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는 올해 한국과 일본의 <크리스천투데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계기로 '재림 그리스도' 의혹을 받고 있는 장재형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목사에게 법적·도덕적 하자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재림주 의혹을 받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와 관련한 단체들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단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어디로 가는지, 자신들이 재림주로 믿는 장재형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특히 <크리스천투데이>는 마치 정통 기독교 언론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으나, 과연 그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

<뉴스앤조이>는 지난 한 달간 취재한 구체적인 내용을 시리즈로 풀어놓는다. 일본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으로 시선을 옮겨 보자. 미국에는 장재형 목사가 세우거나 관여하고 있는 수많은 기관이 있다. 먼저 이들의 관계부터 살펴본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장재형 목사는 인터넷 시대에 언론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인터넷 언론을 창립했다. 2000년 7월 한국에 <크리스천투데이>를 설립했고, 2002년에는 일본에 <크리스천투데이>를, 2004년에는 미국에 <크리스천포스트>를 설립했다. 세 언론은 각국에서 장재형 목사를 둘러싸고 재림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최전선에서 그를 대변했다.

장재형이 세운 매체들은 '1위'를 유독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크리스천투데이>는 '종교 신문 1위',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세계 No.1 크리스천 웹사이트'를 앞세운다. <크리스천포스트>가 작성한 기사들은 한국 <크리스천투데이>에서 거의 원본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단순히 인용 보도하는 수준이 아니라 번역해서 사진까지 그대로 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재형이 직접 세우지는 않았지만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매체는 또 있다. 기독교 언론이 아닌 일반 매체다. 장재형이 설립한 올리벳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쳤거나 이사회 멤버였던 사람들이 세운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 International Business Times>(IBTimes)다. 올리벳대 데이비스 총장의 남편 조너선 데이비스(Johnathan Davis)와 전 이사이자 부이사장을 역임한 에티엔 유작(Etienne Uzac)은 2006년 <IBTimes>를 함께 설립했다.

미국 언론 다수는 IBT미디어가 <뉴스위크>를 인수할 당시, 장재형과의 관계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언론사였지만, 2013년 영향력 있는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Newsweek>를 인수하면서 미국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IBTimes>의 모기업 'IBT미디어'는 당시 경영난에 시달리던 <뉴스위크>를 인수하고 '뉴스위크미디어그룹 Newsweek Media Group'(NMG)을 만들었다.

설립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인터넷 언론이 유서 깊은 시사 주간지를 인수한 것만으로도 뉴스가 될 법한데, IBT미디어는 조금 다른 주제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언론은 이 사안을 보도하며 "<뉴스위크>의 새 주인들이 재림주 의혹을 받는 논란 많은 한국인 목사와 미스터리한 관계"라고 언급했다.

조너선 데이비스와 에티엔 유작은 IBT미디어와 장재형은 아무 연관이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하면서도, 평소 장 목사에게 조언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프랑스 출신 유작은 프랑스 경영 전문 잡지 <Challenge>와의 인터뷰에서 "장 목사를 상당히 존경한다. 기독교계에서 대단히 존경받는 사람이고 탁월한 신학자다. 하지만 그는 그룹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편집권은 철저히 독립돼 있다"고 밝혔다.

장재형과 연관한 인사들은 처음에는 기독교 언론에서 시작해 이제는 주류 언론으로까지 발을 넓혔다. 이번 기사에서 이들을 조명하는 이유는 꼭 재림주 의혹을 받고 있는 장재형 목사와 관련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IBT미디어가 인수한 이래 <뉴스위크>는 끊임없이 잡음에 시달렸다. <크리스천포스트>의 모기업 CMCi(Christian Media Corporation International)도 마찬가지다.

트래픽을 조작해 수십억 원의 정부 광고 수주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고, 최근에는 횡령·사기·돈세탁 혐의로 IBT미디어와 CMCi 대표가 맨해튼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이들 언론의 불법행위는 모두 '돈'과 관련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장재형과 관련 있는 언론사들이 어떤 방법으로 트래픽을 조작했고, 어떤 이유로 검찰에 기소됐는지 자세하게 알아본다.

불법 프로그램으로 트래픽 조작
방문자 수 '뻥튀기'로 정부 광고 수주
"트래픽 조작은 사실, 광고 사기는 아냐"

미국의 미디어를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소셜펀처 Social Puncher'는 올해 1월 '2017년 봄, <IBTimes>에서의 CFPB 비디오 광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정부 기관 CFPB(소비자금융보호국)가 수십억 원을 내고 언론사에 광고를 게재했는데, 해당 언론사들이 이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트래픽을 조작했다는 분석이 담겨 있다.

