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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적 성경 읽기로는 교회 성폭력 해결 못 해"

<성폭력, 성경, 한국교회>(CLC) 북 토크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04.30  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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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잊을 만하면 대서특필되는 목회자 성폭력은 한국교회 신뢰도를 깎아먹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교회 개혁, 기독 여성 단체들은 성폭력에서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구조와 인식을 바꾸려는 운동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최근 발간한 <성폭력, 성경, 한국교회>(CLC)는 여기에 신학적 설명을 덧붙였다. 이 책은 한국교회에서 성폭력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이유와 한국교회가 혼전 순결, 낙태, 동성애 등 다른 성 관련 이슈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범죄행위인 성폭력에는 무감각한 원인을 '신학'에서 찾는다.

책은 구약과 신약에 나타난 다양한 성폭력 상황과 이를 둘러싼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그동안 남성 중심적, 여성 혐오적 시각으로 해석해 왔던 사건들을 성'폭력' 시각에서 분석했다. 그뿐 아니라 한국교회에서 많이 회자된 목회자 성폭력 사건을 통해 여성을 차별하는 교회 제도, 구조의 한계를 살핀다.

출간을 기념해 저자들과 함께하는 북 토크가 4월 29일 서울 역삼동 기독인문학연구원에서 열렸다. 박유미 교수(안양대학교)가 사회를 보고 성기문 소장(현대목회와사역연구소), 강호숙 교수(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박성철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가 참석해 자신이 집필한 부분을 소개하고 참가자 20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성폭력, 성경, 한국교회> 저자들이 4월 29일 북 토크를 열었다. 왼쪽부터 박성철, 강호숙, 성기문, 박유미 교수. 뉴스앤조이 이은혜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권지성 박사가 <성폭력, 성경, 한국교회> 책임 편집을 맡았다. 그는 책에서 "교회 내에서 짓밟힌 여성 인권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법적 차원뿐만 아니라 성경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고 기독교 역사 속 여성에 대한 억압적 구도를 성찰하는 일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13쪽)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북 토크에 참석한 저자들은 한국교회가 성폭력에 취약한 이유를, 성경을 문자 그대로 읽고 해석해 온 데서 찾았다. 여성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던 시대에 쓰인 문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것이 현재 한국교회 목회자·교인들의 신학적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박성철 교수는 장로교 신학에 영향을 미친 아우구스티누스와 칼뱅의 신학적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우구스티누스나 칼뱅 모두 가부장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신학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그들이 살던 문화 속에서는 한발 앞서간 여성관을 지녔을지 모르나, 수백 년 전 수립한 '진보한 여성관'을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두 사람이 극복할 수 없었던 인식의 한계를 지적해서 이를 오늘날 우리 시대에 적용해야 하는데, 성찰적 비판 대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들의 신학이 가부장적 한계에 기초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어떻게 현시대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더 깊게 생각하고 해석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가부장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신학을 한국교회가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성폭력에 무감각해졌다는 지적도 들어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기문 소장 역시 호세아 1~3장, 에스겔 16장, 23장 등 예언서에 나오는 소위 '포르노그래피' 본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했다. 성 소장은 시에서 나타난 은유는 은유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적 은유를 여성의 존재를 경멸하는 식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상징은 상징으로, 은유는 은유로 장르를 살피면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숙 교수는 한국교회가 교회 성폭력을 해결하려면, 문자주의적 해석에서 벗어나 성경 원리와 인간 경험을 아우를 수 있는 성 신학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한국교회가 더 이상 성폭력을 저지른 목회자를 은닉할 수 없도록 목회자를 견제하는 구조를 만들고, 여성을 리더십에 배치하며, 교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구조적·신학적으로 여성을 억압해 왔다는 것에 동의했다. 남녀를 평등하게 대하지 않기 때문에 혼전 순결 같은 문제도 여성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했고, 이를 여성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로 사용해 왔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 한국교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신학자들의 한계를 연구하고, 활발한 논쟁을 통해 새로운 신학의 가능성을 논의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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