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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유무상통의 공동체' 될 수 있을까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 컨퍼런스…"시대에 따라 다른 유형, 특정 모습만 정답 아냐"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01.21  16: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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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재산 축적이 하나님 축복의 결과인 것처럼 여기는 한국교회 문화 속에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의 공동체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이야기다. 목회자와 교인 모두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 외형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초대교회 교인들이 지녔던 믿음을 본받아야 한다는 정도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 같은 유무상통의 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노력해 온 개신교 교파가 있다. 아나뱁티스트(Anabaptist)는 종교개혁가들의 박해를 피해 도망 다니던 약 500년 전부터 고도의 기술 발달로 문명사회가 된 지금까지, 초대교회 유무상통을 문자 그대로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곳에 모여 살며 공동으로 생산 활동을 하고, 자녀를 교육하고, 가진 것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삶이다.

아나뱁티스트가 공유하는 공동체 의미를 살펴보고, 실제 어떤 방식으로 공동체를 일구어 살아가는지 설명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는 1월 19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아나뱁티스트들이 살아온 오랜 방식 - 공동체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아나뱁티스트 활동과 관련 있거나, 공동체의 삶을 꿈꾸는 사람 9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가 1월 19일 개최한 컨퍼런스에는 이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 8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아나뱁티스트, 초대교회 원형에 가까워"
원칙 따라 세계 곳곳에 분포
지역·문화 따라 다양한 유형 가능

김난예 교수는 아나뱁티스트에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가진 것을 나눠 쓰는 유무상통 공동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브루더호프는 공동 생산, 공동 소유, 공동 거주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캐나다 후터라이트도 80~100명 단위로 생활하며 자치구에서 생산한 물건을 함께 소비한다. 외부와의 교류해서 얻은 이익은 자치구 공동 소유가 된다.

김 교수는 "아나뱁티스트 신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회의 본질은 사도행전 2장과 4장에 나오는 유무상통이 가능한 공동체다. 국가로부터 자유롭고 세상과 철저하게 다른,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적 공동체다. 이들은 성경 말씀대로 예수를 따르는 제자의 삶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곳이 교회 곧 공동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난예 교수는 이 같은 삶이 한국교회에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말씀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목회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해 더 이상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한국교회가, 초대교회 원형에 가장 가까운 아나뱁티스트 공동체에 주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난예 교수(왼쪽)와 김복기 형제는 아나뱁티스트 공동체의 모습이 한국교회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복기 형제가 속해 있는 캐나다 메노나이트 교단도 아나뱁티스트 분파로, 현대 사회 환경와 어울리는 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메노나이트는 도시와 농촌에서 모습이 조금 다르다. 도시에서는 개교회를 중심으로 특화한 공동체가 형성해 있다.

은퇴 뒤 사망 전까지 모여 사는 노인 돌봄 공동체는 요양원처럼 고립된 곳이 아니다. 이곳에는 자립이 가능한 노인부터 호스피스 돌봄이 필요한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산다. 울타리가 없어 이곳에 가족을 둔 이들의 방문 또한 자유롭게 이뤄진다.

19세나 20세 젊은 청년들이 1년 정도 쉬면서 지역사회를 경험하는 자원봉사 공동체도 있다. 이들은 공동으로 한 집에 머물면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함께 살면서 상호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영적으로 훈련하며 공동체 안에서의 삶이 무엇인지 몸으로 알아 간다.

한국교회는 복음의 메시지는 넘쳐나지만, 그에 부합하는 교회 공동체를 발견하기 힘든 환경이다. 김복기 형제는 그렇기에 헌신을 필요로 하는 공동체적 삶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공동체는 문화·환경·국가가 처한 시대적 맥락에 따라 다른 유형을 보이고 있다며 어떤 특정한 모습만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도농 상생 한국형 공동체 '밝은누리'
"삶의 근본 변화하는 대안 될 것"
"하나님나라는 이상 아닌 실재"

도시와 농촌 형태로 마을을 일궈 살아가고 있는 밝은누리 최철호 대표는 한국형 공동체를 소개했다. 밝은누리는 서울 강북구 인수동 인수마을과 홍천 생명평화마을로 나뉘어 각각 도시형·농촌형 공동체를 구현하고 있다.

서울과 홍천에 도농 상생 공동체 '밝은누리'와 함께하는 최철호 대표는 공동체가 삶의 근본을 변화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밝은누리는 도시와 농촌이 극단적으로 분리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기존 도시 공동체에서 분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서울에서 시작했지만 농촌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 홍천으로 이주했고, 그 후로도 서울의 인수마을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일례로 홍천의 농산물은 서울 마을밥상의 주 재료가 되고, 마을밥상에서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홍천의 생태 농업을 위한 거름으로 사용된다.

최철호 대표는 말씀과 삶이 분리된 한국교회 현실에서 공동체는 삶의 근본을 변화시키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신앙 안에서 함께 말씀을 공부하고 영성 수련에 힘쓰고 집을 짓고 먹을 것을 생산하고 자녀를 교육하면서 성서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삶은, 파편화한 현대사회에서 서로를 믿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설은주 목사, 크리스 라이스, 김복기 형제, 최철호 대표가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공동체에서도 갈등은 존재한다. <화해의 제자도>(IVP) 저자 중 한 명이자 메노나이트중앙위원회 동북아지부를 담당하는 크리스 라이스는 자신이 몸담았던 공동체에서 겪은 인종 갈등 상황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을 소개했다. 그는 "매일 곁에 있는 사람들과 평화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세상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며 일상에서의 평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은주 목사는 프랑스 떼제공동체, 독일의 기독교 마리아 자매회, 스위스의 라브리, 영국의 포스트그린 등 다양한 예수 공동체 경험을 어떻게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 왔다. 설 목사는 "하나님나라는 우리 생각 속에만 머무는 이상이 아니다. 이 땅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러 공동체를 통해 목격한 작은 하나님나라를 한국에서 구현하는 데 여러분이 앞장서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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