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008년 4월 형제회 모임에서는 교회 정관 이야기도 나왔다. 지방 한 소도시에서 가장 큰 ㄴ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B 목사가 '교회 정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ㄴ교회는 모임 4개월 전인 2007년 12월 말, 공동의회에서 정관을 제정했다. 모임에서 나온 발언들은,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이 교회 운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

B 목사는 "목사 마음대로 한다는 소리를 안 들으려고 당회 중심으로 목회했더니 장로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내 다음 세대에 (담임목사가) 저 장로들을 데리고 어떻게 목회를 하겠냐 (싶어서) 물오를 때 뭔가를 해 놔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 목사는 "아무리 좋은 장로 10명이 있어도 꼴통 하나 감당 못 한다"며 장로 임기제를 교회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시무 7년 차마다 공동의회에서 재신임을 묻도록 했다는 것이다.

B / 우리 교회 정관이 17장 114조로 A4 18페이지 정도 돼요. 요지가 뭐냐 하면, 지금 당회가 입법·사법·행정을 다 쥐고 있고 그것마저도 부족해서 초법적 행동을 합니다.(목사들 웃음) 아무리 좋은 장로 10명이 있어도 꼴통 하나를 감당 못 하니까, 이거는 공동의회에서 정리를 해 줘야 해. 입법기관이 정리를 해 줘야 해. 교회 장래를 생각해서, (교단 헌법에) 7년 만에 시무를 물을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까 그 법을 적용해서 우리는 (재신임투표를) 하겠다고 했어요.

B 목사가 말한 장로 임기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헌법 13장(장로 집사 선거 및 임직) 4조(임기)를 말한다. 이 조항은 "치리 장로, 집사직의 임기는 만 70세까지다. 단, 7년에 1차씩 시무 투표 할 수 있고 그 표결 수는 과반수를 요한다"고 돼 있다.

B 목사는 교계 학자들에게 의견을 구해 자신이 초안을 직접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리에 참석한 목사들에게, 장로들 반발을 피하면서 안건을 통과시키는 '비법'도 알려 줬다.

B / 이게(정관이) 워낙 두꺼우니까 장로들이 "아, 그냥 목사님 잘해 오셨겠죠. 그냥 통과합시다" 그러더라고.(목사들 웃음) 이게 (다 읽어 보기가) 너무 갑갑하니까. 그래서 (양이) 많아야 하겠더라고 보니까.

A / 목사님, 그러면 목사님이 정관을 직접 준비하셨어요? 장로님들은 개입 안 하고?

B / 예, 개입을 안 시켰습니다.(목사들 웃음) 내가 전문가들 찾아다니고 여러 가지 (조사)해 가지고 했는데, 정관을 누가 만들겠어요? 그것들이 만들겠어요?(목사들 웃음)

A / 저는 지금 장로님에게 맡겨 놨는데.

B / 그런데 장로님에게 맡겨 놓을 때, 자료를 줄 때 우리 교회 같은 것을 줘야 돼요.

오정현 / 그렇지.

B / 그리고 사랑의교회 같은 경우를 줘야 해. 7년 하고 (일선에서 물러난다) 뭐 이런 거. (목사들 웃음) 다른 거 갖다 주면 안 돼요. 우리처럼 만들어진 정관은 대부분 그렇게 돼 있어요. 그리고 정관이 두세 장 정도가 아니에요.

오정현 / 내가 보니까 목사님. 교회를 개척해서 자라는 교회는 정관이 거의 없어야 해. 그러니까 이리 꿰도 되고 저리 꿰도 되고 두루뭉술해야 해. 또 자라는 교회는 당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나는 1000명 될 때까지 당회 안 했거든. 그러니까 규약이 가능하면 없어야 해. 규약이 있을수록 규제를 받아요. 힘들어요. 그런데 내가 볼 때 목사님 교회처럼 안정이 되고, 이제 재산권이 있기 시작하고, 교회가 이렇게 됐을 때는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네. 그러니까 하여튼 교회가 자랄 때에는 뭐가 많으면 안 돼. 그게 코 꿴다고. 목사님처럼 안정되고 재산 문제가 들어가고 (하면 만들어야 해). 목사님 교회도 이제 몇백억 되죠?

