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기가 지났고 4월 16일이 지났지만, 이제 매일매일이 우리 아이들이 돌아오는 날입니다. 차가운 몸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이 부모 품으로 돌아온 날들이 계속됩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세월호 희생자 박시찬 군 아버지 박요섭 씨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세월호 가족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시찬이는 세월호 침몰 후 20일 만에 뭍으로 올라왔다. 지옥과 같았던 기다림의 시간이 생각났을까. 박요섭 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 5주기 기억 예배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특히 청년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교회 및 사회 선교 단체들이 연합해 기억 예배를 열었다. 기독교인 500여 명이 잊지 않고 4월 18일 저녁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비가 올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에 광장의 거센 바람이 더해져 봄날을 잊게 했다.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며 자리에 앉거나 둘러섰다. 주최 측은 전구가 달린 작은 초를 나눠 줬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날 4·16합창단으로, 예배위원으로 함께했다.

5년이 지났고, 촛불 혁명으로 새 정부가 탄생했지만, 우리는 아직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알지 못한다. 세월호 가족들은 5년 전과 똑같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이란, 아직 밝혀야 할 의혹들을 잊지 않고 진실을 요구하는 일이다. '시대의 증언' 순서를 맡은 세월호 희생자 박시찬 군 아버지 박요섭 씨는, 예수의 증인인 기독교인들이 세월호의 증인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14년 4월 16일 며칠 전에 시찬이가 저한테 물어봤습니다. '아빠, 배를 타고 간다는데 혹시 가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그때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 큰 배는 무슨 일이 생길 수가 없어. 걱정하지 말고 잘 갔다 와. 안전하니까.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구명조끼 입고 그러면 괜찮아.' 제가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이 못난 아빠가 우리 아들이 현명하게 질문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중략)

시찬이 아버지 박요섭 씨는 중간중간 쉬어 가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우리 모두는 그 모든 것들을 다 보았습니다. 다 들었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이 세월호의 증인입니다. 여러분이 본 그 모습 그대로, 구조하지 않았고, 살리지 않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아이들을 다 죽였던,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 사건에 대해서 분명한 목격자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럽니다. 특히 교회에서 그럽니다. 아이들이 좋은 곳 갔으니까 마음에 묻으라고. 그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2000년 전 돌아가셨는데 왜 아직도 얘기를 하십니까', '왜 그분에 대해서 그렇게 증인으로 사십니까'.

우리 어른들이 할 몫은 세월호를 본 그대로, 들었던 사실 그대로 세상에 나가서 증인으로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남겨진 자들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 때 다시는 이 나라에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교회에서 많이들 얘기하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요. 저는 교회에서 다시 얘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려면, 여러분의 몸을 태워야 빛을 낼 수 있고, 여러분의 몸을 녹여야 소금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려면 희생이 꼭 따라야 합니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것은 3% 소금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세월호에 대해서 얘기해 주신다면, 진실에 대해 얘기해 주신다면, 태극기 부대들, 특히 대형 교회들, 목사라고 일컬어지지만 사업가의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하는 그분들이 절대로 저희에게 모독적인 말들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세월호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끝까지 외쳐 주십시오. 그것만이 우리 남겨진 자들의 몫일 것입니다."

4·16합창단의 노래가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14년 가을, 세월호 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간 단식했던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가 설교자로 섰다. 방 목사는 "세월호는 5년간 무덤에 갇혀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예수의 무덤이 빈 무덤이 되었듯, 세월호 참사로 갇혀 있던 온갖 의혹이 벗겨질 때 빈 무덤이 되고 무고한 죽음은 생명의 부활로 우리 안에 역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진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방인성 목사 설교 전문)

예배 참가자들은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도했다. 함께 성찬을 먹고 마신 후, 강단 앞에 작은 초를 이어 놓아 리본을 만들었다.

모두가 앞으로 나와 성찬을 나눴다. 들어가면서 작은 초로 리본을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가족들과 몇몇 기독교인은 예배 내내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현재 4·16 단체들은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 설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족들이 말하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3대 과제는 다음과 같다.

△해경은 왜 선원들만 표적 구조하고 승객들에게는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가.
△과적, 조타 미숙, 기관 고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월호 급변침과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와 황교안은 왜 7시간의 행적을 30년간 봉인하고 그토록 집요하게 증거를 조작‧은폐하고 진상 규명을 방해했는가.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 설치 촉구 국민 서명 바로 가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 설치 촉구 청와대 국민 청원 바로 가기

서명은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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