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등장하는 박승렬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와 동명이인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강간 미수 및 무고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충섭 총회장) 박승렬 목사가 소속 노회 재판에서 '정직' 처분을 받았다. 박 목사가 속한 서울동노회 재판국(한대웅 재판국장)은 1월 4일, 판결문에 서명하는 것으로 절차를 마무리했다.

박승렬 목사는 지난해 8월 22일 열린 1심에서 징역 3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피해자 증언,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사건 당시 영상 등 각종 증거에 비추어 볼 때 가해 사실이 확실한데도, 박 목사는 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했다.

소속 목사가 성폭력 범죄로 실형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서울동노회는 지난해 10월 열린 정기노회에서 재판국원 7명을 선정하고 한대웅 목사(강일교회)를 재판국장으로, 김동한 장로(강남향린교회)를 서기에 임명했다. 재판국원 중에는 여성 2인도 포함됐다.

박 목사의 면직을 촉구해 온 기장 내 여성 단체들은 지난해 12월 26일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다뤄 주길 바라며 교회와 교단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해자의 목사직을 면직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으로 호소문을 작성해, 노회장과 재판국장·서기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재판국은 지난해 12월 27일, 박승렬 목사를 정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1월 4일 재판국장이 시무하는 강일교회에 모여 판결문에 서명하고 날인하기로 했다.

기장 여성연대, 성정의실현을위한연대 회원들은 재판국원들이 모이기로 했던 강일교회 앞에서 잠시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기장 여성연대 관계자들은 분노했다. 이들은 항의의 뜻으로 서명을 날인하는 장소 앞에 모여 피켓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월 4일 오전 11시, 재판국원들은 강일교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항의 시위 소식을 전해 들은 이들은 비밀리에 다른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재판국장이 시무하는 교회가 성폭력 목회자가 담임하는 교회로 오해받을 수 있고, 시위자들이 물리력 행사를 통해 날인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일찌감치 현장을 찾은 같은 교단 여성들, 한신대 학생들은 허탈해했다.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인금란 총무는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위원회 이혜진 위원장 역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계획한 시위였는데, 이렇게 말도 없이 피해 버리니 더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밤새 피켓을 만들어 쪽잠을 자고 현장에 도착한 한신대 학생은 "청년들은 성 문제에 관심이 많고 예민하다. 하지만 목사들은 여전히 목사를 우상화하던 시대에 살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다. 그냥 피하면 된다고, 자기들끼리 합의하고 얼렁뚱땅 넘기면 가라앉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대웅 재판국장은 1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교회에 찾아온 행위를 두고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딱히 할 말이 없다. 왜 남의 교회 목회를 방해하나. 벌써 교회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국장으로서 정직 판결 사유를 이야기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김동한 서기는 재판국원들이 '면직'까지는 동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 재판은 사회 법정에서 받은 유·무죄 여부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박 목사는 교계에 물의를 일으켰고 교회와 노회의 품위를 실추시켰다. 개인적으로는 더 높은 수위의 처벌을 원했지만, 재판국원 2/3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장 서울동노회 소속 노회원 중에는 가해자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이들이 있는데, 재판국에도 두 명이나 포함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장 헌법에는 판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 총회 재판국에 상소할 수 있게 돼 있다. 박승렬 목사 재판은 고소장을 제출한 노회 임원회가 원고다.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상소하면 된다.

헌법이 명시한 상소 가능 사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임원회는 재판국원 중 재판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 있어 제대로 된 판결이 불가능했다는 취지로 상소 이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서울동노회에는 박승렬 목사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노회원들이 있고, 그중 두 명 이상이 재판국원으로 배정돼 제척 사유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기장 여성연대는 이번 판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양성평등위원회 이혜진 위원장은 "사회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 중인 목회자에게도 정직 처분을 내렸다. 현재 목회자들 사이에서 피해자를 향한 2차 피해가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는데 재판국이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 어떻게 하는가. 이는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고발한 피해자를 또 한 번 죽이는 행위"라며 1월 9일 오후 2시, 재판국의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위 기사에 등장하는 박승렬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와 동명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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