B / 예, 그렇죠.

오정현 / 아, 그러니까 꼭 돈이 생기면 마가 끼어요.

B 목사는 교단 헌법에, 목사는 정년만 있을 뿐 장로와 같이 재신임 규정이 없으므로 임기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건축이나 개척 이외의 업무는 당회장이 재량껏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고 했다. 장로의 권한은 축소하고 담임목사 권한은 강화한 것이다.

B / 임기제 도입하려니까 그러더라고. "그럼 목사님도 7년마다 해야 하지 않냐." 그래서 학자들한테 자문했죠. 그랬더니 목사는 노회 소속이기 때문에, 교회 정관에 (규정해 놔도) 이거는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목사들 웃음)

그리고 또 중요한 게, 현재 당회에서 의논해야 할 사안들이 전부 두루뭉술하게 돼 있잖아요. 그러면 이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예요. 그래서 목사가 먼저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말하면 당할 장사가 없어요. 예를 들면 헌금 수집하는 것은 당회 직무에 속하잖아요. 그러면 교회를 개척하거나 건물 짓는 헌금 이외에는 모두 당회장에게 일임한다(고 하면 돼요). 그러니까 당회에서 결의할 수 있는 거를 몇 개만 딱 뽑아 놓는 거야, 중요한 거. 그 외에는 전부 당회장에게 일임해서 처리하도록 한다.

B 목사는 자기 후임을 위해 정관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로들은 목사 혼자 마음대로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개척해서 세례 주고 안수해서 장로를 세운 사람이더라도 당회 하는 게 이렇게 힘든데, 나 다음 세대 목회자들이 어떻게 목회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2018년 10월 사랑의교회가 새 장로 7명을 선출하고 임직식을 여는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좋은 장로 10명이 있어도 꼴통 장로 하나는 못 당한다"는 말에 오정현 목사도 "천하 교회가 다 똑같다"며 공감했다. B 목사는 이렇게 정관을 제정해 놓으니 장로들이 순순해졌다고 말했다. 혹여라도 밉보이면 재신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목사들은 B 목사에게 감탄하며 교회 정관을 나눠 달라고 말했다.

오정현 / 10명의 좋은 장로가 꼴통 장로 하나 못 당한다, 그건 뭐 다 공감하는 거지. 그거는 천하 교회가 다 똑같아.

B / 예. 그런데 정관이 딱 통과되고 난 다음에 장로들 태도와 자세가 달라졌어요. (목사들 웃음) 예배 참석, 순종하는 거 전부 달라졌어요. 이제 표 얻어야 하니까.

오정현 / 아, 표를 얻어야 하니까.

B / 예, 이런 헌법이 어디 있습니까? 한 번 장로 되면, 장로 됐다고 70세까지 어떻게 합니까?

오정현 / 아, 정말. 목사님 정말.(목사들 웃으며 박수)

C / 아니, B 목사님. 복사본 1부씩 돌려요.(목사들 웃음)

오정현 / 나중에 우리 형제회는 돌려 줘요.

사랑의교회는 '운영장로' 제도를 두고 있다. 만 63세가 되거나 시무 7년을 채우면 행정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오정현 목사는 이 제도가 있기에 당회가 겨우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사랑의교회 정관 제정안 갈무리

7년 임기제 하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이렇게 해야 당회 움직여"
2014년 '목사 권한 강화' 정관 바꾸려다 실패

B 목사는 다른 목사들에게 "사랑의교회 같은 경우를 알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교회가 오래전부터 시행 중인 '운영장로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사랑의교회에서 정년(70세)이 되지 않은 장로는 모두 '치리장로'(시무장로)이지만, 장로들은 그 안에서 '운영장로'와 '사역장로'로 나뉜다. 처음 임직되면 '운영장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들이 각종 주요 사안을 도맡는다. 운영장로들은 임직 후 7년을 초과하거나 나이가 63세를 넘을 경우 사역장로로 전환된다. 이들은 당회에 참여할 수 있으나 일선에서는 물러난다. 이 제도는 옥한흠 목사 때 만들어졌다. 오정현 목사는 사랑의교회에 와서 이런 제도가 있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오정현 / 우리는 장로 임직하기 전날 내가 그 전 주일에 임직하는 장로 부부들 모아서 밥을 같이 먹습니다. 그러고 난 다음 내가 몇 가지 부탁을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7년입니다. "우리는 (임기가) 7년입니다. 7년 되는 그때, 7년 되는 그해 그때 사표를 저한테 갖고 오셔야 합니다"라고 얘기를 해요.

