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열방교회(송영찬 목사)는 프랑스 파리(Paris)에 위치한 한인 교회다. 파리의 여러 한인 교회와 다르게 한국이 아닌 현지 개신교단 소속이다. 20년 전 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담임목사로 시무해 온 송영찬 목사는, 프랑스에 법철학을 공부하러 왔다가 부르심을 받고 현지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목사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열방교회는 프랑스 유학을 꿈꾸며 관련 자료를 찾는 이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교회는 유학생 지원 사역의 일환으로 프랑스 정보 커뮤니티 '울랄라파리'를 운영해 왔다. 최근 몇 년간 파리 정보만 집중적으로 올리는 '파리와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각 커뮤니티 운영자는 교회 전도사들이고, 올라오는 질문에 답해 주는 사람도 교인들이다.

교회는 도심 한복판에 있어 주요 관광지와도 가깝다. 유학 정보 커뮤니티와 박람회 등으로 연결된 한인들은 자연스럽게 파리열방교회를 찾아왔다. 한때 출석 인원 250명으로, 파리 한인 교회 중 규모가 큰 교회 중 하나이기도 했다.

겉으로 보면 젊고 역동적인 교회 같았지만 20년 역사는 속에서부터 썩어 있었다. 파리열방교회는 지난 1월 교인 8명을 출교했다. 송영찬 목사의 독단적 교회 운영, 반복되는 거짓말과 부도덕함, 가정 폭력 등을 알게 된 몇몇 교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교회 지도부는 이들을 신천지라 규정하고 하루아침에 교회에서 내쫓았다.

교회의 비상식적 조치에 염증을 느낀 이들도 교회를 떠났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교인들의 대거 이탈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뉴스앤조이>는 파리열방교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취재하기 위해 2월 말 파리 현지를 직접 방문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프랑스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MIVILUDES(La Mission interministérielle de vigilance et de lutte contre les dérives sectaires)라는 기관이 있다. 모든 정부 부서가 상호 협력해 어떤 집단의 광신적 일탈 행동을 수집·감시·견제하는 기구다.

MIVILUDES는 특정 종교 교리의 이단성을 판단하는 곳은 아니다. 다만 한 집단이 멤버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거나,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어 상부에 절대복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반복적 세뇌를 통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노동력을 착취하는 등 반사회적 성향을 띨 때 제재를 가하는 곳이다. 경찰·검찰·지방정부 등과 협력해 전국 각지에 제보 창구를 마련해 놨다.

파리열방교회를 떠난 일부 교인은 교회가 MIVILUDES에서 제시하는 문제 집단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로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파리열방교회에서 20대를 보내고 이제야 잘못된 걸 깨달은 교인들은 교회 운영의 문제점을 정리해 MIVILUDES에 제보했다. 현재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제보 내용은 파리열방교회가 △교인들 생업을 그만두게 만들어 사회와 점차 격리된 삶을 살게 하고 △교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는 반인권적 시스템으로 교인을 관리하며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는 피라미드 구조로 유지되고 △교회가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자원봉사' 명목으로 교인을 참가하게 해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것 등이다.

프랑스는 정부에서 특정 집단의 광신적 일탈 행위를 감시, 견제한다. 파리열방교회를 떠난 일부 교인은 교회의 문제점을 정리해 MIVILUDES에 제보했다. MIVILUDES 홈페이지 갈무리

신천지를 탈퇴해 파리열방교회에 정착했으나 다시 신천지로 몰려 출교된 F는 "교회를 운영하는 방식을 보며 신천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천지에 몸담고 있으면 가족과 멀어지는 건 기본이다. 사회에 나가서 열심히 일하라고 하지만 교회 일만 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순종을 강요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믿음이 부족한 사람으로 모든 사람 앞에서 낙인찍는다. 파리열방교회도 같은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

"송영찬 목사와 류 전도사 말 절대적
독선적·권위주의적 교회 운영
교회 재정도 불투명
해외서 들어오는 돈 얼마인지 몰라"

파리열방교회는 프랑스침례교단 소속이다. 침례교회는 개교회에 자치권을 주는 회중 교회를 지향한다. 당회 권한이 막강한 장로교회와 달리 사역자와 평신도가 동등한 권한을 갖는 게 회중 교회 원칙이다. 송영찬 목사와 류 아무개 전도사는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우리 교회는 회중 교회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해 왔다.

