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ㅈㄹ(이재록)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머리급들도 우릴 속였죠." (어디가서만민이라면챙피해)

"어찌 보면 우리가 ㅁㅁ(만민)에서 나올 수 있는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 주신 분들이 계시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ㅇㅈㄹ은이단자)

"교회는 사람 보고 다니는 게 아니잖아요. 하나님께 예배하고 하나님 만나는 곳입니다. ㅁㅁ은 근본이 썩었고 성폭행범 ㅇㅈㄹ 교주를 믿고 따르고 있어요. 뭐가 바뀐다는 걸까요. 결국 드러난 거짓을 덮고 한 명이라도 더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 사단의 간교한 방법입니다." (행복이)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저녁 8시가 되자 익명으로 된 카카오톡 채팅방에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만민중앙교회 탈퇴자 300여 명이 참여하는 채팅방에서는 '탈만민'하게 된 계기, 만민에서 겪은 에피소드, 찬양 공유, 신앙 고민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이 올라온다. 참가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지정된 시간에만 대화를 나눈다.

채팅방 공식 이름은 '만민 엑소더스'다. 12월 8일 '양심선언'하고 만민중앙교회를 탈퇴한 이상현 씨(가명·28)가 만들었다. 20년간 만민중앙교회를 다닌 이 씨는 청년선교회연합회 총무 및 3청년 선교회장, 청년 화요 찬양 예배 인도자, 예능위원회 하모니팀 단원 등을 지냈다. 만민중앙교회 안에서는 '공인'으로 통했다. 이력이 말해 주듯, 이 씨는 만민중앙교회를 위해 헌신해 왔다.

지금도 많은 신자가 이재록 목사를 믿고 따르고 있다. 이상현 씨도 그랬다. 올해 4월 이재록 목사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을 때 "교회를 지키기 위해 눈물로 기도하고 찬양을 인도"했다. 여성 교인들을 성폭행했다는 주장은 조작, 거짓말이라고 믿었다. '우리 목자님은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다'고 생각했다.

만민중앙교회에 20년간 다니다가 최근 탈퇴한 이상현 씨(가명)가 동네에 있는 교회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영원할 것 같았던 믿음은 '계시의 오류'와 '목자의 실상'을 알고 난 뒤 깨졌다. 매주 월요일 발송된 하나님의 말씀이라던 계시는 틀린 내용이 많았고 늘 비슷비슷했다. 믿어 온 목자가 성폭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을 보고 신뢰가 사그라들었다. 안 그래도 만민에 팽배한 신비주의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만민중앙교회에서 꾸준히 떠돌던 문제의 '녹음 파일'을 듣고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녹음 파일을 들어 보면, 여성 청년 두 명이 대화를 나누는데 한 여성이 이재록 목사와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다. 이 녹음 파일은 만민중앙교회 측이 따로 해명에 나설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교회대책위원회는 12월 1일 공지에서 "OOO 자매는 당회장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고 분명히 진술했다 (중략) OOO 자매가 오해받는 상황에서 다니엘 철야 기도회에 참석하고 신학교에 성실하게 다니는 것 등을 참작해 이해해 주고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결국 이상현 씨는 20년간 다닌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이 씨는 "피해자이자 부역자로 살아왔다"고 양심선언했다. 최근 2년간 회장단에 있으면서 회원들에게 예물을 종용하고, 우상을 숭배하도록 잘못 이끌었다고 자책했다. 장문의 메시지를 12월 8일 교인들에게 보냈다. 그러자 아직 만민에 몸담고 있는 이 씨의 아버지가 반박 메시지를 뿌렸다.

"OOO 형제 아버지 OOO 장로입니다 아들이 미친 사람처럼 교회를 배신하여 성도들을 미혹하고 있으니 OOO으로 오는 모든 문자와 연락은 차단해 주세요. 성도님들! 잘못된 아들을 둔 아비로 용서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눈발이 휘몰아치던 12월 13일, 서울 구로의 한 카페에서 이상현 씨를 만났다. 예상과 달리 표정이 밝아 보였다. 하지만 교회 이야기가 나올 때면 눈빛이 변했다. 그의 입에서 '배신감', '허탈감', '당혹감'이란 단어가 자주 튀어나왔다.

온 가족이 치유의 역사 체험
만민중앙교회만 진리라고 믿어
2010년대 이후 신비주의 강화
"대언자가 믿음의 단계 측정"

이상현 씨는 1999년 1월부터 만민중앙교회에 다녔다. 이 씨의 어머니가 먼저 교회에 다녔고,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 씨를 전도했다. 이 씨 가족은 '치유의 역사'를 경험한 뒤 교회에 더욱 빠져들었다. 난소에 작은 종양이 있던 어머니는 금식과 기도로 치유됐다. 중풍으로 팔을 못 움직이던 할머니도 기도를 받고 움직일 수 있었다.

