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숭실대 학력 의혹 기사를 쓰고 난 바로 그 주간, 오정현 목사가 C채널과 인터뷰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금껏 학력 문제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던 오 목사가 인터뷰를 한다기에, 솔직히 무슨 얘기가 나올지 기대했다.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오정현 목사는 20분 내내 학력 의혹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오 목사 특유의 레토릭뿐이었다. 영적 미세 먼지와 영적 청정 대사, 그리고 인공지능(AI)을 빗대 만든 말이라는 '어노인티드 인스퍼레이션'(Anointed Inspiration). 언젠가 쓰려고 했던 '영적' 시리즈를 쓸 때가 되었다 싶었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오정현 목사의 영적 레토릭을 기사로 풀었다. 가볍게,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한 번 이상은 무조건 웃을 것을 예상하며 썼다. 역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재밌게 봤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독자들의 웃음은 뒷맛이 썼을 것이다.

지난 2월, 사랑의교회 수요 예배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그날 설교에서 오정현 목사는 "믿음의 고도를 올려야 하고, 영적 세렌디피티를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신학교를 나왔는데도 '영적 세렌디피티'가 뭘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앉아 있던 본당 2층 주위의 교인들은 대개 "아멘"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오정현 목사의 신박한 조어 능력에 낯선 감정을 느꼈고, 그에 동의하는 교인들에게 한 번 더 이질감을 느꼈다. 독자들의 쓴웃음도 아마 이런 감정이었을 것 같다.

사랑의교회 교인들도 영적 지도자의 인도대로 따라간다. 장로들은 "영적 정규군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집사들은 "영적 미세 먼지 마스크를 받았다"며 기뻐하는 것이 오늘날 사랑의교회다. 사랑의교회 특별 새벽 부흥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교인들의 창의력이 발휘된 '영적 시리즈'가 셀 수도 없이 많다.

세상이, 아니 다른 크리스천들도 이해 못 할 말로 가득찬 오늘날 사랑의교회. 이러다 '영적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렇게 된다면 교회가 그토록 내세우는 영적 공공재니, 영적 플랫폼이니 하는 것도 한낱 허황한 구호에 그칠 텐데. 한 대형 교회 목사는 며칠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정현 목사가 이번에 교회에서 96% 지지를 받았다. 잘된 일이다. 그러나 오 목사가 교회 안에서 스타일지는 몰라도 밖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랑의교회 특새 홈페이지에는 '믿음 보고 감사 보고'를 올려드리는 교인들의 간증이 넘친다.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안타까운 점이 하나 또 있다. 이런 문제의식이 없다면 그냥 침묵하고 있기만 해도 좋을 장재형의 방패 <크리스천투데이>가 또 오정현 목사 비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가 썼는지 바이라인도 없는 '데스크 시선'에서, 그들은 <뉴스앤조이>가 오정현 목사를 끌어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특유의 음모론을 또 발동했다. 기사에 정의의 여신상 이미지를 썼다고 불평하는 것은 더 가관이다.

<크리스천투데이> 기자들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여신'을 검색해 보라. 최상단에 '당구 여신 차유람과 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의 논라운 이력'(놀라운의 오타 - 기자 주), '당구 여신 차유람 모태 솔로에서 이지성 작가와 결혼까지', '얼짱녀들의 매력 경쟁, 여신 어플 최고의 이슈녀 누구?' 같은 기사가 나온다.

<크리스천투데이> 논리대로라면 자신들은 살아 있는 사람, 그것도 독실한 기독교인 차유람 씨를 여신으로 몰아간 것을 주님 앞에 회개해야 할 것이다. 어뷰징 문제는 둘째다. 아직 '영적 졸음'(영적 레토릭 사전 27번 참조)에 빠져 있다면 조속히 깨어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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