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캐런 올리베토(Karen Oliveto·61)는 여성 파트너와 결혼한 레즈비언 목사다. 그는 1999년 지금의 아내를 만나 2014년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올리베토 목사는 샌프란시스코 글라이드메모리얼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였다.

미국 연합감리교회(UMC·United Methodist Church) 소속 올리베토 목사는 2016년 7월 15일 UMC 서부지역총회의 감독으로 선출됐다. 그는 2020년까지 4년간 콜로라도주의 로키산맥(덴버)연회 교회 386개를 관할하는 감독직을 수행한다. 올리베토 목사가 감독에 선출된 일은, 동성애를 공식적으로 허용하지도, 동성애자의 목사 안수를 허락하지도 않는 UMC에서 폭탄 같은 뉴스였다.

2017년 4월, UMC 사법위원회는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동성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올리베토 목사의 감독직 선출은 위법이라고 선고했다. 다만 UMC가 총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만큼, 관련 행정·사법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감독직을 유지하게 했다.

사법위원회 판결 이후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미국에서 남침례회와 더불어 가장 교세가 큰 교단 중 하나인 UMC는 △LGBT의 목사 안수 △소속 구성원의 동성 결혼 허용 △목회자의 동성 결혼 주례 허용 △그에 따른 장정 개정 등 관련 사안을 논의할 '특별 총회'(Special Session of the General Conference)를 앞두고 있다.

'전진위원회'는 2018년 5월 마지막으로 모여, 특별 총회에 상정할 세 가지 안건을 채택했다. 전진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올해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서 열리는 특별 총회는, UMC의 미래에 여러모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예정이다. 어떤 모습으로든 지난 40여 년간 이어 왔던 '인간의 성'과 관련한 논의를 일단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총회 앞두고
성소수자 목사·신학생 111명 커밍아웃 
논란 종결지을 '전진위원회' 구성
세 가지 제안, 2월 특별 총회서 논의

미국 교계는 UMC가 2016년 총회에서 LGBT 문제를 종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5월 총회가 열리기 전, 현직 목회자와 신학생 111명이 공개 커밍아웃을 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내 보수 진영의 반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지역 UMC 회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동성애 이슈 때문에 '연합'감리교회가 분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맴돌았다.

당시 UMC 총회는 결국 이 안건을 다루지 않기로 했다. 대신 총감독회의 권한으로 '미래로의전진위원회'(전진위원회·Commission on a Way Forward)를 출범했다. 32명으로 구성된 전진위원회는 정기적으로 모여 인간의 성과 교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연구했고, 세 가지 계획을 정리해 총감독회의에 보고했다.

이번에 열리는 특별 총회는 이 세 가지 안건을 놓고 UMC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자리다. △하나의 교회 플랜(One Church Plan) △전통주의 플랜(Traditional Plan) △연대적 총회 플랜(Connectional Conference Plan)이다. 세 가지 계획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교회 플랜
미국장로교회(PCUSA)가 택한 방식과 비슷하다. 교단 헌법에 해당하는 '교리와 장정'에 LGBT에 대한 안수와 교회에서 동성 결혼을 금하는 언어를 제거한다. 그렇다고 모든 교회·목회자에게 이 원칙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목회자와 교회가 신앙 양심에 따라 동성 결혼 주례, 동성애자 목회자 파송을 거부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명시한다. 교단이 LGBT를 인정하는 것이 못마땅해 떠나고 싶다면 '은혜로운 탈출'(Gracious Exit) 절차를 따라 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주의 플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혼은 '남과 여' 사이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교리와 장정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위반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징계할 수 있게 한다. 각 연회, 감독, 목회자는 당연히 교리와 장정을 따라야 하며, 만약 교회 차원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교단을 떠날 수 있다. 만약 목회자가 이를 어긴다면 1년간 사례비를 받지 못하며 두 번째 위반할 경우 목사 자격이 박탈된다.

