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중앙교회는 이재록 목사 성폭행 사건 이후 '사택파'와 '쌍둥이파'로 분열돼 갈등을 빚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불미스러운 일로 '목자'가 자리를 비우자 양떼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일찍이 목자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껴 떠난 양떼가 있는가 하면, 서로를 탓하며 갈등 중인 양떼도 있다. 등록 교인만 13만 명에 이르는 만민중앙교회 이야기다. 지난해 이재록 목사가 신도 성폭행으로 구속되고 징역살이를 하게 되자, 교회는 갈등과 분열에 직면했다.

이재록 목사는 1982년 7월 25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교회를 개척했다. 당시 신자는 이 목사 가족을 포함해 13명뿐이었다. 치유와 권능의 메시지가 통하면서 신자는 급격히 증가했다. 개척 8년 만인 1990년 1만 명을 돌파했다. 2000년에는 6만 7000명, 2010년에는 11만 8000명으로 증가했다. 이후로 13만 명대를 유지해 왔다. 만민중앙교회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이들은 "목자의 기도를 받고 치유를 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신비적 요소가 성행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만민중앙교회 안에서 이재록 목사는 '목자', '성령'으로 통했다. 외부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신의 반열에 오른 이 목사에 버금가는 '머리급'도 있었다. '쌍둥이 목사'로 불린 이희진·이희선 자매 목사였다. 특히 이희진 목사는 예언을 전달해 주는 '대언자'로 활동하며, 교회 안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신자들을 상담해 왔다. '만민 찬양'을 만들고, '믿음의 분량'을 도입하기도 했다. 

교회 주요 직책도 도맡았다. 이희진 목사는, 이재록 목사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온 예능위원회 위원장과 GCN방송 총괄국장을 지냈다. 이희선 목사는 남녀선교회 총지도교사, 만민지교회 총지도교사 등을 맡았다. 2010년대 이후로 쌍둥이 목사의 시대가 펼쳐졌다.

복수의 관계자는 "쌍둥이 목사는 만민 안에서 언론과 문화, 지교회를 싹 잡았다. 핵심 조직에는 자기 사람들을 앉혔다. 쌍둥이 목사가 2010년부터 승승장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택파는 자리를 잃어 갔다"고 했다. 사택파는 이재록 목사의 가족을 말한다. 쌍둥이 목사가 이재록과 혈연 관계인 사람들보다 더 잘나갔다는 것이다.

쌍둥이 목사의 인기는 상당했다. 매주 금요일, 일요일이 되면 쌍둥이 목사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만 수백 명에 달했다. 따로 예약을 해야 만날 수 있었다. 신자들은 그냥 만나러 가지 않았다. '예물'을 준비해 가져다 바쳤다. 쌍둥이 목사가 막대한 수입을 올렸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실제 두 사람이 얼마나 벌여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만민중앙교회 한 관계자는 "(쌍둥이 목사가) 최근 7~8년간 낸 공식 헌금만 43억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민중앙교회에서 또 다른 권력의 축이었던 쌍둥이 목사는 이재록 목사의 성폭행이 드러나면서 힘을 잃었다. 이 목사가 구속된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쌍둥이파와 사택파의 권력 싸움이 본격화했다. 처음에는 쌍둥이파가 우세했으나 갈수록 사택파가 힘을 얻었다.

쌍둥이 목사와 지지자들은 서울 등촌동에 만국교회를 세웠다. 예배당에는 이재록 목사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성폭행 사건 이후 사택파 급부상
쌍둥이 목사 교회 떠나
"3개월간 도청당해,
목자님 나오는 날 양떼답게 복귀할 것"

교회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원로회는 지난해 9월, 이재록 목사의 딸 이수진 목사를 당회장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두 달 뒤에는 쌍둥이 목사가 맡고 있는 예능위원장, GCN방송 총괄국장, 남녀선교회 총지도교사 등 모든 직무를 정지했다. 기획실장도 사택파 장로로 교체했다. 교회 측은, 목자가 고초를 겪는 등 위기의 상황에서 쌍둥이 목사가 다니엘 철야 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만 할 뿐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한동안 잠잠하던 쌍둥이 목사는 12월 21일 입장문을 발표한 뒤 만민중앙교회를 떠났다. 두 목사는 "지난 3개월간 불법적으로 사무실이 도청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중략) 목자님의 억울하신 상황이 해결돼 나오는 날 목자님의 양떼답게 곧장 복귀하겠다. 이희진·이희선 목사는 이 영적 전쟁에서 기도로 금식으로 결사 항전하겠다"고 했다.