트래픽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는 곳은 <IBTimes>와 <뉴스위크>다. 위에서도 잠깐 설명했듯이, 두 언론사의 모기업은 올리벳대 이사였던 사람들이 세운 IBT미디어다. <IBTimes>는 CFPB가 광고료를 지급한 언론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인 281만 달러(한화 약 31억 원)를 수주했고, <뉴스위크>는 약 54만 달러(한화 약 6억 8500만 원)를 수주했다.

미디어 감시 단체 '소셜펀처'는 <IBTimes>와 <크리스천포스트>가 트래픽을 조작해 방문자 수를 늘렸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소셜펀쳐는 이 보고서에서, 두 기업이 같은 방법으로 트래픽을 조작해 정부 광고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CFPB는 정부가 행하는 캠페인을 더 잘 알리기 위해 미국 접속자가 많은 언론사 홈페이지에 동영상 광고를 게재하기를 원했다.

광고 시작은 2017년 3월인데, 이를 위해 <IBTimes>는 약 1년의 기간을 두고 트래픽을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가 소개하는 트래픽 조작 방법은 구체적이다.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IBTimes> 방문자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접속한 사람은 접체 접속자의 52%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2016년 9월부터 2017년 2월까지는 72%,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는 80%까지 올라갔다.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팝 언더 광고'(pop-under ad) 기법이다. 이 방법은 쉽게 이야기하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내가 클릭하지도 않았는데 원치 않는 창이 계속해서 뜨게 만드는 것이다. 트래픽을 조작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소비자가 <IBTimes>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다른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그 안에 숨겨 놓은 악성 코드가 팝업창을 띄우게 하고, 그것이 소비자를 <IBTimes> 홈페이지로 보내는 것이다. 소셜펀처는 "가장 오래되고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정부 광고가 게재되기 시작한 2017년 3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는 유령 도메인을 거쳤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으로 홈페이지 방문자 수를 조작했다. 보고서는 이 기간 <IBTimes> 방문자의 80% 이상이 불법 사이트의 팝업창을 통해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사이트 6곳을 통해 방문자를 모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셜펀처는 이 문제를 단순한 '트래픽 사기'로만 보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정부가 가장 큰 인터넷 광고주가 됐는데, 언론사들이 트래픽을 조작해 국민 세금을 부당하게 받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올리벳대 출신들이 세운 <IBTimes>가 있었다. 소셜펀처가 공개한 <IBTimes> 수법은 철저했다.

"<IBTimes>는 트래픽을 조작한 정황을 숨기기 위해 6개월 동안 이를 테스트했다. CFPB의 광고가 시작된 뒤 한 달간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최저 트래픽만 유지하며 '스텔스 모드'로 전환했다. 이는 같은 모기업을 둔 'ibtimes.co.uk'에서도 발견된다."

<IBTimes>는 같은 방법으로 2017년에만 정부 기관 4곳에서 더 광고를 수주했다.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광고 수익을 상당히 올렸음을 유추할 수 있다. 미국 언론 <버즈피드 BuzzFeed>도 당시 이 같은 상황을 보도하며, 장재형이 세운 <크리스천포스트> 역시 같은 방법으로 트래픽을 조작해 왔다고 설명했다.

<버즈피드>는 올해 3월 29일 자 기사에서, 올리벳대 전현직 이사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CMCi 산하 <크리스천포스트>와 <크리스천타임즈>도 같은 종류의 광고 사기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 삽입해서 운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디지털 미디어 측정 및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 '더블베리파이'(DV)는, IBT미디어와 CMCi가 운영하는 회사들의 홈페이지가 트래픽 조작을 일삼은 <IBTimes>의 홈페이지와 거의 똑같다고 했다.

트래픽 조작을 이용한 광고 사기 의혹에 당사자들은 일부 혐의만 인정했다. <뉴스위크>와 <IBTimes> 대변인은 <버즈피드>에 "트래픽을 산 것은 인정하지만, 이를 이용해 광고 사기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올리벳대 전현직 이사들은 장재형이 세운 <크리스천포스트>와 관련이 있고, 유서 깊은 주간지 <뉴스위크> 역시 장재형과의 관계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압수수색 후 횡령·사기 혐의로 기소
올리벳대와 같은 '다단계 금융 사기'
대표들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미국 검찰은 올해 2월, 또 다른 혐의로 <뉴스위크>를 압수수색했다. IBT미디어 측은 <뉴스위크>가 맨해튼 연방검사 사이러스 반스 Jr.의 부도덕적인 선거 자금 모금 현황을 보도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은 <뉴스위크>만을 겨냥한 게 아니었다.

