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부자 세습으로 노회뿐만 아니라 교단마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부자 세습 후폭풍이 해가 바뀔수록 거세지고 있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는 둘로 쪼개진 채 소송을 벌이고 있고, '친명성교회'를 자처하는 단체의 출범으로 교단마저 혼탁한 상황이다. 총회 임원회는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서울동남노회(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수습전권위·채영남 위원장)를 만들었지만,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총회 재판국(강흥구 재판국장)과 수습전권위는 1월 15일, 서울 종로 예장통합 총회 회관 4층에서 각각 회의를 열었다. 총회 재판국 회의실에서는 고성이 오갔지만, 수습전권위 회의실에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와 상반된 분위기를 보여 줬다.

이날 수습전권위는 서울동남노회 노회장으로 선출된 김수원 목사 측과 반대 측을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목사 측은 지난 정기회에서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에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노회장 선거가 불법으로 진행됐다며 맞섰다. 양측은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간담회를 종료했다.

화해·조정을 추진했던 수습전권위는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보고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총회 재판국은 현재 '서울동남노회 선거무효 소송 및 당선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채영남 수습전권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화해·조정이 안 될 경우 '사고 노회'로 지정하고 수습위원회를 파송해야 한다. 그러려면 총회 재판국 판결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회 재판국이 서울동남노회 노회장 선거무효 소송을 마치고 선고하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채 위원장은 2월 안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습전권위는 총회 임원회가 조직하는데, 일반적으로 해당 노회를 먼저 '사고 노회'로 지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동남노회를 사고 노회로 지정하지 않았다. 채 위원장은 "사고 노회로 지정해 줘야 우리가 안에 들어가서 뭘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수습전권위 한 관계자는 "총회 임원회가 절차를 지키지 않아 일이 복잡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총회 임원회 측은, 첨예한 상황이다 보니 사고 노회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태영 부총회장은 "김수원 목사 측은 김 목사가 노회장이라고 하는데, 반대 측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노회로 지정하면 어느 한쪽이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사고 노회 지정 여부는 수습전권위에 일임한 상황이다. (수습전권위가) 지정하든 안 하든 총회 임원회는 결정을 그대로 받을 것"이라고 했다.

총회 수습전권위원회는 명성교회 문제로 둘로 쪼개진 서울동남노회의 화해·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총회 임원회는 수습전권위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고, 수습전권위는 총회 재판국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작년 예장통합 103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은 불법이라고 결의해 놓고서도, 그 때문에 생긴 사건들에 대한 조치는 더디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명성교회 세습 때문에 생긴 일이 조정·화해의 대상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에 앞장서 온 김수원 목사는 총회 임원회와 수습전권위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날 김 목사는 취재진과 만나 "총회 임원회가 수습전권위를 파송하지 말고 기다려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건 중재할 사안이 아닌데 너무 빨리 개입한 것 아닌가 싶다. 수습전권위원 중에는 재작년부터 시작된 문제의 이면을 보지 않고, (노회장) 선거 절차·과정만 문제 삼는 분도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으로 촉발된 노회 갈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원 목사는 서울동남노회 문제가 해결되려면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무효 소송에 관한 재심'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한다고 했다. 문제의 본질은 명성교회 세습이며, 이 문제로 노회가 둘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노회장 선거무효 소송과 관계없이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 재심이 바르게 빨리 나와야 노회 후속 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 재판국 일정표에는 김하나 목사와 관련한 재심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았다. 강흥구 재판국장은 "김수원 목사가 제기한 재심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한편, 친명성교회를 자처하는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최경구 대표회장)는 "103회 총회가 102회 총회 재판국의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김하나 목사와 관련한 재심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강흥구 재판국장은 "그건 그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태영 부총회장도 "명성교회 문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만큼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 아니다. 총회 안에서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원 목사는 "총회 재판국이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 재심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노회가 산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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