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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는 왜 퇴직금 세금까지 깎아 달라고 했나

언론·시민단체 비판 여론 거세…종교인과세TF "과세 시행 보완일 뿐, 정치적 목적 없어"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9.04.10  17: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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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개신교계가 종교인 과세 문제로 또다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2017년 말에는 목회 활동비 비과세 때문에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퇴직금이다.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월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이, 사실상 종교인 중 개신교 목회자, 그중에서도 억대의 퇴직금을 수령하는 목사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종교인 과세 자체가 특혜라며 폐기 요구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던 한국납세자연맹(김선택 회장)은 이번 개정안을 "종교인 퇴직소득세 특혜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4월 2일 청와대 국민 청원 시작을 알리며 "납세자의 성실 납세 의식을 저하시키고 민주주의를 한 단계 후퇴시키는 종교인 퇴직소득세 특혜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언론들도 이 법이 통과할 경우, 일부 목회자가 일반 근로소득자보다 수십 배 세금 특혜를 받을 것이라며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KBS는 2018년 12월 말까지 30년간 일하고 퇴직금 10억 원을 받는 직장인과 성직자를 비교했다. 이 법안대로라면 목회자는 3300만 원만 과세 대상 소득으로 인정돼, 소득세는 500만 원에 그친다. 반면 근로소득자는 10억 원이 과세 대상 소득으로 인정돼 1억 50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30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4월 4일 사설에서 개신교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현재의 개정안대로 입법되면 특혜가 일부 대형 종교 단체에 집중된다. 대부분 소형 교회에 소속된 종교인들은 적립한 퇴직금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교회 소속 종교인의 경우에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으면서 비과세 혜택까지 누리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일부 대형 교회와 종교인을 위한 특혜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는 리얼미터에 4월 2일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응답자 505명 중 65.8%가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했다. 지역·연령과 선호 정당과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JTBC가 4월 2~8일 자사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비공식 여론 조사에서도 1069명 중 981명(91%)이 법안에 반대했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와 실시한 4월 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65.8%가 종교인 퇴직소득세 기준 완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이나 연령,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 반대 여론이 높았다. 리얼미터 갈무리

한기총·한교연·한장총 중심 TF
"퇴직소득도 2018년 이후부터 과세" 청원
정부 "개신교 대표성 있는 대화 단체" 인정

2월 초 발의된 법안은 3월 말 심사에 들어가면서 세간에 알려졌고, 교회가 또 특혜를 챙기려 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비판 여론에도 1차 관문인 국회 기재위를 이견 없이 통과했고, 4월 3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 등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아 일단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여·야를 초월해 의원 10명이 법안을 발의한 데는 한국 보수 개신교계의 요청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보수 연합 기관 중심으로 2017년 8월 구성된 '종교인과세공동대응TF'(종교인과세TF)가 '개신교 대표 단체'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과세TF는 작년 11월 27일, 목회자들의 퇴직금에 대한 과세도 2018년 1월 1일 이후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청원을 올렸다.

정부는 종교인과세TF를 대표성 있는 대화 상대로 여기고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3월 2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김병규 세제실장(기획재정부) "서헌제 외 4인이 (퇴직소득에 대한) 청원을 했다"고 말했다. 서헌제 교수(중앙대 명예)는 종교인과세TF 전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광림 의원이 "이들이 기독교 대표성이 있는 단체냐"고 묻자, 세제실장은 "대표성 있는 단체다. 종교인과세협의회를 구성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단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종교인과세TF가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라고 볼 수는 없다. 애초에 개신교 진보 진영에서는 종교인 과세에 찬성해 왔기 때문에 정부와 논쟁할 이유가 없었다. 보수 진영의 극렬한 반대로 구성된 TF이기 때문에, 이들은 기본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입장이며 세금을 내더라도 최대한 덜 내는 방향을 추구한다.

이번 법안은 한기총 등 보수 교계 중심으로 결성된 '종교인과세TF'의 청원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8월 김동연 부총리(왼쪽에서 네 번째)는 엄기호 한기총 대표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을 만나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번 퇴직금에 대한 과세를 주장한 이유에 대해, 종교인과세TF는 과세 시행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보완 입법의 일환일 뿐이라고 밝혔다. TF 핵심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2018년 1월 1일 이후 소득부터 '공식적'으로 과세를 시행하는 만큼, 퇴직금에 대한 세금도 당연히 2018년 1월 1일 이후분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급 과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퇴직한 성직자와 2018년 이후 퇴직한 성직자 사이의 불평등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극단적인 예로, 20년을 시무하고 2017년 12월 31일 퇴직하면서 퇴직금 1억 원을 받은 경우 전액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2018년 1월 1일 퇴직하면서 1억 원을 받은 경우는 단 하루의 시차로 전액이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형평성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과 사회가 이상한 프레임으로 교회를 욕먹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종교 간 불평등 초래, 특정 대형 교회 눈치 보기 법안, 총선용 선심성 법안 같은 얘기를 하는데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 갑자기 이상한 프레임을 들고나온다"고 말했다. 형평성 때문에 개정을 청원했지, 다른 정치적 목적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종교인과세TF의 주장에 동의했다. 김병규 세제실장은 3월 28일 조세소위에서 "지금 퇴직하는 종교인들이 과거부터 축적한 퇴직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 않느냐는 지적에 공감하고 정부도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4월 3일 법사위에서 "형평상의 문제가 일부 제기된다고 보지만, 전체적으로 국회 4당이 같이 의견을 합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TF 관계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원만하게 처리될 줄 알았는데 여론의 반발로 지연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국회에서 4월 안에 (퇴직소득에 대한) 입법을 완료해 줘야, 2018년 1년간 퇴직금을 받은 목회자들이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수 있다. 법안을 처리해 주면, 교계에서도 목회자들이 확정신고 기한인 5월 내로 다 마칠 수 있도록 '납세 완료 운동'을 추진하는 등 보조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이전에도 과세했다"
전별금·퇴직금 25억 중 10억 세금 추징 사례도
"교회가 사회 납득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종교인 과세를 2018년 1월 1일부터 시작했으니, 그 전 소득에 대한 퇴직금에 과세하면 안 된다는 TF의 주장은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는, 종교인 과세가 2018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되짚었다. 그전에도 과세 근거가 있었지만, 과세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4월 9일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국세청은 종교인들의 2018년 1월 1일 이전 소득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면 과세해 왔다"고 말했다. 만일 2017년 퇴직한 한 목회자가 퇴직금을 받고서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누군가 세무서에 제보하면, 세무 당국은 과세해 왔다는 것이다.

최호윤 회계사는 "손대면 피곤하고 힘드니까 조용히 넘어왔을 뿐, 그동안 문제가 되어서 과세한 경우가 많다. 조세심판원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한 사례나 유권해석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충현교회 김성관 목사는 2013년 4월 은퇴 당시 교회에서 퇴직금과 은퇴 공로금 등으로 총 25억 원을 받았다. 자금 출처를 수상히 여긴 국세청은 1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김 목사는 조세심판원에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 관행이 있다며 이의를 청구했으나, 조세심판원은 이를 기각했다. 조세심판원은 "헌법상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가 있고, 소득세법에서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를 규정한 내용도 없다. 과세 관청이 종교인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의사 표명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최호윤 회계사는 이번 개정안만 문제가 아니라 보수 교계가 세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옳은 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여론이 나빠져서 등 떠밀리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교회가 세금 문제에 있어, 사회에서 납득할 수 있는 쪽으로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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