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 목사가 예장합동 단기 편목 과정을 이수할 것으로 보인다. 동서울노회는 오정현 목사의 편목 입학 청원 건을 2월 28일 임시노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오정현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 소속 목사가 되기 위해 '편목 과정'을 다시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예장합동 동서울노회(곽태천 노회장)가 2월 15일 자로 노회원들에게 발송한 '제2차 임시노회 소집의 건' 공문에는 '사랑의교회 당회장 박진석 씨가 청원한 해 교회 오정현 씨를 총회 단기 편목 과정 입학 청원의 건'이 안건 중 하나로 올라와 있다.

사랑의교회는 "목사 자격은 사법부가 정할 수 없다"며 위임 결의 무효 판결에 반발해 왔다. 오정현 목사는 소송대리인을 통해 1월 말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신청하는 등 법리적으로 다툴 의사를 비쳐 왔다. 그러나 오 목사가 편목 과정을 다시 밟는다면 사실상 법원 판결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예장합동은 2월 19일 교단지 <기독신문>에 '총회 편목 정회원 자격 특별 교육 실시 공고'를 냈다. 이는 한마디로 '단기 편목 과정'으로, 타 교단 목사를 예장합동 목사로 받기 위한 편목 과정 기간을 파격적으로 줄여 주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지원자 최종 학력 및 출신 신학대학원에 따라 수업 기간을 최소 2주에서 최대 6주로 차등 적용하고, 이 기간 교육을 끝마치고 강도사 고시를 치르면 교단 목사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사랑의교회 당회는 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 부목사 ㅂ 씨의 총회 단기 편목 과정 이수를 허락해 달라고 청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번 공지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뤄졌다. 올해 1월 3일 열린 총회 실행위원회는 편목 과정 문제를 총회 임원회에 일임하기로 했다. 임원회는 이번 특별 교육을 2월 19일 자 교단지에 공지하면서, 원서 접수 기간을 19일 당일부터 22일까지 4일로 잡았다. 교육은 25일부터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공고를 서두른 흔적은 더 있다. <기독신문> 공지에는, 2월 18일 총회 홈페이지에 교육 대상자를 공지하겠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러나 19일 현재까지도 교육 대상자는 공지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험 공고에는 '교육 대상자 공지' 내용은 아예 빠져 있다. 예장합동 총회 관계자는 19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오정현 목사는 '2주' 교육 대상자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총회 한 관계자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M.Div 학위 소지자는 2주 교육 대상자로 분류된다. 대개 이런 분들은 정식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라 처음부터 시작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목사가 차질 없이 소정의 과정을 이수할 경우, 이르면 3월 내에 예장합동 목사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총회가 이렇게 특별 교육을 서두르는 것은 오정현 목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한 교인은 "총회가 편목 과정을 이렇게 갑자기 공고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동서울노회도 임시노회를 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다시 임시노회를 열어 오정현 목사 입학 청원 안건을 다룬다. 총회·노회가 오 목사에게 스케줄을 맞추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는 "이번 편목 과정은 오정현 목사 등 특정인을 향한 특혜성 조처가 아니라, 올해 1월 3일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결정된 정상적 행정 절차다. 일부에서 마치 오 목사가 특혜를 받는 것처럼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정현 목사가 단기 편목 과정에 지원한 건 사실인지 묻자, 교회 측은 "오 목사의 지원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예장합동은 19일 오후 총회 홈페이지에 수정된 편목 공고문을 올렸다. 총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이 마지막'이라더니
계속하는 편목 단기 코스
빠르면 2주에 '총신 출신' 학력 세탁

한편, 이번 단기 편목 과정 개설로 예장합동 목사 멤버십을 갖고 싶어 하는 군소 교단 출신 목회자들이 또다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식 학위가 아니라 예장합동 교단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지만, 어쨌든 '총신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장합동 각 노회는 지방 신학교나 타 교단 출신 목회자들을 위한 단기 편목 과정을 개설해 달라고 매년 헌의안을 올렸다. 예장합동은 이를 받아들여 수차례 단기 편목 특별 교육을 개설해 왔다. 2011년 97회 총회 때는 '총회 설립 100주년 기념'으로 2~3주간 특별 교육을 거쳐 예장합동 목사 자격증을 줬다. '이번이 마지막'이며 더 이상 특혜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랬는데도 2014년 "100회 총회 기념으로 한 번만 더 한다"며 똑같은 과정을 또 시행했다.

총신 단기 편목 특별 교육은 매번 '학적 세탁', '학적 장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2012년 당시 총신대 신대원 교무처장이던 이상원 교수는 단기 편목 수강생들에게 "특별 교육을 마치면 정규 총회신학원 과정을 마치는 것과 동일한 학력을 얻게 된다. 아주 깨끗한 학적을 보유하게 된다. 여러 군데 다녔던 학력은 다 폐기하고, 앞으로 총신 졸업장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편안해질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학적 세탁을 언급했다.

예장합동 총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회 실행위원회가 결의해 임원회에 맡긴 사항이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정현 목사가 원서를 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솔직히 제대로 된 학위도 없는 사람들이 걱정이다. 물론 예수님도 학위 있었느냐고 물으면 할 말 없고, 학력 안 좋다고 목회 못 하는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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