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그리스도인들은 사도신경을 통해 '예수의 부활'과 '몸의 부활'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부활'은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이다. 그러나 부활을 믿는 것이 우리 일상에 어떤 변화를 주는가 물었을 때, 속 시원하게 대답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책은 부활 신앙과 그리스도인의 일상을 연결하고 있다.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생각하는 사순절을 지나는 중이다. 다가오는 부활절을 앞두고, '부활'을 묵상하도록 돕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 1932~2018)의 묵상집 <일상, 부활을 살다>(복있는사람)와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 1950~)의 설교집 <삶을 선택하라 - 성육신과 부활에 관한 설교>(비아)다.

<삶을 선택하라 - 성육신과 부활에 관한 설교>(비아)와 <일상, 부활을 살다>(복있는사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부활의 놀라움으로 일상을 깨우는 신앙

지금 여기서 부활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예수의 부활은 그리스도인이 일상을 살아가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일상, 부활을 살다>는 이 같은 질문에 하나의 대답을 제시한다. 교회와 신앙인 곁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해 서성이는 어색한 손님"(<일상, 부활을 살다>, 11쪽) 같은 존재로 빈약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활이, 사실은 기독교적 영성 형성의 기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영성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유진 피터슨의 사상은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이라는 말로 정리되고는 한다. 이 책은 그 영성을 부활이라는 키워드로 풀어 간다. 일상 영성의 중심 자리에 부활이 놓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부활에 참여하는 신앙인으로 생명력 있게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한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처럼 우리의 일상과 평범함을 조건으로 포괄적 의미의 기독교적 삶을 회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천적 영성의 회복이다. 그것은 수련회에 간다거나 강연회에 참석한다거나 혹은 특별한 집회에 가야만 실천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바로 우리 가정과 일상적 삶 속에서 실천되는 부활의 영성인 것이다." (129쪽)

이 책은 '옮긴이의 글'과 부록 '<메시지성경>으로 읽는 부활 이야기'까지 포함해도 160쪽 정도로 얇은 묵상집이다. △부활의 경이 △부활의 식사 △부활의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내용을 전개한다.

저자는 신비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서 반복되는 노동과 일터의 삶을 부활의 경이로움으로 일깨우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충분한 안식과 침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식과 침묵하는 가운데 잃어버린 부활에 대한 경이로움을 되찾아, 식탁 앞 같은 일상의 자리에서 마음의 태도와 습관을 훈련하면서 살아갈 것을 요청한다. 부활 신앙을 품은 '부활절 공동체'로 함께할 친구들이 필요하며, 이를 확인해 주는 세례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안식일은 분명 이윽고 깜짝 놀라 열린 눈으로 부활의 경이를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일손을 멈추고 침묵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서서 혹은 앉아서 놀라움과 열린 마음으로 우리 너머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 때, 우리의 영혼은 우리가 만들어 낼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바로 그것에 의해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다. 우리는 일과 일터라는 기반과 정황 속에서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하고 계시는 바로 그 일에 응답하며 그 일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스도인들은 이것을 부활이라 부른다." (59쪽)

"함께하는 식사에는 종종 드러나지 않고 또 우리가 볼 수도 없는, 희생이라는 체험이 진하게 스며들어 있다. 하나의 생명이 희생되어 다른 이의 생명이 유지되는 것이다. 당근, 오이, 생선, 오리, 양, 송아지 등 식물과 동물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생명이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주고받음을 통해 일어나는 복잡한 희생의 세계에 개입하게 된다. 한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먹여 살린다. 우리는 결코 자족적인 존재들이 아니다. 우리는 생명을 먹고 살며, 이 생명은 밖에서 우리에게 주어진다." (92쪽)

<일상, 부활을 살다> / 유진 피터슨 지음 / 권연경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160쪽 / 1만 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작은 몸부림으로 증언하는 부활

