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가버나움. 복음서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지명이다. 갈릴리 호수 북부에 자리한 이곳은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에 자주 등장한다. 예수님은 이곳에서 복음을 선포하며 많은 기적을 행하셨다. 열병에 걸린 베드로의 장모, 나병과 중풍병에 걸린 사람 등 온갖 환자를 고치셨다. 

이 지명을 제목으로 내건 영화 '가버나움'이 1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레바논 감독 나딘 라바키와 제작자인 남편 할레드 모우자나르가 함께 만든 이 영화는,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1월 24일 열리는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영화의 배경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빈민가다. 길거리에서 주스를 팔거나 슈퍼에서 자기 몸집만 한 물건들을 배달하며 집안 생계를 돕는 소년 '자인'.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열두 살인지 열세 살인지 정확한 나이도 모르는데, 아래로는 동생들이 ‘줄줄이 비엔나’다. 늘 불만에 찬 표정에 입은 거친 소년이지만 어린 동생들을 생각하는 속이 깊다.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한 열한 살짜리 여동생의 매매혼을 막으려다 실패한 자인은 부모를 원망하며 집을 떠난다. 

놀이동산에서 노숙하던 자인을 품어 준 사람은 불법 체류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사는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 라힐이다. 남몰래 혼자서 젖먹이 요나스를 기르던 그녀는 베이루트의 또 다른 빈민가에 세 들어 산다. 위태롭던 두 사람이 만나자 버티기 힘겨웠던 각자의 일상에 평온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불법 체류증을 갱신하지 못한 라힐이 구치소에 갇히면서 평온은 깨지고, 요나스와 함께 생존하기 위한 자인의 분투가 이어진다.

영화 <가버나움> 스틸컷.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인 그린나래미디어에 따르면, 나딘 라바키 감독이 가버나움을 제작한 동기는 이렇다. 

"레바논은 현재 난민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경제 문제로 연결되고 있고 그래서 거리의 아이들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다. (중략) 이 아이들을 지속적인 위험에 방치하는 건 진짜 범죄라고 생각했다. (중략) 우리는 차를 타고 아이들을 지나쳐 버리기만 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 문제에 대해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먼저 알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위험에 방치된 채 거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시점에서 빈곤과 난민 문제에 눈감은 세상을 고발하려 한 것이다. 

감독은 전문 배우들이 가버나움 속 인물들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길거리 캐스팅을 결심했다고 한다. 자인을 연기한 자인 알 라피아는 실제 생계를 위해 베이루트 거리를 전전하던 시리아 출신 난민 소년이다. 라힐 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와 한 살배기 요나스 역의 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 역시 레바논에 불법 체류하던 아프리카 출신 난민이다. 그린나래미디어에 따르면, 요라다노스 시프로우는 촬영 중 실제로 레바논 당국에 체포됐다 제작진의 도움으로 풀려났고, 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은 친부모가 체포돼 3주간 캐스팅 감독과 함께 지내야 했다. 

촬영 기간 6개월에 사전 조사 기간을 4년이나 보낸 나딘 라바키 감독은 가버나움을 만들며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죄의식이 떠나질 않았다. 영화를 본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먹먹한 감동과 함께 영화 제목이 왜 실제 배경인 베이루트가 아니라 가버나움일까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단순한 질문은 기적의 장소였던 가버나움이 저주의 장소로 바뀌는 복음서의 한 장면을 소환한다. 

"예수께서 기적을 가장 많이 행하신 동네에서 회개하지 않으므로 그 동네들을 꾸짖으셨다. (중략) 너 가파르나움(가버나움)아! 네가 하늘에 오를 성싶으냐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베푼 기적들을 소돔에서 보였더라면 그 도시는 오늘까지 남아 있었을 것이다." (마태복음 11:20-25, 공동번역)

빅퍼즐문화연구소와 청어람ARMC, <뉴스앤조이>는 영화 '가버나움'이 공식 개봉하기 하루 전날 1월 23일에 공동 시사회를 연다. <뉴스앤조이> 후원자라면 동반 1인까지 관람을 신청할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필름포럼에서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한다. 영화 관람 후에는 청어람 ARMC 양희송 대표가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시사회 참석 신청하러 가기

빅퍼즐문화연구소·청어람ARMC·<뉴스앤조이>가 1월 23일 오후 7시 30분에 필름포럼에서 공동 시사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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