초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난 ㄱ은, 2016~2017년 주빌리에서 활동하며 경험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ㄱ과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주빌리 전 멤버 ㄱ의 말은 지난해 일본 탈퇴자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사진은 일본인 탈퇴자가 성경 강의를 들으며 작성한 노트. 42년 사역을 14년씩 싹-이삭-열매의 단계로 나눠 놓았고, 2035년과 14만 4000이라는 표기도 보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주빌리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

나는 현재 찬양 사역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3년 전, 페이스북에서 주빌리 멤버를 모집한다는 홍보 게시물을 보고 단체에 들어가게 됐다. 처음 1년간은 주빌리가 어떤 곳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황 대표가 음악만 하라고 했다. 규모를 키워 큰 워십팀을 만들려고 했다. 교리적인 것을 알려 준다거나 하지는 않았고, 모이면 찬양과 기도만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거 바라지 않고 힘든 상황에서 찬양하려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다.

- 주빌리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멤버가 10명 정도였는데, 나는 거의 올인하다시피 주빌리를 섬겼다. 한 학기를 휴학하고 행정간사로 일했다. 월급을 줄 테니 전임으로 하라고 해서, 6개월 정도 매일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일했다. 매달 20~30만 원 받았던 것 같다. 퇴근은 자유로웠는데, 일이 끝난 후 주빌리 건물에서 보컬 연습을 했다.

업무 시간에는 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주빌리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매일 성경 구절에 디자인을 입혀서 게시물을 올렸다.

- 장재형이 만든 언론사 <크리스천투데이>도 매일 성경 구절을 올리는데, 그것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서 올리는 건가.

황 대표가 그런 것들을 보여 주면서 따라 하라고 알려 줬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2019년 5월 15일 현재 주빌리 계정 팔로워는 5438명이다. ㄱ이 주빌리를 떠난 2017년 7월 이후, 2018년 11월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을 뿐 현재 이 계정은 활동이 없다. - 기자 주)

- <뉴스앤조이> 취재에 따르면, 주빌리는 길음동 빌딩을 2013년 16억 원에 낙찰받았다. 주빌리가 이만한 건물을 살 재정적 여력은 됐나.

당시 멤버 모두 어디서 돈이 나서 이런 큰 건물을 샀는지 의문이 있었다. 황 대표는 아내가 부모님께 보증금 5000만 원을 빚냈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을 하려 할 때마다 (장재형 공동체에서) 펀딩을 해서 돈을 모은다고 했다. 한번은 전기세 낼 돈이 없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아마 다들 빚을 내는 것 같았다.

- 그럼 황 대표는 무슨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했나.

황 대표는 브리드미디어라는 1인 회사를 만들어서 영업을 했다. 나도 주빌리 행정간사로 있으면서 업체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렸다. 대개 "브리드미디어입니다. CM송 만드실 계획 없으신가요?"라고 묻는 거다. 전화를 몇백 통 돌리다 보면 신기하게도 일이 들어왔다. 황 대표 아내 김 아무개 간사는 영상 편집을 할 줄 알아서 그런 쪽으로 사업을 했다. 주빌리와 브리드미디어 전화번호가 모두 황 대표 휴대전화로 연결돼 있었다.

견신 및 교회 이적 요구
"미국 보내 준다"는 말에 의심
'비밀 사이트'도 보여 줘
"42년 해석은 우리 프라이드"

ㄱ은 전임 사역자로 일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 계정 관리를 하고, 매일 적당한 이미지에 성경 구절을 넣어 업로드했다. 열심히 사역하는 ㄱ에게 황 대표는 '견신'과 새안교회 출석을 권유했다. 주빌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 주빌리가 장재형과 연관된 곳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됐나.

