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신대학교(연규홍 총장) 신학대학원 학생회가 학교에 공개서한을 띄웠다. 지난 2월 <뉴스앤조이>는 신학과 박 아무개 교수의 제자 성폭력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학교와 학내 여러 단위는 몇 차례 입장문을 통해 가해자 처벌, 피해자 지원, 성 윤리 기강 확립 및 재발 방지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학생회는 먼저 학교가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학생회는 "학교는 교내 상담 센터를 통해 상담을 진행했다고 말하지만, 학생회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실질적인 상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교는 모호한 표현을 통해 스스로를 포장하고, 피해자를 외면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마련 및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학생회는 학교가 △제도 개선 위한 공개 미팅 △교직원의 성 윤리 체화 및 실천 약속 △목회자 양성 과정에 성 윤리 정규 과목 편성 및 커리큘럼 마련 등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학생회는 학교에 △교직원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계획 수립 후 공개 △외부 전문가 참석하는 전체 학생, 교수, 학교 대표 간 대화의 자리 마련 △제도 개선을 위한 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다음은 공개서한 전문.

[공개서한] 박 교수 성폭행 사건 후 학교의 약속과 현재

박 교수 성폭행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학교의 잘못입니다. 본 사건의 가해자는 박 교수이며 동시에 학교입니다. 학생들 역시 구조적 문제를 방관했기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통감합니다. 현재 신학대학원 학생회는 제도 개선을 통해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수유리 한신 공동체를 '피해자가 돌아올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MeToo로부터 약 80일 동안 학교의 약속들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점검하고 공유합니다.

● 박 교수 성폭행 사건이 #MeToo로 알려진 후 2월 12일부터 26일까지 총장, 이사회, 신학대학 교수, 교무위원의 입장문이 발표되었습니다(#별첨1). 입장문을 통해 약속된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가해자 처벌의 측면: 한신대학교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한 진상 조사와 한 치의 의혹도 없는 정의로운 사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2) 피해자 회복의 측면: 법률 지원 및 의료, 상담 등의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모든 노력을 강구하겠다 약속했습니다.
3) 공동체 회복 및 제도 개선의 측면: ①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구성원과 함께 가능한 법적, 제도적 대책 방안 마련 약속. ②필요한 모든 행정적 조치를 이행 약속. ③모든 교직원의 성 윤리 체화 및 실천 약속. ④모든 목사 후보생들이 성 윤리를 정규 교과목으로 이수하도록 커리큘럼 마련 약속.

● 상식적이며 반드시 필요한 조치들이 약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약속된 조치 이행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남습니다.

1) 가해자 처벌의 측면, "특별대책위원회를 통한 진상 조사"

- 특별대책위원회는 #MeToo로부터 약 1달 후인 3월 11일에 구성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구제 절차의 경합' 규정에 의해 자체적인 사건 조사가 불가능해진 이후입니다. 따라서 특별대책위원회는 처음부터 가해자 처벌을 위해 기능할 수 없는 기구였습니다.
- 약 2개월의 특별대책위원회 활동 기간 동안 피해자 회복 및 제도 개선 측면의 '특별한'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특위가 학교의 면책을 위한 형식적 기구 또는 법적 책임을 점검하고 모면하기 위한 기구였지, 본질적 의미에 있어서 학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었음을 보여 줍니다.
※ 구제 절차의 경합, '성희롱 등의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 제22조 ①피해자가 동일한 사안을 학교 외부기관(시정의 강제 권한을 가진 기관에 한한다)에 구제 신청을 한 경우 위원회는 사건의 처리를 중지하며, 해당 기관에서 처분(시정 명령, 합의 종결, 신청 기각을 포함한다)이 이루어진 이후에 사건 처리의 진행을 자동적으로 재개하도록 한다.

2) 피해자 회복의 측면,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

- 현재까지 피해자에 대한 학교의 어떠한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교내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진행했다고 말하지만, 학생회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실질적인 상담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모호한 표현을 통해 겉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피해자를 외면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 정체성이 모호한 특별대책위원회의 활동과 실질적인 지원이 없음에도 적극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듯 포장하는 학교의 행태에 피해자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주체입니다.
-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약속한 학교는 2차 가해 중단을 요청하는 호소문에 스스로를 포장하고 옹호하는 행태를 멈추고 올바르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3) 공동체 회복의 측면, "제도 마련 및 개선"

①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구성원과 함께 가능한 법적, 제도적 대책 방안 마련 약속
- 본 약속에도 불구하고 타운홀 미팅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현 상황과 이루어질 조치들에 대한 소통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지금이라도 본 약속을 즉각 이행해야 합니다. 

②필요한 모든 행정적 조치 이행 약속.
- 신학대학원 학생회는 학교에 몇 가지 개선 사항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여러 요청에 대해 당시 들었던 답변은 '예산 부족', '제도상 불가함'이었습니다. '상담사 배치 및 집단 상담 요청'에 대한 답변은 '오산캠퍼스의 상담실에 전화'였습니다.
- 3월 중순 이후로는 '특위가 박 교수 성폭행 사건을 전담하니 신대원에서는 답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③모든 교직원의 성 윤리 체화 및 실천 약속. 
- 성 윤리 체화는 충분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수개월 동안 이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았고, 신학대학원 학생회는 4/25일 공문을 통해 최소한의 조치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별첨2).

