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한다는 취지로 '무지개 퍼포먼스'를 벌였다가 징계를 받은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학생 4명이 제기한 징계 무효 소송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지난해 5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했다. 채플이 끝난 뒤 한곳에 모여 무지개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학교는 이것을 문제 삼았다.

학생들은 정학 6개월, 근신 등의 징계를 받았다. 장신대는 학생들이 △학교 또는 학교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했고 △교수들의 지도를 따르지 않았고 △허가 없이 불법 행사를 개최했으며 △수업을 방해하거나 지장을 줬다는 이유로 '학생 징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징계를 결정했다. 학생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학교를 상대로 징계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무지개 퍼포먼스'를 벌였다 징계를 받은 장신대 학생 네 명이 학교를 상대로 낸 징계 무효 확인소송의 첫 변론이 4월 2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첫 변론이 4월 2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변론에는 학생들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위원회 소속 변호사 5명과 학교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1명, 징계 당사자들이 참석했다.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연대를 위해 15명이 법정을 찾아 좁은 법정이 가득 찼다.

변론은 양쪽의 주장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됐다. 먼저 학생 측 변호사는 △학생들의 행위가 학교가 근거로 삼은 징계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점 △어느 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해도 다른 조항에는 들어맞지 않는 점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점을 들어 학교의 징계는 부당하다고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학교는 학생들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 때문에 징계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측 변호사는 단순히 학생들 행위가 징계 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행위가 발생하기까지 경위, '무지개 퍼포먼스'의 성격, 퍼포먼스로 인한 결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퍼포먼스로 학교가 기독교 교리와 예장통합 총회 입장에 반해 동성애를 옹호하는 학교로 찍혀 총장까지 나서서 해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쪽에 몇 가지 보완해야 할 부분을 요청했다. 우선 장신대에서 채플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양측 모두 서면으로 정리해서 제출해 달라고 했다. 학생들은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한 것 자체가 채플 수업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교는 이들의 퍼포먼스가 채플 수업을 방해 혹은 지장을 초래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학교 변호사에게는 그 외에 두 가지를 더 요청했다. 재판부는 "교단 입장이라고 하는 '동성애는 반대하는데, 동성애자 혐오도 반대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정리해 달라. 두 개념이 모순되지 않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두 개가 연결이 안 된다. 이 부분을 정리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장신대가 '교수들의 지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징계했는데, 어떤 지도를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도 했다. 학생들은 채플 예배 전, 밖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하겠다고 학교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교수들은 피켓 시위를 진행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에 학생들은 피켓 시위 대신 채플이 다 끝난 뒤 사진만 찍었다. 재판부는 교수들의 지도 내용 중 '무지개 퍼포먼스'를 하지 말라는 내용도 있었는지도 내용을 정리해서 알려 달라고 했다.

학생 측에는 무지개 색깔 옷을 맞춰 입는 행동의 구체적인 뜻을 정리해서 알려 달라고 했다. 또 징계 사실이 학적부에 남아 있을 때 학생들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가는지도 정리해서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했다.

장신대는 학생들의 '무지개 퍼포먼스'가 교내외 동성애 논란을 확대시켰다며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재판에 참석한 장신대 신대원장 김운용 교수는 재판이 끝난 뒤 <뉴스앤조이>와 만나 "서로 충분히 얘기해서 풀 수 있는 사안이었고, 학교는 그럴 의향도 있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학교를 적대적으로 생각해서 이런 소송까지 진행하는 게 선생으로서 참담하다"고 말했다.

정학 6개월 징계를 받은 서 아무개 학생은 대화 가능성을 차단한 건 학교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누가 우리 사이를 적대적으로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 학생들은 학교에 재심을 청구했는데 이를 걷어찬 건 학교다. 그래 놓고 학생들에게만 적대적이라고 말하는 건 부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