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5월 광주 시위 현장. 5·18을 직접 경험했다고 밝힌 고만호 목사는 진영과 관계없이 폭력이 수반됐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5·18기념재단

"5·18은 민주화 운동이긴 하지만 끔찍한 폭력이 있었다. 내가 직접 봤다. (시민들이)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다. 폭탄을 도청 안에 어마어마하게 장치했다. 교도소를 막 습격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이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망언으로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목사도 설교 시간 5·18을 폄하해 논란이 예상된다.

여수은파교회는 2월 24일, 3·1 독립운동 100주년 감사 예배를 했다. 고 목사는 3·1 운동이 세계 유례없는 평화 시위이자 비폭력 저항운동이라고 했다. 3·1 운동은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고, 상대가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을 돌려 대라는 예수님의 정신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했다.

설교 대부분은 3·1 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부적절한 예시가 나왔다. 고 목사는 3·1 운동의 비폭력 운동을 강조하면서 5·18 민주화 운동과 비교했다. 3·1 운동과 달리 5·18 민주화 운동은 '폭력'이 수반됐다고 했다.

고만호 목사는 "3·1 운동은 비폭력 정신으로 일관했다. 만세를 외치다 체포당하고 총에 맞아 쓰러져 죽으면서도 전혀 폭력을 쓰지 않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데 어떻게 당하고만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 5·18도 여러 말들이 있다. 민주화 운동이긴 하지만 끔찍한 폭력이 있었다. (민주화 운동이) 끝나고 난 다음에 광주 시내를 돌아보니까 완전 전쟁터였다. 이편저편 따질 것 없이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자랑할 게 못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고 목사 설교가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계엄군이 총칼을 앞세워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는데 가만히 있어야 했다는 말인가. 시민군이 교도소를 습격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전형적인 5·18 폄하 발언이다. 고 목사 설교는 CBS·극동방송에도 나가는데, 지역 교계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고 목사 설교는 매주 교계 방송사를 통해 전파된다. 수요일에는 극동방송과 CTS에, 금요일·일요일에는 CBS에 방송된다.

고만호 목사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쪽이든 저쪽이든 폭력은 안 된다는 취지로 설교한 것뿐이다. 계엄군이든 시민군이든 폭력은 나쁘다는 거다. 계엄군이 민주화 시위를 (진압)한다고 해서, 아무리 시민이라 해도 폭탄을 장치하고 교도소를 습격하고 그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무고한 시민을 진압하는 계엄군을 가만히 지켜봤어야만 했느냐는 질문에, 고 목사는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서로의 폭력은 자랑할 게 못 된다. 처음에는 5·18을 폭동, 내란이라고 했다. 나중에 민주화 운동으로 정립하긴 했지만 폭력을 자랑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전두환 신군부는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기 위해 시민군의 광주교도소 습격설을 퍼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1980년 당시 교도소를 습격한 혐의로 기소됐거나 처벌받은 시민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고 목사는 "(교도소 습격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지만 다 아는 사실이다. 광주 안에 소문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고만호 목사는 5·18 민주화 운동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극우 진영에서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 등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가 맞지만, 어찌 됐든 폭력은 잘못된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소속인 고만호 목사는 호남신대학대학교 이사장, 전남CBS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예장통합 총회 동성애대책위원장을 할 때는 동성애자의 신학대 입학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고만호 목사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폭력은 자랑할 게 못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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