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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이에게

세월호 5주기, 창현 엄마의 편지

최순화   기사승인 2019.04.17  1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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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아!

너 없이 다섯 번째 봄을 보내고 있어.

특히 4월은 움츠리고 있던 온갖 생명이 나도 살아 있는 생명이라며 기지개 펴는 소리들로 소란스러워서 네가 없는 게 더 도드라져 보이고, 더군다나 4월 16일이 다가오면서는 초록 생명들의 생기와 네가 없는 공허함이 확연히 대비가 되어, 엄마 마음도 이랬다저랬다 정신이 혼란스럽다. 4월이 없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가, 4월이 없어지면 너희들은 어떻게 기억하나 싶어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잘 지내는 거지? 봄이 되면 비염이 더 심해져서 괴로워했었는데, 거기서는 괜찮은지 모르겠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에 집 아닌 다른 곳에서 숙박하게 되면 긴장이 돼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도 궁금하고…. 오늘이 4월 10일인데, 강원도에는 한겨울에나 볼 수 있는 폭설이 20cm 이상 내려 아름다운 설산을 만들었고, 나무에는 눈꽃이 활짝 피어서 장관이라고 해.

엄마도 사진 봤는데 완전 설국이더라고. 창현이에게도 보여 주고 싶다. 이 눈이 1주일 전에만 내렸어도 지난주 있었던 산불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안타깝다. 지난주에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에 산불이 나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거든. 네 친구들 중에도 소방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여기 있었다면 소방관이 되어 이번 강원도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을 수도 있었겠다. 이번에는 전국에 있는 소방차들이 출동을 해서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하니까 말이야.

창현아!

엄마가 몇 가지 사과할 일이 있는데 받아 줄래?

수학여행 가기 전날 밤 친구한테 옷 빌리러 가겠다는 너에게 화내서 미안해. 엄마가 삼디다스 추리닝 바지를 사 줬더라면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옷 빌리러 가겠다고 하지 않았을 거고, 그러면 엄마랑 다툴 일도 없었을 텐데…. 친구들은 다 있는 삼디다스 추리닝 바지도 안 사 줬으면서 빌리러 가겠다니까 화부터 내고. 엄마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창현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사과해야 할 건 뭐냐면, 네 중고등부 설교 노트에까지 잔소리 써 놓은 거. 네가 중고등부 예배 잘 드리게 한답시고 맨 윗줄에 말씀 적어 놓고, 또 설교 말씀 적어 오면 거기에다도 리플 달아 놓고…. 너를 격려하고 칭찬한다고 했던 것들인데, 어느 날인가는 그것도 잔소리로 여겼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너랑 같이 있을 때 엄마가 철이 들었어야 했는데…. 너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기보다 엄마가 잔소리하고 챙겨야 하는 존재로 인식했던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엄마의 사과, 받아 줄 거지?

울 아들 부둥켜안고 눈물 뚝뚝 흘리면서 실컷 울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꿈속에서라도….

창현이 없이 어떻게 사나 싶었는데 벌써 5년을 살아 냈네.

계절이 가든 말든, 해가 바뀌든 말든, 오로지 부모들은 진상 규명에 매달리고 있어. 2016년 말부터 시작된 촛불 혁명으로 정권을 바꾸어 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월호 진상 규명은 갈 길이 멀고 밝혀야 할 의문점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사람들의 기억에서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안타깝고 아쉬워. 304개의 우주가 사라진 사건인데, 그것도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며 가슴을 치던 사건인데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지. 부모들의 노력이 아직 부족한 걸까?

대한민국의 문제라는 문제는 다 세월호 안에 들어 있는 것 같고, 그만큼 걸려 있는 사람도 많고, 진실이 밝혀지면 곤란해지는 기득권층도 많아서 그만큼 저항도 큰 것 같아. 그렇다고 진실이 거짓에 묻히지는 않지. 정의는 살아 있는 생명 같은 것인데, 살아서 꿈틀대는 생명은, 살아서 꿈틀대는 정의는 반드시 언젠가는 그 생명력을 드러내고 말 거라고 믿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처럼 말이야.

엄마도 점점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 더 세다는 걸 느끼고 알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 없어도 실망하거나 때려치우지 않고 꾸준히 진실 찾는 길을 계속 갈 수 있는 것 같고…. 이 길을 계속 가다 보면 너도 만날 수 있겠지! 엄마는 그렇게 믿고 이 길을 계속 갈 거니까 너도 응원해 줘야 해. 알겠지?

요즘 엄마의 가장 큰 기쁨은 별을 관찰하거나 별 사진을 찍는 거야. 4월 첫날에 외할머니집에 가서 새벽까지 별을 보고 별 사진도 찍었는데, 찍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까 별똥별 떨어지는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어서 너무 기뻤어. 창현이가 화답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늘도 엄마의 간절함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말이야.

창현아!

엄마 아빠를 비롯한 416부모들의 가장 큰 소망은 너희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거야. 헛된 죽음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해서 원인이 되는 적폐들을 모두 없애고, 관련된 범법자들을 모두 처벌하고,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거밖에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다시는 너희들 같은 억울한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너희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인 거지.

이 거대한 목표를 향해서 묵묵히 갈 때, 가끔은 창현아! 지난번 외할머니의 집에서 사진 속에 담겨 줬던 별똥별처럼 그렇게 너도 함께하고 있다고 알려 줄래? 그러면 될 것 같아. 그럼 우리 또 별똥별로 만나자.

잘 지내.

2019년 4월 10일. 엄마.

4월 7일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 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는 창현 엄마 최순화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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