<삶을 선택하라>는 신학자 로완 윌리엄스가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수장 캔터베리대주교로 활동한 2002~2012년 했던 성탄절 설교 10편과 부활절 설교 11편을 모은 것이다. 로완 윌리엄스는 부활이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모든 생각의 풍경을 바꾸는 사건이며, 성육신과 성탄이 이 부활을 가능하게 한 '하나님과 인간의 신비로운 결속'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갈 때 생명력 있게 하는 것, 우리 삶을 의미 있게 하는 중심에 부활과 성육신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 담긴 21편의 설교는,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 인류 역사에 대한 이야기와 극심한 가난, 실업 문제, 테러에 대한 불안, 낙태, 인종차별 등 사회 이슈를 외면하지 않는다. 공적 사안을 놓치지 않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극심한 기아 문제나 치열한 영토 분쟁으로 발생하는 각종 비극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세계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책은 숫자로 이해득실을 따지고 힘을 내세우는 권력 지향의 사회와 체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하나님이 힘의 논리로 세상을 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긍휼과 희망이 담긴 작은 몸부림을 원하신다고 이야기한다. 구원자는 한 국가나 사회에 황금기를 가져오는 권력자가 아니라, 가난하거나 위협에 노출돼 있는 난민 같은 모습으로 세상 속에 숨어 있다고 말한다. 개개인의 그리스도인이 성육신과 부활의 복음을 통해 어떻게 이웃과 세계를 향해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지 차분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진리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과학적 증거와도 같이 결정적인 한 방을 통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다룬 긴 이야기가, 이를 신뢰하는 공동체의 삶이라는 더 긴 이야기가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임으로써 우리는 부활의 메시지가 진리임을 알아 갑니다. 결국 부활이 진리임을 깨닫게 하고 익히게 하는 것은 그 진리를 살아 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삶, 벽이 창이 되는 순간의 가장자리에서 삶을 일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 삶을 선택하라>, 248쪽)

"하나님께서 존재하시고 활동하신다면, 그분의 뜻과 그분의 활동이 예수를 죽음에서 일으켰다면 이 세계의 미래는 우리 인류의 생각과 행동에만 달려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지식과 힘을 쏟아부어 화해와 정의를 위해 분투해야 합니다. 그러나 화해와 정의가 이뤄진 미래는 오로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습니다. 물론, 이는 우리의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우리를 뒤로 물러나 앉게 할 핑곗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언젠가 파스칼(Blaise Pascal)이 말했듯 예수께서 고통 속에 계시는데 우리가 잠들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249쪽)

<삶을 선택하라> / 로완 윌리엄스 지음 / 민경찬, 손승우 옮김 / 비아 펴냄 / 256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두 책은 부활을 증명하려거나 논증하려고 하지 않는다. 부활을 묵상하고 되새기고 살아 내기 위한 책이다. 두 사람의 부활 묵상이 만나는 교차점에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드러내 보여야 할 영성이 자리하고 있다.

두 책이 말하는 세상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전혀 다른 스케일과 세계관으로 각자의 주장을 풀어놓는 느낌이다. 유진 피터슨이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주변의 삶을 신앙으로 돌아보게 만든다면, 로완 윌리엄스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를 높은 데서 내려다보듯이 조망하면서 이 거대한 세상 가운데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유진 피터슨은 하루하루 이어지는 실천 가운데 기독교적 영성을 어떻게 가까이 있는 공동체와 함께 형성해 나갈 것인가에 주목한다. 반면, 로완 윌리엄스는 세계 도처에 있는 각종 비극과 아픔을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전체 인생 여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주목하고, 사회 전체와 세계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향해 연대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두 책은 모두 복음, 부활이 가져다주는 경이로움, 놀라움의 감각을 회복하라고 말한다. 부활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하나님이 생명을 창조하셨고, 모든 것을 살리실 수 있으며, 비극으로 점철된 이 땅을 새롭게 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신앙고백이다.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부활 신앙을 이 땅에서 얼마나 잘 구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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