△연대적 총회 플랜
지금의 총회를 진보·전통·연합 총회로 분리하고 교회가 어떤 총회에 속할 것인지 자율권을 준다. 각 총회는 강령·총칙·신앙고백은 동일하게 공유하지만, 그 외는 목회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목회자 역시 신앙 양심에 맞는 총회를 선택해 안수받거나, 해당 총회 소속 교회로만 파송받는다. 이는 UMC가 목사 청빙제가 아닌 파송제를 유지하는 교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총회 산하 기관들의 재정을 어느 한 총회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세 총회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방식을 택한다.

UMC 내에는 이미 성소수자를 긍정하는 교회와 교인들이 만든 단체가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RMN 페이스북 갈무리

전진위원회 보고를 받은 총감독회의는 오는 2월 특별 총회에서 세 가지 플랜 중 하나를 채택하기로 확정했다. 현실적으로 '하나의 교회 플랜'이 미국 내 UMC 구성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과 연계돼 있는 93개 대학의 연합 '전국UMC대학연합'은 1월 8일, 2013년에 이어 또 한 번 교단이 동성애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하나의 교회 플랜'을 지지했다. 총감독회의는 '하나의 교회 플랜'을 추천한다고 밝혔다가 '전통주의 플랜'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별 총회 결과에 따라 
새로운 감리교단 탄생할 수도
한인총회는 공식 입장 유보

세 가지 안건이 올라왔지만 사실상 '하나의 교회'와' '전통주의'의 경합으로 봐야 한다. '연대적 총회'는 교리와 장정은 물론 총회 인적·물적 자산 구성까지 전부 재설정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안건으로 취급받는다.

UMC 안팎에서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 '웨슬리언약연합'(WCA·Wesleyan Covenant Association)은, 동성애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기 때문에 진리 수호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UMC 구성원 모임이다. 지난해 10월 전진위원회가 보고를 마친 뒤, WCA는 11월 2일 조지아주 마리에타에 모여 입법총회를 개최했다.

WCA는 미국 내 보수 입장을 견지하는 중남부 연회들과 동성애를 적극 반대하는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연회 소속 목회자·교인 1만 2500여 명이 가입했다. 2018년 UMC가 발표한 전 세계 UMC 전체 구성원 수 1270만여 명의 1%에 못 미치는 숫자다.

WCA는 '하나의 교회 플랜'이 가장 지지받고 있는 현 상황을 위협으로 간주한다. 만약 2월 특별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이 안을 채택할 경우,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구성원에게는 교단을 떠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WCA는 교단 차원에서 '은혜롭고 관대한 탈퇴'(Gracious and Generous Exit)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단을 탈퇴하기 원하는 이들은 각 교회가 교단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금액을 일시 상환이 아닌 정기상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교회 토지와 재산을 교회 자산으로 가지고 탈퇴할 수 있게 해 주는 '은혜로운 탈퇴' 조항을 특별 총회에서 채택하는 안건에 넣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WCA는 교단 탈퇴를 원하는 교회가 토지와 자산을 보유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WCA 회원 2500여 명이 조지아주 마리에타에 모였다. WCA 페이스북 갈무리

UMC에 속해 있는 한인총회는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어떤 플랜이 교회 전체를 놓고 볼 때 유익한지 논의가 오가고 있다. 한인 목회자들 입장에서는 이민 사회에서 교단을 바라보는 시각도 무시할 수 없는 눈치다. 그동안 UMC가 동성애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어도 이를 방어할 수 있었는데, 특별 총회 결과에 따라 더 이상 방어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인 교인들 사이에는 반동성애 기류가 지배적인데 목사가 연금을 포기하면서라도 교인들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인총회는 특별 총회를 준비하며 여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WCA 지지를 표명한 한인 목사들도 있지만, 한인총회 차원에서 WCA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한인총회는 성 정체성 이슈와 관련한 한인 구성원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1월 31일까지 설문 조사를 진행하는 등, 특별 총회 결과에 따라 4월에 있을 한인총회에서 미래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UMC는 40여 년의 논의 끝에 특별 총회까지 소집하면서 동성애 문제를 마무리 짓는다. 동성애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후폭풍은 거셀 것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교단이 이미 분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의견도 있고, 어떻게든 분열을 막고 하나 됨 안에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만 약 695만, 전 세계에 약 1270만 구성원을 자랑하는 UMC가 동성애 논란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2월 23일부터 시작하는 특별 총회에 미국 교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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