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김성제 총간사)가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2월 22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교회협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일본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역사 왜곡과 군사정책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며, 양국이 2·8 독립선언과 3·1 운동의 비폭력, 평화, 민주 정신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3·1 운동이 민족마다 마땅히 독립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저항운동이었다고 했다. 일본의 사이비 대동아공영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조선의 자주독립 없이 동양의 영구한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선언한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고도 했다. 한일 교계는 3·1 운동의 민주·평화·비폭력 정신이 현재 한국과 일본의 국내 상황,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교계는 공동성명에서 2·8 독립선언과 3·1 운동의 행진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교계는 "적의를 부추기고 무력에 의지하려는 이 세상 제국의 어두운 현실에 직면하더라도, 세상의 빛 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정진하겠다"고 했다. 진실에 기초한 역사 화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 일본 평화 헌법 9조와 입헌 민주주의, 동북아 비무장·비핵화 확립 등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교회협은 분단과 냉전이 형성한 남한 사회의 적대감, 남북의 적대적 공생 관계에 맞서, 평화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통일을 발판으로, 3·1 운동이 추구한 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를 향한 행진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양심이 시키는 대로 우리의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 가자"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한‧일 교회 공동성명

2019년 3월 1일, 우리는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서 영원히 기억될 역사의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100년 전 제국주의 국가와 피식민 국가로 관계를 맺고 있던 두 나라는 어느덧 다양한 방면에서 동등하게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어 있습니다. 100년의 시간은 참으로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오늘 한‧일의 교회는 2‧8 독립선언과 3·1 운동을 기억하면서 양국에 여전히 남아 있는 앙금과 상처,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회의 사명에 대한 진솔한 성찰의 필요를 발견합니다.

이는 먼저, 지금 일본의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역사 왜곡과 평화 헌법 9조의 개정으로 대변되는 군사 대국화 등의 몰역사적 행위가 양국 사이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국은 일본 제국의 식민 지배를 자주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세계 냉전 체제에 편입되면서 분단국가가 되었으며, 여전히 식민과 분단의 모순들을 극복하지 못한 채, 완전한 자주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아베 정권의 재일 코리안에 대한 민족차별 정책, 주변 국가들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정치인의 발언 등으로 일본 사회 내에 증오가 양산되고 일본 시민들의 한국과 재일 코리안에 대한 혐오가 높아지면서 일본의 민주주의마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한·일의 교회는 3·1 운동의 정신을 다시 기억합니다. 3‧1 운동은 민주주의와 평화와 비폭력의 정신이 빛난 독립운동이었습니다. 3‧1 운동은 민족마다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것이 정당한 권리이므로 마땅히 독립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저항운동이었습니다. 3·1 운동은 세계를 향해 조선의 독립 없이는 동양 평화도 세계 평화도 없다고 외쳤습니다. 당시 일본 제국의 사이비 대동아공영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동양의 영구한 평화는 조선의 자주독립 없이 이룰 수 없다고 선언하였습니다. 3·1 운동은 비폭력 평화 정신을 구현하였습니다. 3·1 운동을 계획한 종교계는 광명정대한 평화적 질서를 비폭력의 원칙으로 제시하며, 비폭력 평화 정신을 상징하는 직접 행동으로 만세 시위를 전개하였습니다. 3·1 운동의 민주, 평화, 비폭력의 정신은 지금 한국과 일본의 국내 상황, 그리고 양국 사이의 관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다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분단과 냉전으로 인해 남한 사회에 팽배한 타자에 대한 적대감, 그리고 이 적대감에 기생하며 남과 북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어 오는 지배 세력의 벽이 높고 공고하더라도 오직 평화의 길만을 걸어가겠습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이사야 9:6-7) 시대의 요청에 귀 기울이며, 아직 냉전 의식 속에 살아가는 이웃을 평화의 길로 초대하겠습니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통일을 발판으로 삼아, 3‧1 운동이 추구했던 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향한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일본 교회의 다짐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는 '적의'를 부추기고 무력에 의지하려는 이 세상 제국의 어두운 현실에 직면하더라도, 결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세상의 빛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요 8:12) 정진하겠습니다. 생명의 빛에 비추어, 진실에 기초한 역사의 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일본의 헌법 9조 및 입헌 민주주의,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비무장·비핵지대 확립을 추구하겠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의 생명과 평화의 산 정상(이사야 2:1-4)을 목표로 2·8 독립선언과 3·1 운동의 행진을 계속 이어 나아갈 것을 선언합니다.

공동의 다짐

민주: 한·일 교회는 양국 국민이 '식민지의 노예'와 '제국의 신민'이라는 반평화적 존재로밖에 존재할 수 없었던 비극적 시기가 있었으며, 그 비극이 오늘 우리의 삶에 평화를 이루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해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한·일 교회는 양국 시민이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민주적 터전을 일구는 일에 헌신할 것을 다짐합니다.

평화: 교회는 이 땅에 평화의 중재자이자, 평화 교육 공동체이며, 평화와 생명의 그물망으로써 부름을 받았습니다. 한・일 교회는 양국 사이의 참된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정의롭게 역사를 기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진정한 화해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한·일 평화 시민 연대 구축에 힘쓸 것을 다짐합니다.

비폭력: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비경쟁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오직 평화적 수단뿐이며 이는 비폭력에 대한 확신에서 출발합니다. 한·일 교회는 양국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에 비폭력 평화에 대한 확신과 실천이 확산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한·일 교회는 역사적인 2·8 독립선언과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하나님과 이웃 앞에서 민주, 평화, 비폭력의 길에서 물러서지 않고, 3·1 독립선언이 천명한 바, "양심이 시키는 대로 우리의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 나갈 것을 선언합니다.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양국 교회가 평화를 만드는 하나님의 자녀로 맞잡은 손의 증인이 되실 것입니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한 16:33)."

2019년 3월 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 총간사 김성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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