내가 열심히 일해서 그런지 황 대표가 좀 다르게 본 것 같다. 공동체에 대해 조금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재형이라는 존재는 절대 먼저 오픈하지 않았다. 주빌리가 세계올리벳성회(WOA) 펠로우십을 갖는 공동체의 지체라고 설명했다. WOA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잘되어 있는 곳인지 설명하면서, WOA 웹사이트나 <크리스천투데이> 기사들을 보여 줬다. <크리스천투데이>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힘들어한다는 얘기도 했다. 뉴욕 도버에 있다는 올리벳대학교 사진도 보여 주고 미국에 가서 직접 보여 주겠다고도 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도 있었다. 황 대표는 노아의방주에 영·혼·육의 공동체가 있고, 14년씩 3번, 총 42년 사역을 하면 새 이스라엘이 올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향성을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 더 섬기려면 우리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차근차근 가 보자"고 했다.

- 그래서 공동체에 들어가려 했나.

"나는 음악하려는 사람인데 그런 교리를 따라가면 음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황 대표는 공동체적으로 선이 있다면서 이를 넘어야 한다고 했다. 믿음에 대한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마침 교회를 옮겨야 할 타이밍이기도 해서 새안교회(예장합복 장시환 총회장 시무)에 두 번 출석했다. '견신' 카드를 쓰라고 했는데, 그렇게 어려운 권유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써냈다.

황 대표가 미국에 가서 주빌리센터 등 모든 것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돈이 없어서 못 갈 것 같다고 하니 비행깃값을 주겠다고도 했다. 그 타이밍에 뭔가 불안했다. 하나님께 분별력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다가 <뉴스앤조이>와 박형택 목사가 쓴 글을 보게 됐고, 장재형이라는 존재를 알게 됐다.

- 황 대표가 장재형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했나. 재림주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나.

황 대표는 장재형을 '담임목사님'이라고 불렀다. 4년 전 부산에 있을 때 장재형이 주빌리로 가라고 해서 3주 만에 짐 싸서 올라왔다고 하더라. 그런 지시를 내리고 받는 비밀 사이트가 있다. 지금도 거기서 영상 설교를 보고 인터넷 강의 들으면 목사 안수를 받는다고 하더라. 나도 견신을 하면 설교를 들을 수 있게 해 준다고 했다.

재림주 논란을 의식했는지, 자신은 장재형을 단 한 번도 재림주로 믿어 본 적 없고 장재형 자신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예배 실황을 보여 주면서 "십자가 있지?", "찬송가 부르지?"라고 말했다. 이런 것들을 도버(올리벳대학교)에 가면 직접 다 볼 수 있다고 했다.

공동체 역사는 먼저 말해 주더라. 멤버들이 1992년 창립해서 힘들게 자립 선교를 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멤버들이 조 아무개 목사 설교를 들으며 매주 소감문을 써서 팩스를 보냈다고 했다. 초창기 멤버 얘기도 했다. 다들 처음에는 땅콩 자판기 사업, 수세미 판매 등으로 죽어라 돈을 벌었다면서 '고난의 역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 과거 장재형 유관 단체 탈퇴자들은, 장재형 집단에 14년씩 3회를 지나면 종말이 온다는 교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싹 14년, 이삭 14년, 열매 14년으로 구분해 부른다고 했다. 황 대표가 42년과 종말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

42년은 자신들의 성경 해석 프라이드라고 했다. 14년은 야곱이 고생한 기간으로 '싹'이라고 했고, 지금은 이삭의 기간이라고 했다. 열매 기간까지 총 42년이 지나면 14만 4000이 남는다는 해석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통일교나 신천지에서 말하는 종말은 아니라고 했다. 외부에서 통일교 교리를 짜깁기해서 자신들을 핍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가 그렇게 믿고 헌신하겠다는데, 외부에서 잘못됐다고 뭐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세상 가치는 다 뒤집어지고 하나님나라 임하는데 그게 우리가 건설한 새 이스라엘이다.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나라에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냥 건물 세우고 땅 사서 이데아를 건국하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결국 이런 얘기를 듣고 나오기로 결심한 것인가.

다른 사람 의견이나 언론사 기사와 상관없이, 황 대표와 나눈 대화만 놓고 판단했다.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대표님 말씀을 믿고 싶고 장재형이 재림주가 아니라고도 믿고 싶지만, 아닌 건 아닌 것 같다"고 문자를 남기고 주빌리를 나왔다. 그 후 다른 멤버들도 다 나왔다.