오정현 목사는 "일종의 사직서"라고 했다. 목사들은 "장로 임직 전에 받는 것이냐", "서약서가 사직서냐", "7년째 받는 것이냐"면서 관심을 보였다. 오정현 목사는 임직 전 장로들에게 미리 받는 것이라면서, 이 제도 때문에 사랑의교회도 겨우 돌아간다고 했다. 사랑의교회 내에도 이 제도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정현 목사는 어떻게 했을까.

오정현 / 우리도 똑똑한 장로들이 있지. 그때 어떻게 하는지 알아? 아, 지난번에 한번 그래서 도전을 한번 딱 받았거든. 사실 나에 대한 도전이 아니고 옥 목사님에 대한 도전이었어. 내가 딱 있다가 "음, 교인들에게 물어볼까요?" (했더니) 끝났어.(목사들 웃음) 그게 뭐냐 하면 고수, 고수라면 좀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한 거더라고. "교인들에게 물어볼까요?" 그러니까 뭐든지 (반발이) 나올 때 "교인들에게 물어볼까요?" 그다음에 "교회에 유익이 됩니까?" 딱 두 가지.

옥 목사님이 그만큼 명확하게 한 거야. 그러니까 이거(당회가) 움직여지는 거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택도 없는 얘기야. 이게 현실이야.

C는 "몰라서 많이 당한다. 지나치다가 이렇게 들어 놓은 게 위기가 왔을 때 떠오른다. 그래서 지금 잘 적어 놔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현 목사는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목사들)가 당하니, 이런 것들을 잘 묵상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대화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서로에게 신신당부했다. 오정현 목사는 "여기 있었던 얘기들은 우리 콘피덴셜(confidential)하게 우리끼리 하는 얘기니까 절대 밖으로 나가면 안 돼. 또 (밖으로) 나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는 2014년 당시 교회가 개정하려는 정관이 목사를 '총통'으로 만들 것이라며 반발했다. 목사 권한이 무제한적으로 강화된다는 것이다. 사진 제공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이 대화가 녹음되던 시기인 2008년까지 사랑의교회는 실질적인 정관을 두고 있지 않았다. 교인들은 1996년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급조한 정관은 있었지만, 교회가 정식 채택한 정관은 없었다고 했다. 사랑의교회는 서초 예배당 건축 과정에서 은행 대출 목적으로 2010년 새 정관을 제정했다.

서초 예배당 건축과 논문 표절 사태로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사랑의교회는 2014년 당회장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정관 개정안을 내놓았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은 담임목사 권한을 무제한적으로 강화하는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당시 정관 개정안을 보면, 당회 결의는 당회장이 공포해야만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거나, 공동의회가 담임목사를 해임하지 못하게 한 조항 등이 담겨 있었다.

논란 끝에 정관 개정은 불발로 돌아갔다.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당회 장로들 수가 재적 1/3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들이 하나둘 은퇴하고 또 일부는 교단 권징 재판을 받으면서 그 수가 전체 1/3 미만으로 떨어졌다. 결국, 교회는 2017년 당회 의사·의결정족수를 1/2로 완화하고, 회계장부는 재적 교인의 3%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열람할 수 있게 정관을 개정했다.

2008년 '형제회' 모임 녹음 파일 입수①: 예배당 신축 고민하던 오정현 목사 "옥한흠 목사님은 반대인데…저질러?"
2008년 '형제회' 모임 녹음 파일 입수②: 그들이 '장로 임기제' 하는 이유 "좋은 장로 10명 있어도 꼴통 하나 못 당해"

2008년 '형제회' 모임 녹음 파일 입수③: 오정현 목사 "예배당 신축은 어쩔 수 없어…옥한흠 목사도 반대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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