교단과 교회의 관계도 시찰회-노회-총회로 구성된 장로교회와 다르다. 교단과 교회는 상호 협력 관계에 가깝다. 파리열방교회는 교단 리더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주기적으로 목사들을 초청해 부흥회를 열었고, 8·15 파리 기독 대성회 등 굵직한 외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들을 초청해 순서를 맡게 했다. 교단 사무총장 드후 목사 역시 "파리열방교회와 송영찬 목사는 교단에서 인지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송영찬 목사는 별다른 외부 견제 없이 교회를 운영할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교회 중직자에 속하는 '안수집사'도 모두 송영찬 목사가 지명하는 구조다. 전도사들도 송 목사가 교인이었던 사람을 권면해 세웠다. 현재 릴열방교회를 담당하는 이 아무개 전도사와 파리열방교회 류 아무개 전도사는, 프랑스에 신학이 아닌 다른 학문을 배우러 유학을 왔다가 송 목사 권유로 사역자가 됐다.

송영찬 목사는 교인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가 만난 교인들에 따르면, 파리열방교회는 송영찬 목사를 꼭대기에 두고 류 전도사, 송 목사 누나인 송 아무개 선교사, 안수집사, 사랑장, 목장, 교인 순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구조다. 교회를 떠난 이들은 송 목사와 류 전도사 말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된 각종 의혹에도 두 사람이 나서서 설명하면 모두가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재정 보고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종교와 국가의 분리를 명시한 '1905년법'(la loi de 1905)은, 프랑스에 등록된 종교 단체는 교인들에게 교회 재정, 운영 등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교인들은 파리열방교회가 외부 기관이나 타 교회에서 해외 송금을 통해 들어오는 선교 헌금은 교인들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주 주일예배 헌금만 집계해 공개하고, 이마저도 일부 교인에게만 공개했다. 한 해 교회 예산이 얼마인지 아는 교인은 없었다.

유학 정보 커뮤니티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교회로 연결
학업보다 사역·선교 우선순위
불법체류하며 교회 일 매진

송영찬 목사와 류 전도사의 입김은 교인들 미래까지 좌지우지했다. 파리열방교회에는 유학 정보 커뮤니티 '울랄라파리', '파리와비', 서울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한 유학 박람회 등을 통해 발을 디딘 유학생이 많았다.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한국에 돌아가는 교인에게 박수를 쳐 주는 보통의 한인 교회와 달리, 파리열방교회는 교회 사역과 선교에 전념하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학업을 그만둘 것을 권유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교회를 다닌 J는 공부를 위해 프랑스에 왔다가 파리열방교회를 만났다. 그는 파리열방교회에서 뜨겁게 하나님을 만났다고 했다. 하나님을 믿은 것도 처음, 교회를 다닌 것도 처음이었다. 교회는 모두 파리열방교회 같은 줄 알았다.

J는 기자에게 "어느 날 송영찬 목사가 학업을 그만두고 교회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했다. '학업을 그만두라'고 강제하지는 않았지만, 초심자에게 송 목사 말은 그냥 흘릴 수 없는 것이었다. 송 목사가 나에 대한 특별한 소명을 받은 줄 알았다. 그때 학업을 그만두고 프랑스어 과외 등으로 아르바이트하면서 7일 중 6일은 교회 일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이번 출교 사건으로 교회를 떠난 K 역시 울랄라파리가 제공하는 픽업 서비스를 통해 파리열방교회 사람을 만났다.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프랑스에 온 K는 파리열방교회가 운영하는 불법 선교관에 살면서 학업을 마쳤다.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박사과정에도 합격해 학업을 시작했지만 이내 그만뒀다. 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사 준비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학업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느냐는 류 전도사 말에 흔들렸다.

파리열방교회에는 J와 K같이 교회 일 혹은 아프리카 선교에 투신하겠다며 학업을 그만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교인들은 학업을 위해 프랑스를 찾았지만 "교회를 위해서"라는 사역자들 말에 학업도 제쳐 두고 교회 일만 했다. 교회가 운영하는 파리 유학 정보 커뮤니티 '파리와비'를 통해 교회에 출석한 L 역시 교회 사역에 투입됐다.

L은 기자에게 "수업 때문에 교회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송 목사와 류 전도사는 모든 사람 앞에서 나의 영적 수준을 문제 삼았다. 같은 목장 구성원들 앞에서 인격을 모독하고 죄책감이 들게 했다. 성공적으로 신앙생활하지 못한 실패자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파리열방교회는 프랑스 유학 정보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유학생들을 교회로 안내했다. 파리열방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학생 자격으로 체류증을 받았던 사람들은 학업 결과가 없으면 다음 해 체류증을 갱신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불법체류자로 살면서 교회가 권유한 불법 민박, 숙박 공유 등을 하며 교회 일에만 매달렸다.

매달 열리는 대외 행사, 일주일에 하루 이틀 빼고 돌아가는 각종 프로그램을 위해 헌신한 교인들은 자기 삶을 돌볼 수 없었다. 교회 행사나 예배, 모임에 빠지면 이내 "믿음이 부족한 사람", "교회보다 세상을 더 좋아하는 사람",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돌아왔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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