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등장하는 박승렬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와 동명이인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충섭 총회장) 서울동노회(윤찬우 노회장) 노회원들이 성폭력 목사를 '정직' 처분한 재판국 판결을 받지 않았다. 서울동노회는 1월 31일 서울 송파구 초음교회(윤성범 목사)에서 임시노회를 열고, 재판국 보고를 찬성 14명, 반대 26명, 기권 2명으로 부결했다.

서울동노회 재판국(한대웅 재판국장)은 지난 1월 4일 강간 미수 및 무고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박승렬 목사에게 정직 판결을 내렸다. 기장 구성원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들고일어났다. 기장 여성연대는 성폭력으로 실형을 살고 있는 목사에게 면직이 아닌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고 동료 목회자만 감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노회 임원회는 총회에 상소도 하지 않아 교단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 임시노회가 열렸다. 보통 노회 재판국 판결은 보고하면 이의 제기 없이 다음 안건으로 넘어간다. 동료 노회원들로 구성된 재판국이기 때문에 그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해 왔다. 노회 판결에 만족하지 못해도 총회에 상소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노회 판결을 뒤집으려 하지 않았다.

서울동노회는 1월 31일 초음교회에서 임시노회를 열고, 박승렬 목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린 재판국의 보고를 받지 않았다. 서울동노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에는 달랐다. 노회원 중 김경호 목사(강남향린교회)가 재판국 보고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 목사는 "사회에서도 100만 원 이상 벌금을 받으면 공직에서 내려와야 하는데, 그보다 더 도덕적이어야 할 목사가 3년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인데도 노회가 느슨한 잣대를 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경호 목사는 "박 목사가 한 노회에 오래 있어서 친분 관계 때문에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안다. 하지만 그것은 사적인 것이고, 공적 문제를 처리할 때 의리와 친분이 개입하면 안 된다. 교회의 정의를 세우고 하나님의 의를 지키는 관점에서 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 정직은 언젠가 다시 복귀 가능하기 때문에 정당하지 못하다. 노회원들이 좀 더 냉철하게 판단해 교회의 정의를 지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 발언 이후 윤찬우 노회장은 재판국 보고를 받을지 말지 표결에 부쳤다.

김경호 목사는 2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발언 취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사전에 어떤 모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노회가 이 판결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건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발언했다. 다행히 노회원들 사이에서도 재판국 판결을 그대로 받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회원들이 재판국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박승렬 목사 거취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이웃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03회 총회가 명성교회 부자 세습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총회 재판국 판결을 받지 않고 재심 재판국을 구성한 것처럼, 서울동노회가 박승렬 목사 사건을 심리할 재판국을 다시 꾸릴 가능성도 있다.

윤찬우 노회장도 2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는 어떻게 동료들이 한 재판 보고를 안 받을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회원들의 뜻도 존중해야 한다. 재판국을 다시 구성할 수도 있고, 4월 정기노회에서 이 안건을 재논의할 수도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없고 임원회에서 의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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