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호 목사가 시무하는 여수은파교회가 청년을 징계했다. 동성애를 옹호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교인 자격을 박탈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여수은파교회(고만호 목사)에 다니는 30대 청년 김성인 씨(가명)는 3월 24일 일요일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모르는 번호로 온 메시지에는 징계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성인 씨에 대한 당회의 결정
김성인 씨는 교회 정관 제6조 2, 3, 4항 및 시행세칙 제2조 1항 5), 8)에 의거하여 교인 지위를 상실시켰음을 알려드립니다. 교인 지위 상실로 인하여 교회 출입 금지와 성도들과 접촉을 금지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당회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교회 정관과 시행세칙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도 몰랐다. 그나마 '교회 출입 금지'와 '성도 접촉 금지' 정도만 이해가 됐다. 문자 한 통에 만감이 교차했다. 4월 6일 전남 여수시 모처에서 기자를 만난 김 씨는,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이 왜 징계를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17년 8월부터 여수은파교회에 출석했다. 우연히 갔다가 말씀과 찬양에 은혜를 받아 새 가족으로 등록했다. 당시 고만호 담임목사와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들은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 씨는 "목사님이 '예수님주의로 살아라. 청년부 활동을 열심히 하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무난하게 신앙생활을 해 온 김 씨는, 올해 2월 24일 고만호 목사의 5·18 폄하·왜곡 설교 논란과 함께 교회의 표적이 되다시피 했다.

고만호 목사는 3·1 운동을 주제로 설교하던 도중 5·18 민주화 운동 이야기를 꺼냈다. 5·18 당시 시민군·계엄군 할 것 없이 폭력이 있었으며, 시민군이 교도소를 습격했다고 발언했다. 부적절한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여수은파교회는 발칵 뒤집혔다. 설교 내용이 기사화됐고, 고 목사를 규탄하는 시위까지 열렸다. 자숙해야 할 교회는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그리고 김 씨를 이번 사건 배후로 지목했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당일(2월 24일)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교회 전도사에게 '설교 도중 5·18 관련 발언이 나왔는데 이상하더라. 교인들이 그 설교를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고만 이야기했다. 이후 <뉴스앤조이> 보도가 나왔고, 교회 부목사가 나한테 '<뉴스앤조이>에 제보했나. <뉴스앤조이>와 친한가'라고 물었다. 내가 '아니다'고 하자 화를 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스앤조이>에 고만호 목사 설교를 제보한 사람은 김 씨가 아니다. 제보자 신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뉴스앤조이>는 김 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설교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후 여수은파교회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설교를 확인했다.

논란은 담임목사가 자초했는데, 교회는 김성인 씨를 문제 삼았다. 한 부목사는 3월 19일 김 씨에게 "사람을 죽이고 학살한 전두환 그 사람한테는 항의해 본 적 있느냐. 한마디도 못 하면서 우리 목사님 5·18 발언만 문제 삼느냐. (발언이) 폄하됐고 잘못됐다는 걸 증명해 보라"고 따졌다. 또 다른 부목사는, 다른 교회에서 목회하는 김 씨의 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거듭되는 압박에 김 씨는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가, 생각이 바뀌어 다시 내렸다. 김 씨는 기자에게 "교회 부목사가 아버지를 찾아갈 줄 몰랐다. 너무 부담이 컸다. 마치 내가 큰일을 저지른 것 같아서 사과문을 올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잘못한 게 없었다. 언론사에 제보한 사람도 내가 아니다"고 말했다.

5·18 단체와 광주·전남NCC는 3월 21일 여수은파교회 앞에서 고만호 목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김 씨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수은파교회 당회는 3월 24일 김 씨를 징계했다.

문자로 '교인 지위 상실' 중징계 통보
"그 애가 철이 없어서…출입 정지한 것"
고만호 목사는 취재 거부

여수은파교회는 '교인 지위 상실'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정작 당사자에게는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해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 <뉴스앤조이>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묻자, 교회는 공고문 한 장을 보여 줬다.

공고문에는 "위 사람은 교회 설립 목적과 입장에 반한 동성애 옹호자로 지속적인 담당 교역자의 권면에도 불구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해 왔다"고 나와 있었다. 이어 "아울러 설교에 불만을 품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교회를 혼란케 한 후 사과의 뜻을 표했으나, 집회와 시위 등 언론을 통해 다시 교회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에 본 교회 당회는 정관 및 시행세칙에 의거 김성인 씨의 교인 지위를 상실시키며 교회 출입을 금한다"고 했다.

'동성애 옹호자'라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말에, 교회 관계자는 "(김 씨가) 이미 카카오톡과 지속적인 SNS 활동으로 동성애 옹호론자임을 게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김 씨의 페이스북에는 '퀴어 퍼레이드 반대' 시위 영상 두 편과 성공회 무지개 묵주를 구입한다는 게시물만 나와 있다. 카카오톡에는 세월호 리본 사진과 문재인 대통령 관련 사진이 주를 이뤘다.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해, 교회 관계자는 "(김 씨가)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을 부인했다. 설교를 외부에 유출해 사과해 놓고도 언론 활동에 가담했다"고 했다. 그러나 고만호 목사의 설교는 5·18 발언이 문제가 되기 전까지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었다. 이번에 논란이 일자 회원제로 바꿨다.

이번 논란은 고만호 목사 발언에서 시작했다. 고 목사의 진심 어린 반성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가 4월 7일 여수은파교회 앞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성인 씨는 징계 과정에서 제대로 해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당회는 김 씨를 직접 조사하지 않은 채 징계했다. 한 장로는 4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담당 목사들이 (김 씨를) 몇 번 만나 권면했다. 당회 차원에서 그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교회법을 어기고 담임목사님 설교 내용을 밖에다가 유포한 건 잘못된 것이다. 장로들이 (직접) 만났다면 그 애를 혼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라도 당사자 해명은 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그 문제를 떠나 우리는 교회법 절차를 따랐다. (김 씨는) 교회에 사과를 한 번 해 놓고도, 외부 시위하는 사람과 행동을 같이했다. 교회에서 용납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장로는 "그 청년을 징계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사과했으면 자중해야 하는데, 교회가 협박해 사과했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런 와중에 외부 집회를 도우니까, 교회에서는 은혜가 안 되는 거다. 그 애가 철이 없다. 그래서 출입 정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5·18 발언 논란의 당사자 고만호 목사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교회를 직접 찾아갔지만 고 목사를 만날 수 없었다. 고 목사는 통화에서 "다음에 이야기하자. 기자와 대화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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