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은 매달 생명안전공원을 위해 화랑유원지에서 기도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가 3월 3일 4·16생명안전공원 예정 부지에서 열렸다. 단원고 3반 학생들을 기억하는 날이었다. 3반 학부모인 예은 엄마·아빠 박은희·유경근 씨, 예진 엄마 박유신 씨 등을 포함해 유가족과 기독교인 60여 명이 예배에 참석했다. 이들은 희생된 3반 학생 26명을 하나씩 호명하며 아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보냈다.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들은 지난해 5월부터 매달 생명안전공원 건립을 위해 예정 부지인 화랑유원지 한쪽에서 기도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추모 공원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장소 선정과 세부 일정 수립이 일부 안산시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계속 연기됐다. 지난해 2월에야 제종길 안산시장이 화랑유원지에 추모 공원을 세우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이후 더 진전된 사항은 없었다.

1년 만에 가족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정부가 생명안전공원을 화랑유원지에 건립하기로 공식 확정했다. 정부는 2월 27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를 열어, 화랑유원지 2만 3000㎡ 면적 부지에 추모 공원을 세우고 2021년 1월 착공하기로 했다. 이어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이 지난해 7월 설립한 4·16재단을 생명안전공원 운영 주체로 선정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지성 엄마 안명미 씨는 "하나님께서 이곳 화랑유원지에 생명안전공원을 지을 수 있도록 국가를 통해 선포한 것 같다. 잘 완공돼,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많은 사람이 알고 기억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끄럽지 않는 엄마가 되겠다." 모든 엄마, 아빠들의 다짐이다. 사진은 예진 엄마 박유신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3월 3일 열린 이날 예배는 단원고 3반 희생 학생을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은 시편 37편 1-37절을 함께 읽었다. "악한 자들이 잘된다고 해서 속상해하지 말며, 불의한 자들이 잘산다고 해서 시새워하지 말아라. 그들은 풀처럼 빨리 시들고, 푸성귀처럼 사그라지고 만다(시 37:1-2)."

지성 엄마는 세월호 가족들이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너희들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 됐다'고. 반대 주민들이 예배 장소까지 찾아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자식 잃은 부모가 죄인이 아닌데도 왜 죄인처럼 살아야 할까. 그러나 악인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우리가 정의를 위해 기도할 때 하나님이 들어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예진 엄마는 "지난달 아이들의 명예 졸업식이 있었다. 아이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엄마, 아빠들이 대신 앉아 졸업장과 앨범을 받았다.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켰다.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이곳 화랑유원지를 지켜보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다. 끝까지 우리 곁을 지켜 달라"고 했다.

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공간이다. 예배에 참석한 이재홍 팀장(4·16안산시민연대)은 "시민사회가 올해 6월까지 유가족, 청소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부에 발주서를 보낼 계획이다. 정부 발표에 실린 몇 줄을 얻기 위해 가족들이 오랜 시간 노력해 왔다. 생명안전공원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고, 일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생명안전공원 설립을 위해 △제2기 특조위 활약을 위해 △416가족협의회 새 임원진을 위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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