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최영애 위원장)가 신학교 생활관(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새벽 예배를 강제하는 규정이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4월 10일, 서울신학대학교(노세영 총장) 재학생이 제기한 진정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생활관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신대는 생활관 입사생들에게 새벽 예배 참석을 의무화하고 있다. 학교는 모든 입사생이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시 새벽 예배에 참석하는 규정을 만들고, 매번 30분간 예배를 진행해 왔다. 학교는 매 예배 시작 전 입사생들에게 '참석 카드'를 나눠 주어, 예배가 끝나면 회수함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참석 여부를 파악했다.

새벽 예배에 일정 횟수 이상 참석하지 않은 입사생은 불이익을 받았다. 생활관 입사생 서약서에는 입사생이 5회(3회 경고, 4회 면담) 이상 불참할 경우, 입사 중이라 해도 퇴사 조치를 당하고, 방학 중 입사와 다음 학기 입사에 탈락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학생들은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입사 신청을 할 수 없다.

서울신대 학생 문 아무개 씨는 "학교가 비기독교 학생에게 새벽 예배 참석을 강제하고, 불참 시 생활관 퇴사를 조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그는 현재 새벽 예배에 4회 불참해, 한 번 더 불참할 경우 중간 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서울신대는 인권위 조사에서, 입사생들이 학교의 강요가 아니라 자의로 새벽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인권위 결정문에는 생활관 규정 개정 권고에 대한 서울신대의 주장이 실려 있다. 서울신대는 "모든 입사생은 서약서에 서명함으로써 새벽 예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것이다. 이는 강제가 아닌 자의에 의한 것으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 생활관에 입사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예배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며 종교를 이유로 한 인권침해 및 차별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새벽 예배가 열리는 '성결인의 집'. 뉴스앤조이 최승현

인권위는 비기독교인 학생들도 생활관을 이용하고 있다며, 새벽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이들에게 퇴사 조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 행위라고 봤다. 합리적 이유 없이 종교 등을 이유로 교육 시설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했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설립된 학교가 생활관에서 새벽 예배를 진행하는 것 자체를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생활관은 학교 재학생으로서 입사비를 납부한 사람은 누구나 입사할 수 있는 시설이지, 종교인 양성을 위해 특화된 시설이 아니다"고 했다.

학생들이 서약서에 서명했다고 자의로 새벽 예배에 참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비기독교인 학생에게까지 서명을 강요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며, 서약서를 근거로 새벽 예배에 불참한 학생들을 퇴사 조치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대는 인권위 권고에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생활관 관계자는 5월 1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인권위 개정 권고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논의 중이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