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뉴스앤조이>가 파리열방교회 송영찬 목사의 성폭력, 가정 폭력, 비상식적 교회 운영 방식, 학력 의혹 등을 보도하자, 파리열방교회 측은 한국에서 법무법인 로고스를 선임해 내용증명을 보냈다. 기사들을 삭제하지 않으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파리열방교회는 4월 1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성폭력, 가정 폭력, 교인들을 내보낸 이유 등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했던 파리열방교회는 기사 1개에 대해서만 조정을 신청했다. 송영찬 목사의 학력 의혹을 다룬 기사였다.

교회는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것과 다르게 송 목사의 목회자 자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자격', '목사 안수 과정 및 신학 학위 취득 불분명'이라고 명시한 기사를 정정하고, 교회와 송영찬 목사에게 각각 5000만 원씩, 도합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송영찬 목사는 언론 조정 신청서에서 자신의 이력을 일부 소개하며 해명했다. <뉴스앤조이>는 송 목사가 주장하는 이력이 사실인지 취재했다.

"1999년 '지역 교회 목사'로 안수"
파리에서도 '목사'로 광고
2003년까지도 "교단 소속 아냐
신학 공부 마치지 못했기 때문"

송영찬 목사가 현재 프랑스침례교단(FEEBF·Fédération des Églises Évangéliques Baptistes de France)에 등록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뉴스앤조이>도 이 사실 자체를 부인한 적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송 목사의 목사 안수 과정이나 신학 학위 취득 과정이 투명한 것은 아니다.

파리열방교회 송영찬 목사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조정 신청서 일부. 뉴스앤조이 이은혜

송영찬 목사는 언론 조정 신청서에서, 자신이 "프랑스침례교단에서 1999년 지역 교회 목사로, 2007년에는 국가 교단 목사로 안수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증명하는 자료로 교단 사무총장 마크 드후(Marc Dereoux) 목사가 2019년 4월 18일 발행한 '증명서'를 첨부했다.

증명서에는 "2007년에 거행된 사역자 임명 안수식에서 본 교단의 목사로 안수되었음을 증명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덧붙여 "송영찬 목사는 1999년 '지역 교회' 목사로 안수받은 후, 파리시 릴가 48번지에 위치한 파리열방교회에서 담임목사로 목회하고 있음을 증명한다"는 문장도 들어가 있다.

한국 교단 시스템과 다르게 프랑스침례교단은 교단이 공식적으로 목사 안수를 준 사람이 아니어도 교단에 가입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 '지역 교회'다. 교회가 침례교단에 가입할 때 교인들이 교회 목사를 지명한다. 지명된 사람은 교단에 등록된다. 이런 목사를 '지역 목사'(pasteur locale)라고 부른다. '지역 교회', '지역 목사'로 등록하면 당연히 그 지역에서만 목회하는 것이 원칙이다.

송영찬 목사는 1999년 당시 후베(Roubaix)라는 작은 마을에서 한 침례교회 예배당을 빌려 목회를 시작했다. 그가 1999년 프랑스침례교단에 지역 교회 목사로 가입했다면, 후베 지역 교회 목사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는 2001년 파리열방교회를 개척하고 교민 신문에 광고를 내면서 "Pasteur: Rev. David SONG"(목사: 목사. 다비드 송)이라고 표기했다. 물론 이때까지 송영찬 목사는 신학 관련 석사 학위가 전무했다.

게다가 2000년대 초반 프랑스침례교단 관계자들이 쓴 문서를 봐도, 송영찬 목사가 후베 지역 교회 목사였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송영찬 목사가 파리열방교회를 개척한 2001년 당시, 파리 한인 목회자들은 송 목사 이력에 의문을 품었다. 재불한인기독교교회협회(재불기독교협회)는 송영찬 목사가 어떤 배경을 지닌 목회자인지 몰랐다. 대부분 한국 교단 소속 파송 선교사인 것과 다르게, 송영찬 목사는 한국과의 연결 고리 없이 프랑스침례교단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인 목회자들은 송 목사에게 예배당을 대여해 준 후베에 있는 침례교회 목회자에게 서신을 띄웠다.

서신을 받은 목회자는 프랑스침례교단 전 총회장 다니엘 레흐머노(Daniel Lhermenault) 목사다. 다니엘 목사가 2001년 9월 18일 당시 재불기독교협회 이 아무개 목사에게 회신한 문서를 보면, 그는 송 목사를 '청지기'(serviteur), '형제'(frère), '송 씨'(M. Song)라고 불렀다. '목사'(Pasteur)라고 하지 않았다. 편지 수신인 이 목사를 '이 아무개 목사'(Monsieur le Pasteur)라고 부른 것과 대조적이다.

