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김장환 이사장)은 한국 크리스천들이 즐겨 듣는 라디오 방송입니다.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와 라디오 미디어가 발전하던 시기가 맞물려, 극동방송 또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라디오가 쇠퇴하는 현 시기에도 극동방송은 건재합니다.

무려 40여 년간 극동방송을 이끈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연로해질수록(올해 86세), 차기 이사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김장환 목사가 교회는 세습하지 않았지만, 극동방송은 세습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장환 목사의 자녀들이 모두 극동방송과 연관된 곳에 이름을 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앤조이>는 극동방송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극동방송은 어떻게 초대형 방송사가 될 수 있었는지, 김장환 목사 자녀들은 어디에 포진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또 김장환 목사와 보수 정치계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저널리즘 관점에서 극동방송의 콘텐츠를 정리해 봤습니다.

한국교회 교인들의 헌금으로 성장한 극동방송. 과연 그만큼 공공성 있는 방송사일까요.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30대 이상 기독교인이라면 '극동방송'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인터넷이 아직 보편화하지 않고 라디오의 위상이 높던 시절, 설교와 찬양을 언제나 들을 수 있어 크리스천들이 애청하는 방송이었다. 최근에도 영상 시청이 어려운 운전자들이 극동방송을 틀어놓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극동방송의 원조는 미국이다. 냉전시대에 북한과 소련, 중국에 복음을 전한다며 일본 오키나와에 설치했던 송신소를 제주도로 옮겨 와 '아세아방송'을 시작한 것이 시초다. 당시 한국에는 미국 팀선교회가 운영하던 또 다른 '극동방송'이 있었다. 이 극동방송은 1970년대 구원파 권신찬이 방송국장으로 활동하는 등 이단 진통을 겪었다. 1977년 김장환 목사가 주도해 아세아방송과 극동방송을 합병해 오늘에 이르렀다.

태생이 태생이니만큼 '대북 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극동방송의 주 슬로건 중 하나가 '북방 선교'다. 극동방송 제주지사로 전환된 구 아세아방송 송신소에서는 현재도 정기적으로 AM으로 북쪽을 향해 방송을 송출한다. AM은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 일부에서도 청취할 수 있다.

 
 

대북 방송사이자 종교 방송사로 시작한 극동방송이 '업계 4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2018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7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집'을 보면, 극동방송 자산은 3369억 3147만 원에 이른다. 이는 EBS(2622억)나 CBS(2112억)보다도 500~1000억 원 이상 많은 것으로, 전국 51개 지상파 방송 사업자 중 MBC, KBS, SBS에 이어 네 번째다. TV 채널도 없이 라디오만 운영하는데 지상파 3사 다음을 차지하는 것이다.

2001년 620억 원이던 자산은 2017년 3369억 원으로 17년간 5배 이상 성장했다. 2006년 자산 1000억 원을 돌파했고, 2013년 2000억 원, 2016년에는 3000억 원을 돌파했다. 당기순이익도 연평균 16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상수동 사옥 신축 시기인 2012~2013년에는 각각 332억, 302억 원의 흑자를 냈다(당기순이익 기준). 가장 최근 자료인 2017년 당기순이익도 348억 원으로, KBS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3위 EBS(170억)나 4위 SBS(140억)의 두 배를 상회한다.

유동성도 매우 좋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69억 원, 단기 투자 자산(정기 예·적금 및 매매 가능 증권 등)이 1669억 원이다. 반면, 부채는 거의 없다. 2017년 현재 부채 총계는 157억 원으로 자산 대비 5%에도 미치지 않는다.

