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시의 의의

이 책의 발간 의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왜 이런 책이 그리스도인의 손에 쥐일 수 있게 된 것을 흐뭇하게 여겨야 할까. 최소 세 가지 사항이 머리에 떠오른다.

첫째, <성경, 바위, 시간>(IVP)('성바시')는 기독교와 지질학 사이의 관계를 제대로 다룬 거의 유일한 책이다. 보통 자연과학과 기독 신앙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책들은 과학의 분야를 염두에 둘 때 세 가지(천문학, 지질학, 생물학)로 대별이 된다. 더 쉽게 표현하지면, '천문학과 기독교', '지질학과 기독교', '생물학과 기독교' 식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셋째 관련 책자로서 주로 창조와 진화 문제를 다루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첫째 분야인 '천문학과 기독교' 관련서도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권은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둘째 분야는 거의 전무하다. 물론 노아의홍수에 대해 쓴 책이나 그랜드캐니언의 지질학적 형성 과정을 다룬 책은 있지만, 이런 것들이 지질학 전반을 논하고 있지는 않다. 바로 이런 점에서 성바시를 가리켜 '거의 유일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다.

성바시의 의의는 주제와 관련한 희귀성뿐 아니라 기독교와 지질학 사이의 관계를 '제대로' 다루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선, 주제의 고찰과 탐구에 있어 포괄적이다. 이 책이 역사적 관점, 성경적 관점, 지질학적 관점, 철학적 관점을 총망라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금세 이 책의 포괄적 특징을 포착하게 된다. 또, 각 관점 아래 기술된 바를 찬찬히 살펴보면 꼭 있어야 할 (혹은 꼭 다루어져야 할) 핵심 사항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런 모든 내용이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깊이가 있게 묘사되어 있다. 이 정도면 정말 '제대로' 된 책이라고 판정할 만하지 않겠는가.

<성경, 바위, 시간 - 지질학적 증거에 기반한 지구 연대 논쟁> / 데이비스 영, 랠프 스티얼리 지음 / 김의식 옮김 / IVP 펴냄 / 720쪽 / 3만 5000원. 뉴스앤조이 장명성

둘째, 이 책은 기독교적 흐름에서의 지질학사를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것은 특히 제1부 역사적 관점의 내용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대체로 과학사(혹은 과학철학)에 대해 아는 바가 상당히 적다. (이런 평가는 심지어 과학자들에게도 해당이 된다.) 특히 특정 영역의 과학 분야로 범위를 좁히면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지질학의 역사와 관련해서도 무지한 경우가 많고 이런 면에서 지적 결핍증을 앓고 있다.

그렇다면 지질학사에 대한 지식이 주는 유익은 무엇일까. 우선, 지질학의 역사를 잘 알면 알수록 다른 연계 분야 및 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증대된다. 화석, 박물학, 고생물학, 운석, 혜성, 진화론, 방사성동위원소 등이 바로 이런 예에 속한다. 또, 지질학의 역사는 지질학적 현상에 대한 성경 해석, 크리스천 과학자들의 자연관, 과학과 신앙의 통합 문제 등 특이한 기독교적 사안들과 만나게 해 준다. 사실 지질학사는, 그 역사적 발전 과정이 기독교라는 신앙 환경과 맞물려 전개됐기 때문에 그것에 근접하면 할수록 기독 신앙에 대한 통찰력이 증대한다.

우리는 지질학사에 대한 전문적 설명이나 센스 있는 안내 자료를 거의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성바시의 제1부는 우리의 결성적缺性的 형편을 보충하고도 남을 만큼 계몽적이고 유익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역시 성바시 특유의 가치를 드러낸다고 하겠다.

셋째, 젊은 지구론의 이론에 대해 성바시만큼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책자가 없다. 만일 어떤 이가 젊은 지구론의 약점과 문제점을 심각히 깨달았다고 하자. 동시에 그는 오랜 지구론의 타당성과 견실성을 뼛속들이 확신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어떻게 자신의 신념을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상세히 표출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그는 성경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밝히고자 할 것이다. 그리하여 창세기 1장의 '날'을 꼭 24시간으로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의 독단성을 노정하고자 할 것이다. 여기에는 '날'에 대한 다른 견해들(시대일 이론, 유비일 이론, 틀 이론)을 소개하는 작업과 출 20:11의 7일이 문학적 수단일 가능성에 대한 해설, 그리고 창세기 1장이 쓰인 목적을 모세 당시 이스라엘 백성의 처지에 비추어 살펴보는 일 등이 포함될 것이다.