이 씨도 눈의 통증이나 복통이 사라지는 등 치료를 체험했다. 또 앞니 중 하나가 반만 자라다 말았는데, 수년간 성장이 멈춰 있던 치아에 무안 단물을 뿌리자 일주일 만에 다 자랐다. 이 씨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해 온 게 사실이다. 이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하나님이 해 주신 것으로 믿었는데, 인(in) 만민은 '이재록'을 통해 (하나님이) 치유해 준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체험을 하다 보니 만민중앙교회만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다른 교회에 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씨는 "한국교회를 전혀 몰랐다. 세계에서 제일 큰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 정도만 알았다. 명성교회나 사랑의교회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만큼 만민만 바라보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신이 경험한 만민중앙교회를 2000년대와 2010년대로 구분했다. 2000년대에는 사이비적 요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전도와 말씀, 권능(치료의 역사)이 중심이 됐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는 '신비주의' 요소가 지나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1년 '믿음의 분량'이 등장하면서 만민중앙교회는 카스트제도처럼 계급화했다. 쉽게 말해 믿음을 수치화해 버린 것이다.

만민중앙교회가 말하는 믿음의 분량은 1~5단계로 구분돼 있다. △구원받기 위한 믿음 △말씀대로 행하려고 하는 믿음 △말씀대로 행할 수 있는 믿음 △주님을 지극히 사랑하는 믿음(영의 사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믿음(온영)이다. 이 씨는 4단계에 해당하는 '영의 사람'에 속했다. 영의 사람부터는 노화가 멈추고, 소리와 냄새를 마음대로 차단할 수 있고, 질병이 틈타지 못한다. 최고 단계에 해당하는 '온영'이 되면 회춘回春도 가능하다.

이 씨는 "믿음의 분량은 만민중앙교회에서 '대언자'로 불리는 이OO 목사가 정해 줬다. 이 목사의 일가친척 내지 예물을 많이 하는 사람, 말을 잘 듣는 사람일수록 믿음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많은 일꾼이 이 사실을 알았지만, 이 목사가 대언자이자 가장 높은 '온영'이라서 침묵했다"고 말했다.

신비주의가 강해지면서 목자의 위상도 달라졌다. 이상현 씨는 "이재록 목사는 유독 '성령'을 강조했다. '내가 만약 하나님이다, 성령이다 말하면 나를 매도하고 떠나라'고 했다가, '루시엘 천사장이 나를 섬긴다', '세상이 너무 죄악으로 관영해서 성령의 본체가 이 땅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주님 동생이다', '주님도 나를 주라고 부른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는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이재록을) 자연스럽게 성령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남녀 분리 문화 강조해 온 이재록 목사
"선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강렬해
성폭행 사실 받아들이기 어려워"
교회 측 "탈퇴자 10%도 안 돼,
이것만 봐도 하나님이 누구 편인지 알 수 있어"

법원 유죄판결에도 이재록 목사를 믿고 따르는 신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목자가 여성 교인들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이 씨는 의혹은 조작이고, 거짓말이라고 믿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평소 이재록 목사는 남녀 분리 문화를 강조해 왔다. 찬양 사역을 하는 '예능위원회'마저 남자팀 여자팀으로 따로 분리돼 있을 정도였다. 이 씨는 "남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왔고, (이재록) 특유의 이미지 탓에 의혹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이재록 목사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다. 지금이야 백발이 성한 초라한 노인의 모습이지만, (이 목사는) 교회에서 바르고 정갈하고 신사적이고 인자하고 긍휼한 모습을 보여 왔다. 또 같이 울어 주고 기도해 주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에 (성폭력 의혹이 제기돼도) 당연히 믿을 수가 없었다. 선하고 사랑이 가득한 이미지가 크니까 성폭행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 4월 의혹이 제기됐을 때, 목자와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찬양을 인도했다."

목자를 향한 신뢰는 계속 폭로되는 진실 앞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피해자들 증언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만민과 여러 사이비 단체에 유사한 점이 많았다. 교리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교회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20년간 몸담아 온 교회에서 떠난다고 생각하니 허탈감, 상실감, 고독감이 밀려왔다.

"교회 안에서는 여전히 조작·가짜라고 믿는다. 그 사람들에게는 목자가 성폭행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자기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목자가 참이고 다른 건 거짓이라고 믿는다. 정말 속이 터질 지경이다. 아무래도 이재록 목사와 관련한 자료들을 계속해서 제공해야 탈만민도 늘어날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채팅방도 운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블로그나 신문사에 연재를 통해 만민에서 경험한 일들을 알리고 싶다. 누군가는 진실을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재록 목사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만민중앙교회를 떠나는 신자들이 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믿음의 동역자였던 아버지와는 이번 일로 관계가 단절됐다. 함께 살던 아버지는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했다. 이 씨는 "아버지는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도 만민중앙교회 출석 교인은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신자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상현 씨는 "탈만민에서 파악하기로 2000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회 측도 신자가 줄어든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교회 관계자는 "10% 줄어든 것으로 보는데, 실제 떠난 사람은 300~400명밖에 안 된다. 이것만 봐도 하나님이 누구 편인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