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째 금식 기도 중인 김수원 목사가 장신대 미스바 연합 기도회에서 설교를 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규탄하고 조속한 재심 판결을 촉구하며 금식 기도 중인 김수원 목사(태봉교회)가 장로회신학대학교 미스바광장에 섰다. 장신대 총학생회, 학우회, 명성교회세습철회와교회개혁을위한장신대교수모임(세교모)은 4월 18일, 103회 총회 결의 이행을 촉구하는 연합 기도회를 열었다. 18일째 금식 중인 김 목사를 설교자로 초청했다.

신학생들은 찬양 '예수님 그의 희생 기억할 때', '주의 나라 오리라'를 부르며 예배를 준비했다. 세교모 교수들은 맨 앞자리에 앉아 찬양을 불렀다. 신학생을 포함해 세교모,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등 120여 명이 미스바광장에 모였다.

성경 봉독이 끝나자 김수원 목사가 마이크 앞에 섰다. 얼굴은 야위어 있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메시지는 또렷했다. 김 목사는 큰 소리로 "할렐루야"를 두 번 외친 뒤 '주여 수일 내에 회복하게 하소서'(합 3:2)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선지자 하박국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도 담대히 기도를 올렸듯,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자고 했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 여파는 노회와 총회로 이어졌다. 서울동남노회는 사고노회로 지정됐고, 총회는 명성교회 지지와 반대로 양분되다시피 했다. 김수원 목사는 "주님의 선하신 뜻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하면 될 단순한 문제를 사람 생각으로 하다 보니 복잡하게 됐다. 장담하건대 사람에게서 답을 찾으려 할수록 더욱 꼬이게 될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은 공교회 평안을 완전히 허물려 하기에 잘못된 것이다. 이 일로 노회는 물론 총회까지 근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세습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김 목사는 "예수님의 십자가는 감동이 있지만, 세습의 십자가에는 감동이 없다. 참된 십자가는 불신자들을 주님께 나오게 하지만, 거짓된 십자가는 믿음 생활을 하는 교인을 가나안 교인으로 만든다"고 했다.

총회 결의에도 명성교회 불법 세습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 총회 임원회와 재판국도 지적했다. 김수원 목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이 있듯이 회복이 늦어질수록 오히려 고질병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총회 임원회에 명성 세습 건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회 재판국도 협력해야 한다. 미루고 늦추는 게 결코 명성교회를 돕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세습한 교회들이 하나님의 영광이 되고 있는지, 공교회의 화평을 도모하고 있는지, 세습을 강행하면서 과연 예수 십자가 영성이 보였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세습이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포함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속히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잘 해결되어 서울동남노회는 물론 교단과 한국교회, 사회에 복음의 참된 소식을 전하는 건강한 기독교 영성이 회복되기를 축원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말씀을 마친 김수원 목사는 바로 기도를 올렸다.

"우리가 명성교회를 매질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속히 모든 문제가 잘 정리되게 하시고, 주님의 지혜 안에서 넉넉히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명성교회뿐만 아니라 노회·총회가 언젠가 주님을 마음껏 찬양하고, 감사해하는 회복의 날이 임하게 하소서."

참석자들은 명성교회와 관련한 103회 총회 결의 이행을 촉구하며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참석자들은 명성교회 불법 세습과 관련한 103회 총회 결의를 이행해 달라고 소리 내어 기도를 올렸다. △총회 재판국이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에 대한 재심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판결할 수 있게 △노회와 총회 임원회가 불법 세습 문제를 인정이나 관계에 매이지 않고, 교단 헌법에 기초해 공의롭게 처리할 수 있게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교회와 교단의 불의를 자복하니 우리를 회복해 주의 일들을 나타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예배가 끝난 뒤 김수원 목사는 취재진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다소 지친 상태지만 건강은 이상 없다며, 고난주간이 끝나는 4월 20일까지 금식 기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몸을 추스른 다음 불의, 잘못된 관행과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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