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교회 안에도 동성애자는 있다. 평신도·신학생·목회자 등 다양한 모습의 동성애자 그리스도인이 오늘도 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이들의 존재를 애써 부인해 왔다. 개인의 존재를 지우고 '동성애자'로 대상화해야 더 정죄하기 쉽고, 더 반대하기 쉽기 때문이다.

찬성과 반대로만 규정되는 동성애 논쟁으로 놓치기 쉬운 건 이들이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종교에서 사람을 지워 버린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한국 개신교는 그런 방법으로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지워 왔다.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 / 윌리엄 로더, 메건 드프란자, 웨슬리 힐, 스티븐 홈스, 프레스턴 스프링클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펴냄 / 388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 이은혜

올해 9월 말 출간한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IVP)는 동성애 논쟁에서 지워진 '사람'을 논의의 중심으로 옮겨 온다. 이 책의 주된 쟁점은 한국교회에서 보여 주는 논쟁과 결이 다르다. 한국은 여전히 어떤 존재를 '반대'하는 데만 주력하는 상황이지만,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성 간 성관계, 동성 간 결혼이 성경적인지 아닌지를 주로 다룬다.

저자는 네 명인데 견해는 두 개다. 굳이 편을 나누자면 윌리엄 로더와 메건 드프란자가 한 팀(A), 웨슬리 힐과 스티븐 홈스가 한 팀(B)이다. A팀은 성경적·신학적으로 동성 결혼까지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B팀은 결혼은 출산이라는 신성한 의무를 동반하기 때문에 동성 결혼까지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점은 B팀, 즉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웨슬리 힐 자신도 게이 크리스천이라는 점이다. 미국 트리니티스쿨포미니스트리에서 성서학을 가르치는 힐은 동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것과 이를 성관계로 이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해석한다. 그는 성경에서 동성 간 성관계를 죄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동성애자 그리스도인이라면 수도원의 수사들처럼 금욕 생활을 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힐의 견해는 한국교회 반동성애 운동가들에게 솔깃할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힐의 견해를 앞세우면서 동성애자들에게 독신으로 살라고 강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메건 드프란자는 힐의 글에 대한 응답으로 이렇게 썼다. 동성애자 그리스도인이 독신으로 사는 사람을 택했다고 이를 같은 환경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할 수는 없다는 논지다.

"수도원 서약을 본뜬 좀 더 공식적인 우정의 '서약'은 결혼과 전형적으로 연결되는 많은 선물 - 공적 책임, 배타성, 항구성 - 을 줄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대안으로 부름 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교회와 수도 공동체에서 일어난 성적 스캔들의 역사는 독신의 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멍에를 강요할 때의 위험을 헤아려 보게 한다." (247쪽)

저자들은 서로를 비난하거나 깎아내리지 않는 방법으로 논의를 이어 간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동성애자가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논의를 출발하기 때문이다. 사람 개개인이 지닌 다양한 측면을 '가능성'의 이름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스티브 홈스의 의견은 또 어떤가. 그 역시 신학적 관점에서 결혼을 볼 때 동성 간 결혼은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의견이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과 다른 점은, 그가 신학적 관점을 피력하는 것과 별개로, 동성애자를 '사람'으로 보고 목회 현장에서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는 데 있다.

"자녀를 둔 게이 커플이 교회의 전도 활동 결과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자. 그들이 자신의 가정을 깨는 것이 진지한 신앙고백, 세례, 교인 등록의 전제 조건인가? (중략) 결혼은 안 했지만 성생활을 하는 (동성애 혹은 이성애)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회심을 하고 교회에 나왔다면 그들이 참석할 수 있는 섬김의 영역에 제한을 둘 것인가? 나중에 커밍아웃을 하는 게이나 레즈비언 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략) 교인들 중에 커밍아웃을 하는 혹은 하지 않는 청년들은 어떻게 지원할 것이며 그들에게는 어떠한 제약을 둘 것인가?" (302~303쪽)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은 이러한 실제적인 문제에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온갖 가짜 뉴스를 유포하며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사랑하니까 돌아오라"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집중해 왔다. 이들의 주장에 부화뇌동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은 동성애자는 신학생이 될 수 없고, 동성애자를 교회에서 내쫓아도 된다는 등의 결의를 했다. 진지한 고민 없이 섣불리 확신하고 정죄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사람'의 존재를 지워 버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동성애에 대한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하면 '이단' 소리까지 듣게 됐다. 성소수자 목회를 진지하게 고민해 온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이미 주요 장로교단에서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교계 반동성애 인사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은 12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뉴스앤조이>가 동성애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며 반기독교 언론이라고 규탄했다.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는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동성애를 반대해야 한다"는 명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호주 머독대학교 윌리엄 로더 석좌교수는 "기독교 초기부터 성경과 경험 모두를 고려해 성경의 일부를 제쳐 놓거나 다른 부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등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럴 때 로더 교수는 성경에서 묘사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짚어 준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예수님의 주장은 성경 해석에 있어서 사람을 먼저 고려해 우선순위를 분별하는 모습의 전형이다. (중략) 수 세기가 지나면서 몇 가지 다른 문제들, 예를 들어 노예제도, 여성의 역할, 이혼 등이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중략) 더 나은 길은, 성경 저자들의 관점과 그들이 그러한 주장을 한 이유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새로운 이해에 근거하고 예수님의 자세가 기초했던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의 근거를 인정하는 것이다." (74쪽)

동성애를 반대할 자유도 찬성할 자유도 있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어떤 사안을 논의할 때 만약 그것이 사람과 관계한 것이라면, 또 누군가의 존재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말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신은 동성애를 찬성하냐 반대하냐"고 묻고 답을 요구하기 전에, 조금 더 진지하고 겸손하게 이 사안을 공부하려는 개신교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신앙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엄밀하고, 사려 깊고, 지적인 논의와 논쟁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을 지켜보는 사람들, 특히 우리의 게이와 레즈비언 친구들과 이웃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덜이 아니라 더욱 감명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기독교의 관점을 따르는 것을 넘어 그러한 관점을 기독교다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사람들은 교리의 내용에서만이 아니라 교리의 어조에서도 그리스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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