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동대학교(장순흥 총장)와 숭실대학교(황준성 총장)가 기독교 대학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최영애 위원장)의 성소수자 차별 금지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인권위는 두 대학의 결정이 성소수자를 향한 인권침해이자 차별임을 강조하기 위해 5월 3일 관련 내용을 공표했다.

숭실대는 2015년 총여학생회가 '마이 페어 웨딩'이라는 동성 결혼 관련 영화 상영을 위해 대관을 신청하자 불허했다. 총여학생회장과 몇몇 학생들은 이것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학교 측은 '건학 이념'에 반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장소 대관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한동대에서는 2017년 12월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학내 한 동아리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강연을 열겠다고 하자 내용이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다며 대관을 불허했다. 주최 측이 다른 공간에서 강연을 강행하자, 교수와 학생들이 찾아와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당시 강연을 주최했다가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공개한 결정문에서,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건학 이념을 징계나 제재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인권위는 "학교가 강연 개최를 강제로 불허하거나 이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무기정학 또는 징계 등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해 이를 두 학교에 통보했다.

인권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권고를 받은 쪽은 이를 수용해서 현실을 개선할지, 불수용할지 회신해야 한다. 인권위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한동대와 숭실대는 기독교 대학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하거나 차별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