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일방적인 폐업 통보 마른하늘 날벼락', '아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ㅇ지역아동센터 아동·학부모·복지사 20여 명이 2월 1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 모였다. 이들은 교회와의 갈등으로 폐업 위기에 놓인 ㅇ아동센터 아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소속 ㄷ교회 건물 2층에 위치한 ㅇ아동센터 소속 아동 40명의 학부모들은 지난 1월 25일 아이 이름으로 된 '내용증명'을 받았다. 아동 센터 폐업을 결정한 교회 측에서 보낸 폐업 예정 통지문이었다. 내용증명에는 "1월 31일 자로 아동 센터가 폐업하므로 수신인은 ㅇ아동센터에서 퇴소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교회가 아동 센터 폐업을 결정한 사실은 알았지만, 일자가 정해졌다는 사실은 내용증명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됐다. 6일 뒤 아동 센터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학부모들에게 날벼락이었다. 한 학부모는 "작년에도 폐업 논의가 있긴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당시 목사님이 폐업 관련 결과를 알려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답변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용증명이 도착한 것이다. 놀랐고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학부모들과 센터 소속 아동, 종사자들은 이날 시위에서 아이들을 전원轉院 조치할 계획을 제대로 구상하지 않은 채 폐업을 통보한 교회와 내용증명을 발송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개인 정보를 제공한 구청을 함께 비판했다.

ㅇ지역아동센터 아동·학부모·복지사 20여 명이 2월 1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ㄷ교회와 ㅇ아동센터 간 갈등은 지난해 5월 시작됐다. 교회가 직접 운영하던 아동 센터가 2017년부터 정부 보조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교인들은 2층에 마련된 식당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아동복지법 시행규칙은 지역 아동 센터를 '전용 시설'로 지정해 다른 목적으로 공동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이 시행규칙을 따라야 한다. 공간 이용이 불편해 교인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지난해 5월 교회는 ㅇ아동센터를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논의 과정에 아동 센터 관계자는 참여하지 못했다. 아동 센터 종사자들과 학부모들은 폐업 결정이 교회의 이기심에서 비롯됐다며 반발했다. ㄷ교회 교인들이 일주일에 한 번 밥해 먹을 공간이 없고 화장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이들 40명을 내쫓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폐업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으나, '폐업하겠다'는 교회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교회는 지난해 10월 폐업 신고서를 제출했다. 물론 신고서가 접수됐다고 아동 센터를 바로 폐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센터 아동들에 대한 조치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ㄷ교회는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조치가 완료되지 않으면 아동 센터를 폐업할 수 없는데도, ㄷ교회는 당장 문을 닫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ㄷ교회 강 아무개 담임목사는 교회 존립을 위해 폐업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ㄷ교회 강 아무개 담임목사는 2월 7일 기자와 만나 아동 센터 폐업 결정이 교회 존립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교회가 예배만 드리는 곳은 아닌데, 2층 공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이후 운영에 차질이 많아졌다. 예배 외 행사나 모임 등 다른 활동을 진행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교회가 아동 센터 공간을 사용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를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아이들 이름으로 보낸 내용증명은 폐업 절차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구청은 폐업 절차를 거치려면 학부모들도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고, 신고서를 접수한 상황을 안내하기 위해 안내문을 보낸 것이다. 변호사가 법적 증거능력을 갖추기 위해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받는 입장에서는 놀랄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 이름으로 내용증명을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센터도 교회와 갈등 상황에 있다 보니 학부모들 연락처를 센터를 통해 알 수가 없었다. '연락처를 몰라서 폐업 절차를 공지할 수 없다'고 하니 구청에서 (아동들) 주소를 줬다. 그래서 폐업 신고서가 접수된 상태라고 안내한 것뿐이다. 구청에서 연락처를 준 것은 공지하라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 목사는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아이들에게 피해 입히지 않기 위해 구청에 조치를 요구해 왔다. 구청이 공립 아동 센터를 설립해 주면 될 일인데, 문제를 아동 센터와 교회의 갈등으로만 보고 있다. 문을 닫는 건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아이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구청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회 건물에 아동 센터 폐업 결정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길 아무개 센터장도 폐업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주변에 마땅한 시설이 없고, 우리 아동 센터만큼 큰 곳도 없다. 나를 비롯한 종사자들이야 그렇다 해도,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이 이렇게 된 만큼 구에서 공립 시설을 설치하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아무개 복지사는 "구청이 아동들의 개인 정보를 제공한 일은 중립적이지 못한 행위다. 구청이 교회 편에 적극적으로 섰다"고 말했다.

센터와 학부모들이 구청의 적극적 중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구청은 쉽사리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대문구청 지역 아동 센터 담당자는 "교회가 해야 할 전원 조치를 구청이 해 버리면 학부모들은 '아동 센터 문 닫으려는 의도'라며 따질 것이다. 우리로서는 어느 쪽 손도 들어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법적 대표자인 교회에 보호 아동들 개인 정보를 제공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담당자는 "구청이 (학부모들에게) 받는 '돌봄 서비스 신청서'에 '제3자 개인 정보 제공'을 동의하게 돼 있다. ㄷ교회가 법적으로 ㅇ아동센터 대표이고, 다른 목적이 아니라 폐업에 따른 사전 안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내용증명은 구청과 논의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했다. 그는 "학부모들에게 폐업 사전 통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사전 통지'만 해야 하는데, 교회가 '폐업하니까 아이들은 퇴소된다'는 내용을 보내 버렸다. 사전 통지가 아니라 '법적 고지'가 됐다. 나도 내용을 보고 놀랐다. 받은 분들도 놀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원 조치를 비롯해 폐업 절차가 진척돼야 공립 (지역 아동 센터) 설립이 가능하다. 동대문구에 40명을 다 수용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잘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돼야 설립을 진행할 수 있다. 우리 입장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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