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 연합감리교회(UMC·United Methodist Church)가 동성애자 성직자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UMC는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서 열린 특별 총회에서, 예상을 뒤엎고 '전통주의 플랜'(Traditional Plan)을 채택했다. 특별 총회에 참석한 UMC 대의원들은 마지막 날인 26일 찬성 438표, 반대 384표로 전통주의 플랜을 승인했다.

전통주의 플랜은 동성애자 성직 안수와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현 교리와장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다. '동성애 관계에 있다고 공언한 사람'이라는 모호한 조항을 동성 결혼을 한 사람, 동성과 동거하는 사람,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한 사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별 총회에 상정된 전통주의 플랜에는 동성애자 안수 및 결혼 금지 외에도 기존 교리와장정에 불복하는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었다. 이는 총회 기간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의무 조항이 아닌 권고 사항으로 바뀌었다.

전통주의 플랜 채택은 예상을 뒤엎는 일이었다. 미국 내 감독들은 특별 총회 전, 공개적으로 '하나의 교회 플랜'(One Church Plan) 지지를 표명했다. 이 플랜은 성소수자에게 목사 안수를 허락하고, 목회자와 교회에 동성 결혼 허용 여부를 결정할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구성원들 지지를 받은 하나의 교회 플랜은 정작 특별 총회 현장에서는 힘을 얻지 못했다. 하나의 교회 플랜은 2월 25일 대의원들 논의 끝에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다음 날 버지니아연회 톰 벌린 목사가 하나의 교회 플랜을 소수 의견서로 작성해 재상정했으나 이마저도 부결됐다.

UMC는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열린 특별 총회에서 동성애자 목사 안수와 동성 결혼을 불허하는 '전통주의 플랜'을 결의했다. 사진은 2월 26일 오전 감독들과 대의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습. 사진 출처 UMNS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UMC 대의원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대륙 구성원 대부분이 동성애를 반대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UMC는 전 세계 1270만 명 회원 중 미국 내 구성원이 약 695만 명이고, 나머지 구성원은 아프리카·유럽·아시아 등지에 흩어져 있다. 모든 지역에서 교인 수에 비례해 대의원을 파송한다. 특별 총회 대의원 중 41%가 미국 외 지역에서 왔으며 이들 대부분이 전통주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UMC는 동성애에 비우호적인 지역과의 갈등을 고려해, 이번 특별 총회에서 통과된 안건은 미국 연회에 한해 적용하고 효력 발생까지도 충분한 시간을 두겠다고 제안했으나 미국 외 지역 대의원들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통주의 플랜 지지자들은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는 미국 내 소수 연회와 함께 일관되게 '하나의 교회 플랜'에 반대표를 던졌고, 결국 전통주의 플랜을 통과시키는 데 이르렀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미국 UMC 구성원들은 다양한 단위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고도 감독에 당선된 캐런 올리베토 감독이 속한 연회는 물론, 드류대 신학대학원, 보스턴대 신학대학원, 클레어몬트신학교 등 교단 소속 신학교 학장들은 총회 직후 공개서한을 발표해 결과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전통주의 플랜이 성소수자 학생들을 품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전통주의 플랜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번 결과에 100%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다. 어느 시점부터 이 플랜을 적용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지키지 않았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으며, 현장에서 수정을 거듭했기 때문에 이 플랜이 교리와장정에 부합하지 않는 요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72년부터 시작한 UMC의 동성애 허용 여부는 '불허'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전히 조율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미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목회자·신학생·교인, 전통주의 플랜을 따를 수 없다고 밝힌 연회들의 거취 문제가 남아 있다. 이번 결의에 반대해 교단을 떠난다 해도, 교회 재산, 목회자 연금 문제 등은 또 다른 논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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