극동방송이 알짜 회사라는 것은 전국 12개 지사 건물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극동방송은 지사 건물을 모두 자가 소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근저당이 잡힌 곳은 울산과 전남동부지사 두 곳뿐이다. 그나마 2006년 66억 원을 주고 산 울산지사 사옥에 잡힌 근저당은 보험 채권 3억 원으로, 담보 대출 성격도 아니다. 전남동부지사 근저당은 극동방송이 사옥을 매입하기 전 생성된 것이다. 나머지 지사들의 등기부 등본 '을구'에는 과거에 근저당이 존재했다는 기록조차 나오지 않는 곳이 많았다.

2013년 신축한 서울 상수동 중앙사옥 전경. 준공 당시 극동방송은 건축비 및 방송 장비 구입에 든 400억 원을 전액 헌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모금'과 '절약' 강조
TDP·교인 후원으로 거액 모아
광고·협찬 수익은 매출 5%대

극동방송의 성장사 - 어떻게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성장을 거듭했는지는 이사장 김장환 목사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그는 1977년 극동방송-아세아방송 통합 국장이 된 이후 2019년까지, 42년간 리더십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없다. 교계는 물론 정계와 재계에도 발이 넓은 그는 각계 지원을 받아 대형 방송사로 성장시켰다.

김장환 목사의 경영 철학은 '모금'과 '절약'이다. 그는 2000년 낸 자서전 <그를 만나면 마음에 평안이 온다 下>(조선일보사)에서, 가능한 많은 돈을 모금해 안에서 적게 쓰는 방법으로 방송국을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김장환 목사는 이 책에서 극동방송 수입원을 총 4가지로 구분했다. △이사진·운영위원회가 내는 헌금 △교회 설교 방송 △평신도 전파 선교사 후원금 △광고 수익이다. 이 중 광고 수익은 비중이 매우 낮다. 2017년 매출액 606억 중 '광고 매출액'은 23억 원에 그쳤다. 비율로는 매출의 3.8%밖에 되지 않는다. 협찬 매출 등 전체 방송 매출액을 따져 보더라도 31억 원으로 전체 5%에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 재산 상황 공표집에 공개된 재무 상태표를 보면, 극동방송 수입의 대부분은 '방송 사업 매출'이 아니라 '기타 사업 매출'이다. 2017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 8개년 추이를 봐도 전체 사업 매출액에서 방송 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0%가 되지 않는다. 90%는 방송 매출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다는 이야기다.

이 돈은 대부분 후원금으로 추정된다. 김장환 목사가 밝힌 수입원 4개 중 3개가 모두 '헌금(후원금)'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먼저, 운영위원회는 그 시초가 후원회 성격이다. 운영위원회는 김장환 목사가 방송 경영을 맡은 직후인 1980년, 청취자 32명이 모여 방송사를 재정적으로 돕기로 한 데서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극동방송이 공개한 운영위원은 총 2000여 명으로, 현재 전국 13개 지역 39개 지회가 있다.

운영위원들은 2013년 서울 상수동 사옥 건립 당시 1인당 400만 원 정도를 헌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동방송 운영위원이던 정몽준 전 의원 부부는, 2013년 10월 선거관리위원회에 '헌금을 해도 되는지' 질의했다. 당시 서울 동작을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정몽준 전 의원은 선관위에 "사옥 건축 헌금과 관련하여 운영위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가정당 '가족 수*400만 원' 정도의 금액을 내고 있다"면서, 본인 가족이 헌금할 경우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지 질의했다. 선관위는 정관이나 관례상 의무가 아닌데 금품을 제공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극동방송 내부 자료를 봐도, 운영위원 200명에게서 16억 원(1가정 평균 800만 원)을 모금할 계획을 세웠다.

또 하나의 주 수입원은 '교회 설교 방송'이다. 극동방송은 편성표 중 상당 분량을 유명 교회 목사들의 설교 방송으로 채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등 대형 교회의 주일예배 실황을 내보내고, 각 교회에서 헌금을 받는다. 극동방송에서는 이를 TDP(Time Donation Program)라고 일컫는다.

