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큰 액수의 건축 헌금을 강요당한 적이 있다. 목사 부인이 은밀히 나를 부르더니 '건축 헌금을 냈으면 좋겠다'며 갑자기 등을 때렸다. '그 정도 액수는 요즘 돈으로 치지도 않는 껌값이다', '기회를 줄 테니 영광인 줄 알라'고 했다.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수치심에 그날 잠을 못 잤던 기억이 있다."

"아는 분에게 한 달간 성폭행을 당했다. 교회 사람은 아니었고, 그냥 아는 사람이었다. 너무 힘들고 수치스러웠다. (중략) 교회에서 리더 모임 때 이 일을 나눴다. 소송 과정과 내 기분, 고민 등을. 근데 가까운 리더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너 합의금 받아? 좋겠네. 우리 그걸로 밥 먹자.'"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페이스북 페이지 '교회를 떠났다'에 올라온 사연이다. 페이지 운영자 이성민 씨는 1월 2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윤경아) 정기총회에서, 교회를 등진 이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많은 교인이 교회를 떠난 사연들을 페이지에 제보한다. 무엇이 이들을 교회 밖으로 내쫓았는지 말해 준다"고 말했다.

개혁연대는 2019년 정기총회를 맞아 '성벽 밖의 신앙을 말한다'를 주제로 이슈 토크를 진행했다. 발제자로 나온 이성민 씨와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포이에마)·<세속성자>(북인더갭) 저자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는 한국교회 안에서 확산하는 가나안 교인 현상의 이유와 의미를 진단했다. 개혁연대 회원과 일반 교인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가나안 교인들의 소통방 개설
1년 만에 사연 1487건 접수
교인 간 갈등 39%, 목사와 갈등 33%
"한국교회, 경청하고 품어야 할 때"

이성민 씨는 지난해 2월 페이스북 페이지 '교회를 떠났다'를 개설했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의 사연을 공유해, 가나안 교인이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페이지에 접수된 사연이 1487건이고, 팔로워는 약 1만 1000여 명이다(1월 21일 기준). 이 씨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페이지에 관심을 보인다며, 그만큼 교인들이 교회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교인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로 '교인 간 갈등'(39%)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서로 편을 가르고, 특정인과 관련한 소문을 퍼뜨리거나 그를 따돌리는 모습을 보고 교회를 떠났다는 것이다.

'목회자(부인 포함)와 갈등'은 33%였다. 순종을 이유로 헌금이나 봉사를 강요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교인이 있으면 저격 설교를 하는 식이다. 담임목사가 부목사와 교인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목회자의 성범죄나 재정 문제 때문에 교회를 떠났다는 사연도 있었다.

'교회 시스템 및 교리'를 든 사람은 24%였다.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교회 시각이나 교인들, 특히 청년들을 혹사하는 구조가 싫어서 교회를 떠난 이가 많았다.

이성민 씨는 한때 가나안 교인이었다. 그는 교회가 이들을 경청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성민 씨도 한때 교회를 떠났던 사람이었다. 시골 교회 목사 아들이었던 그는 대학에 진학하고 서울에 있는 작은 교회를 13년간 출석했다. 이 씨는 목회자가 독단적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교회를 떠났다. 그는 "교회를 떠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떠나고 보니 고난의 시작이었다. 상처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외로움, 우울증 등 합병증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기도하던 중 한국교회 안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씨는 "그들도 나와 같은 심정을 겪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성민 씨는 지금 가나안 교인에게 필요한 건 위로와 회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나안 교인들은 교회를 떠나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교회를 등졌다고 볼 수 없다. 지금이 교회로 돌아올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배제하고 삿대질만 할 게 아니라 경청하고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나안 교인, 5년 만에 두 배
앞으로도 증가 추세 
"가나안 교인, 한국교회에 
구원론·교회론·선교론 재점검 요구"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 교인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까지만 해도 가나안 교인이 100만 명이라고 봤다. 지금은 대다수 학자가 200만 명으로 추산한다. 불과 5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라고 했다. 양 대표는 2016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발표한 통계를 인용하며 "현재 출석 교인들의 3분의 1이 '떠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나안 교인은 앞으로도 계속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대표는 가나안 교인 현상이 한국교회에 세 가지 도전을 주고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구원론'이다. 가나안 교인은 제도 교회를 떠나면서 스스로 질문한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내가 그리스도인이 맞을까.' 양 대표는 "역설적으로 제도 교회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질문을, 교회 밖에서 진지하게 하기 시작한다. 교회가 구원을 깊이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구원론을 어떻게 전하고 있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교회론'이다.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 교인들을 단순히 '교회'를 떠난 사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교회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하느냐에 따라, 가나안 교인이 교회 밖에 있는지 안에 있는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가나안 교인들이 진정한 교회가 무엇인지 묻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교회 성장과 교세 확장에만 몰두하지 말고 교회 본질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 교인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마지막은 '선교론'이다. 가나안 교인은 교회 바깥에서도 서로 모이며 교회와 신앙을 논하고 복음을 어떻게 드러내며 살지 고민한다. 어려운 현장에 찾아가 개인 이름으로 자원봉사 등을 하며 전통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선교를 실천하기도 한다. 이는 기성 교회가 단체로 몰려가 봉사하고 전도했던 방식과는 다른 모습이다. 양 대표는 "현재 한국 사회에 어떤 복음이 필요한지 가나안 교인들이 잘 보여 준다. 최근 교계에는 공적 신앙, 선교적 교회와 관련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가나안 교인은 이 주제를 몸소 실천하며 우리에게 도전하는 존재들이다"라고 말했다.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 교인을 만나면, 이들이 신앙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떻게 성장하고 주변을 섬길지 노력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들이 던지는 고민을 들어야 한다. 교회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를 가나안 교인들이 먼저 하고 있다. 교회가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연대는 2019년 정기총회에서 한국교회가 주목할 이슈로 가나안 교인 현상을 진단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개혁연대는 이날 정기총회에서, 2019년에도 교인들 상담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교회문제상담소 조직을 강화하고, 교회 분쟁 예방을 위한 안내 책자와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명성교회 세습 사태 등 한국교회 현안에 대처하는 이슈 파이팅과 교회 개혁 정신을 알리고 교육 지원 활동, 각 교회 내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