또,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질학적 관점에서 표명하는 데에도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퇴적암 형성이 결코 노아의홍수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은 대륙, 해저, 강, 호수, 사막 등 누적된 퇴적물에 기록된 지질학적 흔적과 증거들이 긴 시대의 경과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화성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마그마가 생성·축적·상승으로 시작하여 퇴적암 속으로 정치된 후 마그마체가 결정화하고 냉각하는 데까지는 수천 년으로는 말도 되지 않는 장구한 세월이 요구된다. 게다가 방사성동위원소에 의한 연대 측정 방법이 지구 연대의 상고성을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 모든 증거에 대해 젊은 지구론이 제기하는 반론이나 문제점은 흡사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려는 시도처럼 견강부회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그 외에도, 혹시 여력이 되면 그는 지구의 연대에 관한 지질학적 발전 과정을 제시하고자 할 것이다. 18세기 이후부터 점차 명확해졌듯이 경건한 크리스천 과학자들은 지질학적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지구 연대의 상고성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확립돼 있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지구의 상고성을 주장하는 것이 세속적 과학관이나 진화론적 사고와 무관함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상의 세 단락은 - 비록 순서는 다르지만 - 사실 성바시의 1부, 2부, 3부 내용에 상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바시는 젊은 지구론의 약점과 문제점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 작업일 뿐 아니라 오랜 지구론을 겨냥한 젊은 지구론의 반론과 비판에 대해 참으로 그럴싸한 응수를 시도한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젊은 지구론의 이론에 대해 철저하고 적실하게 대처한 책이 없다는 점에서 성바시의 또 다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세 가지 면에서 성바시를 능가할 만한 책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이것은 동시에 성바시의 시들지 않는 의의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성바시를 읽는/공부하는
몇 가지 방도

우리 모두 주지하다시피 성바시가 뛰어난 역작인 것은 사실이지만 책의 분량이 많고 내용 또한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을 소화하든지 섭렵하고자 할 때 다양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1) 회수와 연관해 읽는 방도

아래 제시하는 네 가지 방도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항목을 선택하면 된다.

(i)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는 길.
(ii) 5회에 걸쳐 부분적으로 [1부, 2부, 3부(2회), 4부] 읽는 길.
(iii) 자기가 살피기 원하든지 궁금한 내용을 찾아 부분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읽는 길.
(iv) 책 뒤의 인명이나 주제 색인을 참조해 그것이 언급돼 있는 부분만을 골라서 읽는 길.

(2) 내용 파악과 연관해 읽는 방도

역시 아래 세 가지 방도를 제시하는데,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안을 취하면 된다.

(i) 자세히 읽기.
①원본과 대조하여 읽음(뜻이 잘 안 통하는 용어, 어구, 표현이 등장할 때).
②별도의 종이나 공간에 내용을 적당히 요약하면서 읽음.

(ii) 정확히 읽기.
①모르는 용어가 나올 때 참고 자료(사전, wikipedia 등)를 찾아 가며 읽음.
②이해되지 않는 내용이나 부분이 있으면 다시금 읽음.
③책의 난외에다 저자의 논점이 몇 개이고 그 내용은 무엇인지 표시해 가며 읽음.
④저자가 책의 구조나 개진 내용과 관련해 제시하는 단서를 추적하며 읽음.

(iii) 편안히 읽기.
①모르는 내용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그냥 뛰어넘으며 읽음.
②읽으면서 이해가 가는 부분에만 정신을 집중해 읽음.

한국교회탐구센터 송인규 소장이 <성경, 바위, 시간>(IVP) 서평을 보내왔습니다. <성경, 바위, 시간> 배경, 내용, 의의로 나눠서 세 차례 게재합니다. 마지막 글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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