김장환 목사는 2002년 <중앙일보>에 연재한 칼럼에서 "극동방송을 운영하는 데는 전국의 수많은 교회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시간을 사서 설교를 방송하는 TDP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교회가 선교에 동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3년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극동방송 내부 자료, 2012년 1월 30일 자 '지사장 회의' 문서에는 당시 TDP 현황이 나와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영훈 목사 설교를 매주 10회, 조용기 목사 설교를 매주 14회 방송하는 대가로 1달에 2100만 원을 냈다. 1년이면 2억 50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2016년 3월 28일 <국민일보> 기사를 보면, 김장환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님이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극동방송에 헌금한 액수를 정리해 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2003년부터 헌금한 액수가 무려 17억 원"이라고 말했다.

2012년 자료에 따르면, 여의도순복음교회처럼 설교를 송출하면서 헌금을 낸 교회는 총 35곳이다. 이들의 월 헌금액은 1억 1000만 원에 이른다. 이 자료에 공개된 명단은 '2개 지사 이상 중복 설교 편성'만 파악한 것이므로, 실제 TDP에 동참하는 목사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극동방송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9년 1월 말 현재 전국 지사에서 송출되는 설교 방송은 총 878개다.

 
 

극동방송을 지탱하는 또 다른 기둥은 '전파 선교사'다. 전파 선교사는 극동방송의 정기 후원자를 일컫는 말이다. 김장환 목사는 19년 전 낸 자서전에서, 극동방송 전파 선교사가 1만 2000여 명이며 이들이 내는 헌금은 한 달에 2억 7000여만 원이라고 했다.

현재 전파 선교사가 총 몇 명인지는 불분명하나, 최근까지도 신규 후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극동방송은 2016년부터 사보를 통해 매달 신규 후원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2016년 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2년 9개월 치 사보를 확인한 결과, 등재된 개인·단체명은 약 9만 3000여 개였다.

2016년 12월부터는 3만 원 미만 후원자(기타), 3만 원 이상 후원자, 10만 원 이상 후원자로 분류해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이를 각각 1만 원, 3만 원, 10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2016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모인 후원 금액은 약 8억 2000만 원이다. 액수별로 분류하지 않은 2016년 2~11월 후원자 3만 여명이 모두 최소 금액(1만 원) 후원자라 가정해도, 2년 반 동안 신규 약정된 후원액은 11억 2000만 원이다.

한국교회 후원으로 컸는데… 
42년 장기 집권, 자녀 특혜 의혹까지

극동방송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교회 교인들의 후원이다. 교인들은 각 지사 건립을 추진할 때면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기관 홈페이지에 개국을 승인해 달라는 민원 글을 남기고,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수억 원의 성금을 보냈다. 극동방송이 소개하는 사례들을 보면, 말린 고추를 보내는 할머니부터 비닐도 뜯지 않은 스타렉스 차량을 기부하는 사람들까지 면면이 다양하다. 대북 방송을 듣고 신앙이 생겼다며, 앞으로 더욱 선교에 힘써 달라는 북한 동포들의 편지도 극동방송 홈페이지에서 다수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회 교인들의 사연 어린 성금이 모여 성장하고 전파라는 공공재를 다루는 극동방송은 과연 공공성 있게 운영되고 있을까. 김장환 목사는 교회를 세습하지 않겠다며 수원중앙침례교회를 고명진 목사에게 넘겨주고 나왔지만, 정작 42년간 최고경영자로 일한 극동방송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오히려 김 목사의 2남 1녀는 모두 극동방송에 깊이 관여돼 있는 상태다.

김장환 목사가 사재를 털어 세웠다는 중앙기독초등학교에도 거액의 교회 돈이 투입된 정황이 있다. 김장환 목사는 이사장에서 물러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김장환 목사의 아들이 학교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김장환 목사가 설립·경영한 기관들에 김 목사 자녀들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계속)

1934년생인 김장환 목사는 올해 한국 나이로 86세에 접어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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