쌍둥이 목사는 서울 등촌동 한 빌딩을 임대해 '올네이션스목자의기도원'(만국교회)을 세웠다. 현재 200~300명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 3일 기자가 교회를 찾았을 때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교회 벽면에는 활짝 웃고 있는 이재록 목사 사진이 걸려 있었다. 관계자를 만나 "왜 교회를 떠나게 됐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사택파에 속하는 교회대책위원회는 "올네이션스목자의기도원은 만민중앙교회에 속해 있지 않으며 부설 기관도 아닌 전혀 별개 조직이다. 교회에서 이탈해 다른 흐름을 타고 있는 이들이 세운 곳이니 혼동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쌍둥이 목사는 조용히 물러난 듯했지만, 그들을 따르는 '교단과교회정상화를위한긴급운영위원회'는 분개했다. 사택파를 '악한 자'로 규정하고, 그들의 만행을 저지하고 분쇄하겠다고 했다.

쌍둥이 목사 지지 측 '서울 대첩'
신격화 지우기 나선 사택파에 반발
"양측 모두 '목자 아무 잘못 없다' 믿어"

사무연회가 열린 12월 30일 사택파와 쌍둥이파가 충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2018년 마지막 주일 12월 30일, 만민중앙교회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사택파를 반대하는 신자 300명이 몰려와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사택파 측근들이 성폭행과 재정 비리를 저질렀는데 이재록 목사가 대신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사택파가 교회 부지를 팔아 사적으로 유용하려 한다고도 했다. 이날 사택파는 사무연회를 열어 '성전이전위원회'를 출범하려고 했다. 만민중앙교회는 현재 사용 중인 서울 구로동 예배당을 2019년 말까지 비워 줘야 하는 상황이다.

쌍둥이 목사를 지지하는 신자들이 예배당에 진입하려 하자 사택파는 입구를 봉쇄했다. 이에 반발한 신자들은 "왜 '만민 찬양'을 다 고치느냐", "왜 (무안) 단물을 통제하느냐"고 따졌다. 본당 진입에 성공한 한 남성은 특송 소개문에 '목자'라는 단어가 빠졌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왜 목자를 뺐나", "목자가 부끄러운가"라고 소리쳤다.

'만민 찬양'은 목자를 강조하는 제목과 가사가 많이 담겨 있다. 이재록 목사의 성폭행 이후 교회 측은 만민 찬양을 개사하거나 제목을 바꿔 왔다. 예를 들어 찬양 제목 '목자의 마음'은 '오직 순종함으로', '목자의 권능'은 '끝이 없는 성령의 권능', '여기는 목자의 성'은 '여기는 새 예루살렘'으로 변경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교회 측이 이재록 목사 신격화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봤다. 목자가 아닌 '주님', '성령'을 강조하면서 이 목사를 인간화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 측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교회 관계자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신격화적인 요소가 있다 보니 교인들이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만민 찬양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예배당에 진입하지 못한 사택 반대파는 교회 밖에서 '목자님 15년이 웬 말이냐', '성전 이전이 사실인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들은 성폭행 등 각종 범죄는 목자의 측근들이 저질렀는데 사택파가 이를 비호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와 관련해 사택파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회 관계자는 "전형적인 허위 사실이다.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쌍둥이 목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12월 30일 시위를 '서울 대첩'으로 명명했다. 기습 시위에 교회는 사무연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만민중앙교회 역사상 이런 갈등이 표출된 적은 없었다. 한 탈퇴자는 "그날의 상황은 쇼킹 그 자체였다. 싫은 소리 하나 나오지 않은 곳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간 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목자를 따르는 사택파와 쌍둥이파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만민중앙교회 탈퇴자들은 "우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나름의 변화를 추구하려는 사택파를 상대로 쌍둥이파가 문제를 제기하는 꼴이다. 두 집단이 치고 박고 싸우는 모양새지만 공통점도 있다. 여전히 이재록을 따르고 있으며, 목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둥이 목사를 지지하는 신자들이 사택파의 책임을 물으며 시위에 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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