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새해의 상쾌한 기분은 이튿날 편집회의에서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기자들이 보고한 '돌아온 탕자들' 때문이다. 돌아온 탕자 비유의 핵심은 '회개'인데, 이들은 회개는 하지 않고 그냥 돌아만 왔다. 역시 2019년 1월 1일은 2018년 12월 31일에서 몇 시간 더 지난 것뿐이었다. 마음이야 깨끗한 캔버스에 다시 그리고 싶지만, 현실은 끝날 것 같지 않은 막장 드라마를 이어서 취재하며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감리교신학대학교 ㅅ 전 교수는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그가 논문 지도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제자에게 성폭력을 가한 것으로 봤다. ㅅ 교수는 제자와 수차례 성적 접촉을 했다고 시인했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업무상 위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ㅅ 교수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학교에서 해임됐던 그는, 지난 12월 감신대에 복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블리오드라마(성경을 토대로 한 드라마 치료)를 국내에 보급한 김세준 대표(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는 내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지인과의 대화에서도 "성관계는 치료의 일환"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사건이 드러난 후 잠시 활동을 멈췄다가, 최근 상담가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소속 전준구 목사(로고스교회)는 십수 년 전부터 여러 번 성추행 의혹을 받았다. 한번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신도와의 성관계를 인정한 적도 있다. 그는 작년 9월 감리회 서울남연회 감독에 당선됐다. 감리회 전국 11개 연회 중 하나의 수장이 된 것이다. 이후 감리회 여성 단체들을 중심으로 퇴진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더 황당한 점은 윗선의 용인이다. 감신대는 ㅅ 교수 복직을 수락했고, 김세준 대표가 목사 안수를 받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윤성원 총회장)는 재판 결과까지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며, 전준구 목사는 수차례 성 추문에 휩싸였지만 법적인 제재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감독에 출마·당선될 수 있었다. 

기독교계는 법적으로 제재받지 않으면 뭘 해도 되는 판인가. 위에 언급한 세 명은 모두 기혼자다. 백 번 양보해 그들의 말을 모두 인정한다 해도 최소 '불륜'이다. 게다가 교수와 제자, 상담가와 내담자, 목사와 교인 사이에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 가고 있다. 이 관계에서 일어나는 '부적절한 관계'는 사실상 성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자기가 억울하다고 한다. 그렇겠다. 간통죄도 사라진 마당에 참으로 억울하겠다.

성경에 회개하지 않고 돌아온 탕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겠다. 돼지를 치며 쥐엄 열매를 먹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아버지를 속이고 형의 유산까지 모두 가로채려고 기도企圖하는 인물로 말이다. 회개하지 않은 탕자에게 충고는커녕 그를 도와 한몫 노리는, 주인 뒷통수를 치는 종도 나오면 어떨까.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