- 주빌리를 나오고 나서 황 대표 쪽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나.

처음에는 황 대표 아내 김 간사가 자기들에 대한 허위 사실이라면서 정리한 장문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 간사가 보내왔다는 메시지에는, 장재형이 재림주가 아니라는 내용과 <크리스천투데이>의 해명성 기사, 일본 탈퇴자를 고소했다는 기사 링크들이 있었다. - 기자 주) 한번은 집 앞까지 찾아온 적도 있다. 며칠 그러다가, 내가 전화도 안 받고 문자 답장도 안 하니 연락이 끊겼다.

이후 주빌리워십코리아 이름으로 "주빌리 워십의 사역에 큰 지장을 주었고 이곳에서의 비전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바 강퇴 조치되었음을 공지한다. 전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주빌리 자격으로 다시는 활동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린다"고 메일이 왔다. 내가 먼저 나간다고 한 건데, 그런 메일을 보냈다.

ㄱ은 황 대표에게 떠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주빌리를 나왔다. 자발적으로 나온 건데, 얼마 후 주빌리로부터 '강퇴 조치한다'는 메일이 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는 ㄱ과 인터뷰 이후, 주빌리에서 나왔다는 ㅅ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ㄱ에 앞서 한 달간 행정간사로 일했다는 그의 얘기도 ㄱ과 다르지 않았다. ㅅ 역시 찬양단원을 모집한다는 페이스북 홍보 글을 보고 주빌리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 행정간사로 일할 때는 홍보 계정 관리가 주 업무였다고 했다.

"내 업무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는 것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거였다. 계정이 엄청 많았다. 황 대표가 아이디 목록을 주면서 '홍보해 주면 된다'고 얘기했다. 20~30개 정도 되는 아이디를 모아 놓은 문서였다. 비밀번호는 다 같았다. 주빌리 계정으로 게시물을 올린 후, 목록에 나와 있는 계정에 하나씩 로그인해, 주빌리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게시물을 공유했다."

ㅅ은 ㄱ와 황 대표가 나눴던 대화 녹음 파일을 듣고, 자신을 포함한 멤버들 모두 주빌리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아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예장합복 목회자이자 성누가의료재단 이사다. 또 미국의 수많은 유한회사 중 하나의 대표로 올라 있기도 하는 등 장재형 유관 단체와 연관된 인물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ㄱ이 말한 내용은 지난해 12월부터 <뉴스앤조이>가 연속 보도한 장재형 탈퇴자들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7년 장재형 집단에서 탈퇴한 이동준 씨(<크리스천투데이> 전 광고국장)는 1992년부터 42년을 사역하면 종말이 온다는 교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2018년 말 <뉴스앤조이>가 만난 일본인 탈퇴자 B의 증언과도 맞아떨어졌다.

이동준 씨가 2003년쯤 내부 관계자들만 쓰는 전용 메신저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한 것이나, 장재형이 메신저로 관련자들의 인사 조치를 지시한다고 한 것도 ㄱ의 말과 유사했다. 2008년 일본 <크리스천투데이> 관계자들의 대화에서는 "(장재형) 선생님의 지시다. 잽싸게 기사를 써라",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와 같이, 장재형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가 드러나기도 했다.

주빌리는 2017년 하반기 대표를 바꿨다. 그러나 황 전 대표는 여전히 현재 길음동 주빌리센터를 소유하고 있는 성누가의료재단의 이사로 등기돼 있으며, 조너선 박(Jonathan Park)이 세운 수많은 유한회사 중 한 곳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성누가의료재단의 전·현직 이사들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인애와 연결돼 있다. 인애는 지난 12월 <뉴스앤조이>가 방문했던 반포동 빌딩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빌딩에는 장재형 유관 단체가 대거 입주해 있다. 이런 식으로 장재형과 예장합복 교단 등을 중심으로 한두 단계만 거치면 모두 복잡하게 연결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ㄱ의 증언과 관련해, 황 전 대표와 5월 14일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42년이 지나면 종말이 온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으며, 장재형을 재림주로 믿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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