<뉴스위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다음 달, 올리벳대학교 뉴욕캠퍼스 역시 압수수색했다. 올리벳대 뉴욕캠퍼스는 과거 정신병원이었던 건물을 2013년 학교가 2000만 달러(한화 약 224억)를 들여 구입 및 리모델링한 것이다. 학교는 건물 리모델링을 위해 '도버그린 Dover Green'이라는 건축 업체를 만들었고, 이 업체 역시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미국 언론은 대학교와 언론사가 동시에 압수수색을 받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올리벳대와 IBT미디어, 즉 <뉴스위크> 모그룹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IBT미디어는 2013~2014년에만 산학협동 지원금 명목으로 총 31억 원을 올리벳대에 보냈다. 올리벳대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이 돈에 대한 세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맨해튼 연방검사 반스 Jr.는 올해 10월 11일, IBT미디어를 설립한 에티엔 유작과 <크리스천포스트> 모기업 CMCi 대표 윌리엄 앤더슨, 컴퓨터 장비 업체 오이코스네트워크를 약 122억 원 규모 횡령·사기·돈세탁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수법은 지난 기사에서 소개한 올리벳대학교의 방법과 같다.

이들은 '캐런 스미스'라는 가상의 회계사가 작성한 허위 재무제표를 가지고, 고급 컴퓨터 서버를 장만할 목적을 내세워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이 돈은 컴퓨터 서버를 구입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고, 유작과 앤더슨, 오이코스네트워크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 검찰은 이 같은 행태가 '다단계 금융 사기' 수법과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다단계 금융 사기는 A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B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B은행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C은행에 또 대출을 받는 방법이다.

유작과 앤더슨은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이미 대출금을 이자와 함께 상환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없는 데다가, 누구를 해칠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횡령이나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맨해튼 검찰은 유작과 앤더슨이 수사가 시작된 것을 인지한 후 대출금을 상환했고, 이 돈의 출처 역시 불분명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샤인록 연방부검사는 10월 1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과 상관없는 해외 은행 계좌의 돈으로 대출금을 갚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대출받은 돈을 그대로 다시 갚은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해외 계좌에서 송금이 됐다는 것이다.

유작과 앤더슨은 각각 보석금 25만 달러(약 2억 8000만 원)를 내고 석방된 상황이며,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기자들 월급 누락하면서
올리벳대에는 통 큰 기부

<뉴스앤조이>는 이전 기사에서 올리벳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IBTimes>에서 번역 등의 일을 해 왔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IBTimes>는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중국·인도·싱가포르·영국 에디션도 발행하는데, 올리벳대 중국 학생들은 미국 기사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해 왔다고 증언했다.

<IBTimes> 오웬 데이비스 전 기자가 공개한 서류에는 IBT미디어와 <크리스천포스트>가 산학협동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올리벳대에 보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웬 데이비스 트위터 갈무리

2016년 7월 28일, 트위터에는 '#IBTWTF'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IBT What the F**k'(빌어먹을IBT)이라는 뜻이다. 이 해시태그는 <IBTimes>에서 일했던 전직 기자들이 시작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IBTimes>는 같은 해 3월 편집국 인원 85명 중 16명을 해고한 데 이어, 6월 말에도 30여 명을 대량 해고했다.

게다가 이들을 해고하면서 밀린 임금도 지불하지 않았다. 해직 기자들은 <IBTimes>가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그중에는 11개월을 일하고 2주 임금만 받은 사람도 있었고, 해외 취재를 나가면서 필요한 경비를 회사에서 주지 않아 본인이 직접 냈던 경우도 있었다.

#IBTWTF 운동에 앞장선 오웬 데이비스 전 기자는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은 올리벳대의 2014년 재정 감사 결과서 일부였다. 이 문서에는 모기업 IBT미디어가 전 이사 자격으로 올리벳대에 14억 원을 기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IBT미디어는 올리벳대에 '산학협동'이라는 이름으로 기부를 지속했는데, 정작 기자들에게는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

<IBTimes> 같은 무명에 가까웠던 언론사가 어떻게 <뉴스위크>를 인수하게 됐을까. IBTimes 홈페이지 갈무리

IBT미디어는 올리벳대를 통해 값싼 노동력을 확보했으면서도 기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고, 수십억대 정부 광고를 수주하고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100억이 넘는 돈을 대출받았다. 그러면서도 올리벳대에 수십억 지원금을 보냈다. 마치 언론사가 올리벳대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언론들도 이 수상한 관계에 대해 탐사 보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이 정도가 아니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올리벳대와 연관 있는 사업체는 언론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음 기사부터는 장재형과 연관한 수많은 미국 사업체가 어떻게 한국의 장재형 유관 기관과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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