다니엘 목사는 2003년 9월 26일, 이 목사에게 또 한 번 편지를 보냈다. 그는 이 편지에서도 송영찬 목사를 '형제', '송 씨'라 불렀다. 다니엘 목사는 "2년 전 송 씨가 침례교 가족이 되고 싶다며 우리 교단에 연락해 왔다. (중략) 그는 아주 훌륭한 형제다. 보쉬센느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교회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다"고 썼다.

파리열방교회는 프랑스침례교단의 건물을 빌려서 사용한다. 문 위로 '침례교회'(Eglise Baptiste) 글자가 선명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송영찬 목사와 파리열방교회의 협회 가입을 논의하던 재불기독교협회 목회자들은 2003년 10월 20일, 프랑스침례교단에 송영찬 목사가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증명, 파리열방교회가 교단 소속이라는 증명 서류를 발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사무총장 에티엔 레흐머노(Etienne Lhermenault) 목사(현 프랑스복음주의교회연합 총재)는 이에 대해 "재불기독교협회가 요구한 서류를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송 씨는 프랑스침례교단의 목사가 아니다. 그가 섬기는 교회 또한 교단 소속이 아니다"(En effet, M. SONG n'est pas pasteur de la FEEBF et son église n'est pas non plus membre de notre Fédération)고 답했다.

에티엔 목사는 송영찬 목사가 4년 전(1999년)부터 후베에 있는 침례교회를 사용하고 있으며 교단 가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지체된 절차와 미흡한 조건 때문에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송영찬에게는) 보쉬센느신학교에서의 석사과정이 앞으로도 2~3년 더 남아 있다"고 답했다.

교단 관계자와 한인 목사들
"파리에서는 호칭을 '전도사'로,
신학 공부 마친 뒤 결과 통보" 합의
보쉬센느 졸업 못했는데 2007년 가입

프랑스침례교단 중직들의 답신에도 송영찬의 목사 자격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2004년 2월 12일, 한인 교회 목회자 두 명과 다니엘·에티엔 목사가 파리 시내에서 만났다. 에티엔 목사는 미팅 후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한인 목회자들에게 보냈다. 이 문서에는 당시 프랑스침례교단과 송영찬 목사의 관계가 명확하게 나와 있다.

우선 다니엘·에티엔 목사는 송영찬 목사가 아직 교단 소속이 아니라고 했다. 교단에 정식으로 가입하려면 보쉬센느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마쳐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프랑스침례교단 기준에서, 그가 후베에서 목회하는 것은 몇 가지 조건에 따라 가능하다고 했다. 다니엘 목사의 감독하에 △신학 공부 마치기 △한국에 있는 교회와의 관계를 잘 발전시키기 △학업, 후베·파리에서의 목회를 비롯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 벌이지 않기 등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서도 송 목사가 후베 지역 교회 목사라거나 후베 교회가 프랑스침례교단에 가입됐다는 언급은 없었다.

2003년 3월 프랑스 한 교민 신문에 실린 파리열방교회 광고.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후베 교회에서는 위 조건을 갖춰 목회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파리에서였다. 네 목사는 △앞으로 신문에는 송영찬 '전도사'(pasteur stagiaire)라고 표시한다 △교인들에게 송영찬이 전도사라는 점과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신학 공부를 마치고 침례교단의 '목사 학교'를 마친다 △보쉬센느에서 신학 공부 과정을 한인 목사들에게 전달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여기서 전도사는 현재 프랑스침례교단에 등록된 파리열방교회 류 아무개 전도사와 동일한 직책이다.

현 프랑스침례교단 사무총장 마크 드후 목사는 지난 2월 기자와 만나 "송영찬 목사는 2004년 이전 교단에 등록돼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침례교단이 요구하는 목회자 자격을 충족하지 않아도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송영찬 목사 측도 이 말을 근거로 1999년 지역 교회 '목사'로 등록돼 있던 자신은 이 기준과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니엘·에티엔 목사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한인 목회자들과 나눈 서신 및 대화로 볼 때, 드후 목사와 송영찬 목사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송영찬 목사가 프랑스침례교단에 정식 가입하지 못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보쉬센느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다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송 목사는 보쉬센느신학교에서 공부하는 과정을 한인 목회자들에게 알리기로 했지만, 이 합의 사항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송영찬 목사는 보쉬센느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마치지 못했다. 그런데 2007년 프랑스침례교단 목사로 안수를 받고, 같은 해 재불기독교협회에 가입했다. 그렇다면 송 목사는 어떤 자격으로 어디서 신학 공부를 마치고 프랑스침례교단에 등록할 수 있었을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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