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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논란, 30년 동아리 등록 보류한 장신대

암하아레츠에 후원금 내역, 행사 이름 변경 요구…"외부 공격에 학생 희생양 삼아"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05.09  18: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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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에는 '도시빈민선교회 - 암하아레츠'라는 30년 된 동아리가 있다. 암하아레츠는 '땅의 백성들'이라는 뜻으로, 성서에서 가장 소외받은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빈민'의 정의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바뀌었다. 도시 노동자, 노숙인 등 물리적 빈곤을 겪는 사람들에서 이제는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소수자'로 확장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이 2017년, 2018년 정기총회에서 동성애자, 동성애 옹호자를 배척하는 결의를 하고,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장선 임보라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계기가 됐다.

암하아레츠는 2017년 10월,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로뎀나무그늘교회 박진영 목사 초청 강연을 시작으로, 2018년 복음주의권 강사들을 초청해 '불장난'이라는 제목의 연속 강좌를 진행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 남기업 소장(토지+자유연구소),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 등이 강사로 나섰다.

장신대 내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한 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암하아레츠의 성소수자 관련 강의를 문제 삼고, 초청된 강사진에 대해 '종북' 의혹 제기하는 글을 학내 게시판에 올렸다. 교계 반동성애 단체들이 이 글을 퍼 나르면서 '장신대 동성애 옹호' 논란이 일었다.

암하아레츠 소속 학생들이 지난해 5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진행한 '무지개 퍼포먼스'는 논란을 가중시켰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학생들은 징계를 받았다. 학생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징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 중이다.

장신대는 2018년부터 '동성애 옹호 논란'에 휩싸였다. 장신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암하아레츠 비판 글을 계기로 장신대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고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신대는 학생 징계에 이어, 동아리 등록을 보류했다. 학교 측은 올해 3월 21일 암하아레츠에 동아리 등록이 거부됐다고 통보했다. 암하아레츠가 △동아리 등록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하고 △학교 허가를 받지 않고 행사를 기획, 홍보 및 시행하고 △허위 집회 신고 후 학교 측이 불허하자 외부 장소에서 동아리 이름을 걸고 강행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학교 측은 다시 동아리로 등록하고 싶으면, 후원금 모금 내역을 공개하고 '불장난'이라는 기획 강연 제목을 변경하라고 했다.

현재 암하아레츠에서 활동하는 학생들과 동아리를 거쳐 간 졸업생들은 학교 조치에 반발했다. 이들은 외부 세력이 '동성애 옹호'를 이유로 학교를 공격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했다.

졸업생들 "학교가 무리하게 활동 검열"
학생들 "가장자리에 시선 두고자 노력,
이름 없이 계속 활동할 것"

암하아레츠 출신 졸업생들은 학교가 과도하게 학생들의 활동을 검열하고 있다고 했다. 1990년대 후반에 동아리 활동을 한 A 목사는 "과거에는 이미 사문화한 일부 학칙을 어겨도 교수들이 너그럽게 봐 주었다. 하지만 유독 동성애와 관련해 없던 학칙을 만들면서까지 학생들을 처벌하려 한다. 외부에서 공격을 받으니까 학생들을 희생양 삼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 목사는, 학교가 총회 결의를 이유로 자치 기구인 동아리 활동을 검열하기 시작했다며 다른 활동까지 검열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도'라는 것 역시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에 동아리 활동을 한 B 역시 학교가 과도하게 검열하고 있다고 했다. B는 "동아리는 자치 기구이기 때문에 공개 강연 이름이 무엇이든 학교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 교칙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려고 허락을 받으려 한 것인데, 강연 이름까지 바꾸라 한 것은 과한 처사다. 누가 후원금을 냈는지도 공개하라고 했는데 어디에 쓰일지 뻔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외부에 보여 주기 위해 동아리 등록을 꺼린 것 같다고 했다. B는 "2016년만 해도 무지개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한 학생들이 지금처럼 징계받는 일도 없었다. 교계 반동성애 기류 확산과 함께 외부에서 이를 문제 삼으니까 학교가 학생들을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신대는 암하아레츠의 동아리 등록을 보류했다. 정식 동아리로 등록하고 싶으면 후원금 내역을 공개하고, '불장난'이라는 강연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동아리 등록이 거부된 암하아레츠 일부 구성원들은 학교 측의 처우가 부당하기 때문에 조건을 맞추는 일 없이 활동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신대원생을 주축으로 한 학생 측은 "과거 선배들이 가졌던 문제의식을 오늘날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우리 주변에 다양한 모습으로 가장자리에 있는 존재들에게 시선을 두려 노력했다. 앞으로도 이름 없이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암하아레츠 소속이었던 일부 신대원 학생들은 올해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모든 사람의 예배'를 계획했다. '성소수자 혐오 반대'를 위해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한 지 꼭 1년 만이다. 주최 측은 "성별, 빈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과 배제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예배가 될 것"이라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장신대는 교단 직영, 
외부 분위기 고려할 수밖에 없어"

2018년 1학기까지 암하아레츠 지도교수였던 임희국 교수(교회사)는 지난해 있었던 '무지개 퍼포먼스', 동아리 등록 보류와 관련해 학교가 처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교단에 속해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외부 분위기 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학교가 신학적 편견 없는 높은 학문성을 추구해야 하는 곳은 맞다. 하지만 교단 직영이고, 학생들도 결국 나중에 교회 현장에 가서 일해야 한다. 이 모든 걸 고려해 학교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때는 학교와 학생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학교는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을 끌어안으려고 한다.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서 이 사안을 대하려 하지 징계해서 내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기사가 나간 후, 익명을 요구한 장신대 핵심 관계자는 학생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 왔다. 그는 암하아레츠의 동아리 등록을 거부한 게 아니라 등록 조건이 맞지 않아 보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가 달라고 한 서류들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요구한 것이지, 암하아레츠 소속 신대원생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무지개 퍼포먼스'의 연장선상에서 요구한 게 아니라고 했다. 

학교가 요구한 조건 중 현재 충족되지 않은 건 후원금 내역 공개다. 그는 암하아레츠가 2018년 2학기부터 학교에 등록된 동아리가 아니었는데, 동아리 이름을 걸고 외부 후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 교직원도 1000원까지 영수증 처리를 한다. 동아리 이름으로 모금했기 때문에 후원금을 얼마나 걷었는지,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알려 달라는 것이다. 낸 사람을 보호하고 싶으면 이름을 가리고 내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신대 동아리 등록 규정은 역사가 길든 짧든 똑같이 적용된다고 했다. 지도교수를 두고 회원을 20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활동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학기 중 언제든지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학내 동아리 38개에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는 건데, 그동안 학교가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공개적으로 답하지 않아 오해가 커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후원금 내역을 공개하면 언제든지 동아리로 등록할 수 있고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하아레츠 동아리 등록 보류는 '무지개 퍼포먼스'나 '동성애'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불장난'이라는 연속 강좌 이름을 바꾸라고 한 것은 지도교수도 동의한 권고 사항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대관 신청을 할 때 "암하아레츠 개강 예배에 박동현 교수를 모시고 강의를 들으려 한다"고만 했지 '불장난'이라는 강연 이름은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불장난' 강연이 예고된 뒤, 총장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래서 그 이름을 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다시 '불장난'을 붙여서 포스터를 제작해 외부에 공표했다"고 말했다. (2019년 5월 11일 11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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