④모든 목사 후보생들이 성 윤리를 정규 교과목으로 이수하도록 커리큘럼 마련 약속.
- 본 약속에 따라 신학대학원 학생회는 해당되는 교과목인 '양성평등과 교역' 과목의 교역 필수화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4/25일 공문을 통해 이를 재요청하였습니다(#별첨2).

● 2차 가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학교는 2차 가해 중단을 호소하는 글에 스스로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글에는 아무런 진실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특별대책위원회를 통해 아무런 '특별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실효성 있는 상담은 이루어진 바 없으며, 현재까지 피해자 지원은 전무합니다. 성폭력 관련 교육은 5/1일 특강에 참석한 것이 전부입니다. 해당 교육마저도 3/12일 성인지 감수성 교육에 교직원이 참여하지 않아 재교육을 요청한 결과입니다.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접 규정과 정관을 살피고 전문가 및 여가부에 문의하며 현황을 파악하고, 공동체 회복과 제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하여 학교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실질적 대처 없이 말로만 떠드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또한 학생의 요청들 중 입맛에 맞는 일부만을 취사선택한 후, "지속적으로 엄중히 대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포장하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스스로가 가해자임을 외면한 채 지금처럼 행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행위입니다. 학교는 즉각 2차 가해를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대처를 통해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나가십시오.

신학대학원 학생회는 학교의 약속 이행을 위해 아래의 사항들을 요청합니다.

1. 기존에 공문을 통해 요청했던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이행하십시오(#별첨2).

2. 학교는 교직원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 계획(횟수, 강사 등)을 구체적으로 수립하여 5월 17일까지 공개하십시오.

3. 외부 전문가 대동 하에 전체 학생과 전체 교수/학교 대표 간 대화의 자리를 5월 중으로 마련하십시오.

4. 면책과 사건 무마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아닌, '외부 전문가, 학생 대표'가 포함된 '제도 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십시오.

2019년 5월 3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제26대 "함께" 학생회

#별첨1. 발표된 입장문의 약속들

1) 연규홍 총장의 입장문
첫째, 진상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실 파악에 나서겠습니다.
둘째,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으며, 법적 조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셋째, 피해자를 위한 법률 지원 및 의료, 상담 등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 한신학원 이사회의 입장문
첫째, 피해 학생 보호와 2차 피해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둘째, 한 치의 의혹도 없는 정의로운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셋째, 추후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가능한 법적, 제도적 대책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3) 신학대학 교수 일동의 약속
첫째, 신학대학 교수단의 윤리 강령을 제정하여 성 윤리에 관련된 기강을 엄정하게 확립하겠습니다.
둘째, 목사 후보생 신학 교육을 위임받는 교육기관의 모든 교직원들이 성 윤리를 체화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셋째, 모든 목사 후보생들이 성 윤리를 정규 교과목으로 이수하도록 커리큘럼을 마련하겠습니다.

4) 교무위원 일동의 약속
첫째, 조사위원회를 통한 진상 조사 과정에서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사건의 진상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며, 그에 따라 밝혀질 사건 관련자의 책임은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피해 학생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인 치료와 상담은 물론 법률적인 지원 등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2차적인 가해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모든 노력을 강구하겠습니다.
셋째, 우리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행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별첨2. 학생들의 요청 사항 중 공동체 회복 및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들(2019년 4월 25일)

● 집단 상담 요청
학생회에서 수차례 학교에 집단 상담을 요청했음에도 여전히 집단 상담이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가 즉각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문가를 통한 집단 상담을 제공할 것을 촉구합니다.

● 매뉴얼 제작 요청
'1) 학생을 위한 매뉴얼, 2) 학교의 행동 매뉴얼'을 제작하기 위해 학생 대표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위원회 구성을 요청합니다.

●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양성평등과 교역' 세미나 교역 필수화 재요청
신학대학 교수 일동은 2019년 2월 21일 "용서를 구하며 다짐합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모든 목사 후보생들이 성 윤리를 정규 교과목으로 이수하도록 커리큘럼을 마련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회가 전달받은 교수회의 결과는 이와 달랐습니다. 따라서 다시 한 번 아래의 사항을 요청합니다.

1) '양성평등과 교역' 세미나를 교역 필수화
2) 외부 전문 강사를 통한 수업 진행

● 교수와 직원 대상 통합 폭력 예방교육 실시 요청
한신대학교는 성폭력이 발생한 집단으로, 외부 전문가를 통한 추가적인 성폭력(통합폭력) 예방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성가족부 산하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의뢰하여 전문 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청합니다. 더불어 해당 교육에 대한 계획 및 일정 공개를 요청합니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5조 및 관련 지침

● 교수와 직원 채용 시 통합 폭력 예방 교육 의무화
교직원 채용 시 통합 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고,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을 통해 지정된 시간의 전문 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것을 요청합니다.

●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 자치 기구 '성정의위원회' 위원장 장학금 지급 요청
현재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설치된 학생 자치기구의 장들은 장학금을 지급받고 있습니다.(학생회, 사생회, 여학생회, 연합학회 등) 2019년 3월 28일 설치된 학생 자치 기구 '성정의위원회'의 장은 아래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1) 신대원 학생들의 성 윤리 및 성 인지 감수성 함양을 위한 활동
2) 사건 발생 시 피해자를 보호하고, 전문 기관과 연계해 줄 수 있는 소통의 창구

교내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현재, 성정의위원회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질 조치와 더불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입니다. 따라서 신학대학원의 상설 기구로 기능할 성정의위원회의 위원장에게 장학금 지급 또는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를 요청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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