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성서한국(박종운 이사장)이 지난 30년간 복음주의 사회 선교 운동을 평가하고 전망하는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들은 걱정과 아쉬움을 나타내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시대에 맞지 않는 운동 방식, 젊은 세대 참여 저조, 사회선교사 양성 문제, 여성·성소수자에 대한 관심 부족 등을 지적했다.

올해 전국 대회를 앞두고 있는 성서한국은 4월 29일 서울 종로 청어람홀에서 '복음주의 사회 선교 운동 이웃의 목소리를 듣다'를 주제로 연속 포럼을 열었다. 이번이 첫 번째 포럼으로, 1980년대부터 기독교인의 사회참여를 강조해 온 복음주의 운동을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복음주의 교회와 사회 선교 단체에서 목사·활동가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1980년대 복음주의, 사회참여 운동으로 발전
"현장에 평신도, 젊은이가 없다…
진부한 운동 방식, 당위와 구호만 강조"

성서한국 전 이사장 강경민 목사는 복음주의 사회 선교 역사와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복음주의가 미국 근본주의 영향을 받아 폐쇄적이고 편협한 신학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런 복음주의를 사회참여 운동으로 변화시킨 게 1974년 발표된 로잔 언약이다. 강 목사는 1980년대 국내에 로잔 언약이 알려지면서, 민주화 운동을 지켜봤던 많은 보수 기독교인이 영적 각성을 했다고 했다.

강 목사는 복음주의가 신학적 정체성을 지키며 사회변혁을 위해 에큐메니컬 그룹 등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복음주의 정체성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한 고백이고, 다른 하나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성서관이다. 다른 그룹과 신학을 통일할 수는 없지만, 차이가 크다고 보지 않는다. 사회변혁을 위해서라면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충분히 다른 그룹, 이웃 종교와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는 복음주의가 한국교회에 의미 있는 유산을 남겼지만, 오늘날에 들어 아쉬움 점을 보게 된다고 했다. 목회자를 중심으로 운동이 전개되고, 일반 교인들의 참여 폭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변혁 주체인 교인들을 주변인이자 방관자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이 언제나 목회자들로 채워진다. 이들의 헌신이 귀하고 소중하지만 복음주의 운동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교인들이 주도적으로 운동을 끌고 갈 수 있는 토대와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현장에 젊은 세대가 보이지 않는 점도 거론했다. 김 목사는 "50대 목사가 소장파로 분류된다. 현장을 지키는 40대는 더 적다. 청년들이 광장 신앙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이들이 기존 질서에서 경쟁의 사다리를 성공의 구조라고 여기는 한 복음주의 운동은 점점 노령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운동 방식이 젊은 세대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만 비장했으면 좋겠다.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은 젊었다. 내밀한 모임도 있었지만 축제와 만찬, 웃고 떠들고 신나는 축제의 연속이었다. 30대들이 비장하고 결의에 찬 운동에 거부감을 갖는다면, 이들이 웃고 떠들고 신나게 소리 지르는 현장으로 튜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서한국이 복음주의 사회 선교 운동을 평가하는 포럼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내부에서 본 복음주의 사회 선교 운동의 오늘'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방인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복음주의 운동이 새 시대에 맞는 사회 선교 방법을 고민하고 적용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현장에 나와 보면 운동 방법과 예배가 너무 진부하고 옛날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복음주의권에서 주도하는 현장 예배가 참신하고 간결한 편이지만, 그 밖의 운동 방법은 많은 연구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선교사를 양성하는 문제도 시급하다고 했다. 방 목사는 그동안 각 단체가 사회 선교의 당위와 구호만 강조하고, 사역자를 길러내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일에는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젊은 기독 활동가들이 전문 사회선교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복음주의 그룹이 함께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첨예한 정치적 갈등 사안 및
여성·성소수자 이슈에 소극적"

에큐메니컬 그룹 시각으로 복음주의 사회 선교 운동을 진단한 김준표 목사(촛불교회)는 사회참여 폭이 좁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복음주의 그룹이 세월호 참사나 다양한 운동에 관심을 보이지만,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보이거나 신학적 논쟁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주저한다고 했다. 특히 여성, 성소수자, 파인텍·콜텍 장기 노동 분쟁 등과 관련한 현장에서 복음주의 그룹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 목사는 복음주의 그룹의 소극적 사회참여에 대해 "이것은 아마도 보수적인 한국교회 대중들과 거리를 두지 않기 위한 전략적 태도일 수 있고, 보수 신학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는 사안에 선을 그으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음주의 그룹과 에큐메니컬 그룹이 하나님나라 운동을 위해 깊이 연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예수는 하나님나라 운동가였다. 그분이 선포한 건 자유와 해방의 희년 정신이었다.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신학 차이를 드러내 상호 간 경계와 벽을 만들기보다, 서로 입장을 인정하고 만나자. 상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길을 보듬어 주자. 진영이라는 말도 안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들은 복음주의 그룹이 사회적 약자와 함께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러한 제안에 다른 패널들도 공감을 표했다. 방인성 목사는 "극우들이 보이는 우월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을 복음주의 그룹에서 발견할 때가 있다. 비판은 빨리 하고 상대방을 살리려 하지 않는다. 다른 그룹, 이웃 종교를 향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복음주의 그룹이 다른 진영과 연대하고 서로 신뢰를 쌓아야, 사회 선교 지평이 넓어지고 활력을 얻을 것이다"고 말했다.

방 목사는 "복음주의가 성경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면, 그 정신을 종교적 용어로 푸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성경은 오늘날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 교리에 매여 다른 이를 돕는 일을 두려워하고 소극적일 필요가 없다. 소수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복음주의 진영일수록 사회적 약자, 힘들어하는 이들을 부둥켜안고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일 목사는 성소수자들이 교회에 찾아왔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교계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여러 시각이 존재하지만, 교회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이들을 돌보고 지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이들의 정체성을 놓고 강요하거나 훈계하기보다 우선 환대하고 지지하고 함께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서한국은 앞으로도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초청해 복음주의 사회 선교 운동을 진단할 계획이다. 다음 포럼은 8월 1일이다. 이때는 패널과 청중 구분 없이 난상 토론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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