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예수께서는 스스로를 길이라고 표현하시며, 제자들을 향해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복음서에서 예수를 따르는 일은 곧잘 '떠남'으로 표현됐다. 예수와 제자들의 많은 역사는 길 위에서 이뤄졌으며, 길은 그리스도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실제 흔적을 찾기 위해 순례를 떠나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의 신앙 여정도 흔히 순례에 비유한다. <천로역정>을 비롯한 옛 작품들은 그리스도인을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로 묘사했다.

마이클 마셜의 <순례를 떠나다 – 신앙의 여정을 걷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비아)와 찰스 포스터의 <길 위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 순례의 영성과 보행의 신학>(IVP)은 그리스도인의 '순례'를 주제로 다룬 에세이 책이다. <순례를 떠나다>는 영적 순례로 비유하는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 여정을 다뤘고, <길 위에서 하나님을 만나다>는 내적 순례가 아닌 실제 순례에 대해 다뤘다.

"머리에서 가슴에,

가슴에서 의지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

<순례를 떠나다>는 비아 출판사에서 낸 에세이 시리즈 중 하나로, 그리스도인의 신앙 여정을 돕는 책이다. 이 책은 신앙생활 여정을 "머리에서 가슴에, 가슴에서 의지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22쪽)이라고 표현한다. 잉글랜드성공회 주교 마이클 마셜이 썼다. 마셜은 기도·영성·예배 등에 관한 저작을 냈지만 한국에는 처음 소개됐다.

<순례를 떠나다>는 그리스도교에 거대한 업적을 남긴 신학자이자 주교인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의 신앙 여정을 따라가면서 신앙생활을 할 때 주어지는 도전들을 세밀하게 짚는다. 구도자로 살다가 회심을 거쳐 평생 그리스도인으로서 분투한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해설서이자, 안식에 이르는 종착지를 향해 신앙 여정을 밟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지침서다.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가 말하듯 신앙의 여정을 걷는 중에 우리는 우리보다 앞서간 '많은 증인들이 구름처럼 우리를 둘러싸'(히 12:1)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 여정을 걷는 동안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나, 길을 잃었을 때 커다란 힘이 된다.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 주었던 선배 신앙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비슷한 시험을 거쳤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여정을 마치고 목적지에 다다랐다. 그러므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여정의 안내자임과 동시에 동반자다. 그는 우리가 계속해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우리를 돕는다." (25쪽)

<순례를 떠나다 - 신앙의 여정을 걷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 / 마이클 마셜 지음 / 정다운 옮김 / 비아 펴냄 / 344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 책에서는, 인간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갈망'을 '안달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이 안달하는 마음을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조정할 것인지 살핀다. 내적 순례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낯섦을 뚫고서 어떻게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증인의 삶을 살 수 있을지, 아우구스티누스와 C.S.루이스, G.K. 체스터튼, 헨리 나우웬, 윌리엄 템플 등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입을 빌려 이야기한다. 변화하는 삶과 신앙 여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조언한다.

"하느님은 더 좋은 선물을 들고 우리가 손을 펴기를 기다리고 계시나 우리는 손을 펴려 하지 않는다. 이때 '거룩한 불만족'은 진정한 탐험의 동력이 된다. 좋은 것이 있던 자리에 더 좋은 것이, 더 좋은 것이 있던 자리에 최선의 것이 있게 되기까지는 기나긴 여정을 거쳐야 하며 이 여정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식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는 신앙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에서, 순례자로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너무나 쉽게, 너무나 빨리 안주해서는 안 된다." (86쪽)

이 책은 한 장씩 읽으면서 개인이나 공동체가 묵상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각 장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기도로 마무리되고 이후 묵상과 토론을 위한 몇 가지 질문이 나온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들은 아니다. 내면을 직면하고 신앙을 성찰하는 데 필요한 질문들이기에, 책이 안내하는 대로 한 주에 한 장씩 읽으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굴곡 어린 내적 순례길에 오른 이들, 인생의 여정 가운데 방황하는 이들, 앞서간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천천히 묵상하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인문학 서적 전문 출판사 '새물결'에서 2012년 번역 출간한, 역사학자 피터 브라운이 쓴 <아우구스티누스>를 함께 읽어도 좋겠다. 이 책은 아우구티누스의 삶을 더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을 책이다. 중세로 넘어가는 시대 배경과 로마제국의 사회상이 아우구스티누스 개인의 삶과 어떻게 얽히는지 보여 준다. 조금 더 입체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에 주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이클 마셜은 <순례를 떠나다> '감사의 말'에서 피터 브라운의 저작에 많은 빚을 졌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길을 떠났을 때 보이는

하나님의 시선

<길 위에서 하나님을 만나다>는 IVP '영성의 보화' 시리즈 중 하나다. '영성의 보화'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영성 훈련들을 조명해,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제시하는 시리즈다. △기도 △안식 △금식 △성찬 △순례 △절기 △십일조를 다룬다. 일곱 가지를 단순히 신념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적용할 수 있게끔 통찰을 주는 것이 목표다. 시리즈 첫 번째 책 <다시 길을 찾다>(IVP)를 비롯해 다른 책들도 한국어로 번역 출간돼 있다.

<길 위에서 하나님을 만나다>는 그 일곱 번째 책으로, 실제 순례 여정을 다뤘다. 주요 성지를 비롯해 세계 많은 곳을 다니는 여행자이자 작가인 찰스 포스터가 썼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내려온 순례의 역사를 밝히면서 △순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어디로 순례를 할 것인지 △왜 순례를 해야 하는지 △누가 무슨 이유로 순례를 반대하는지 등을 실제 여행 경험에 기초해 풀어내고 있다. 불교·힌두교·이슬람 등 다양한 종교 문화에서 순례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도 언급한다.

저자는 하루하루 발 딛고 사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는 그리스도인 신앙의 핵심 키워드 '떠남'에 관한 실질적 통찰이 들어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읽느냐에 따라 묵상집으로 읽히기도 하고 여행서로 읽히기도 한다. 예측 불허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순례자·방랑자 간의 만남과 연대를 보여 주고, 그리스도인이 정말 주목해야 할 이들이 길 위의 주변부 사람들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물리적인 순례는 은유적인 순례에 비해 많은 이점이 있다. 직접 순례를 떠나는 사람은 차를 몰고 갈 만큼 어리석지 않은 한 어쩔 수 없이 짐이 가벼워야 한다. 생각했던 것만큼 짐이 많이 필요하지 않음을 막상 가 보면 알게 된다. 삶의 권태로운 일들에 매여 있던 속박이 풀리면서 관계의 즐거움, 비의 즐거움, 대화의 즐거움, 침묵의 즐거움, 지친 몸의 즐거움 등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된다. (중략)

순례자는 또 평소 같았으면 경멸했을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법도 배우고, 산티아고에 먼저 도착하려고 서두르다가는 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겨 결국 꼴찌가 되고 만다는 사실도 배운다. 굳이 성경이 시키지 않아도 그는 '공중의 새를 보게' 되어 있다. 그 침례교 여성이 말했듯이 순례자는 세상의 주변부에 있게 되며 하나님이 주변부를 특별히 선호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순례자는 또 우정에 떠밀려서라도 종파를 초월하는 사람이 된다. 옹졸한 시각은 물집으로 터지고 땅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순례자는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교리를 버리지는 않지만 비로소 그 교리를 이해하게 된다." (71~72쪽)

<길 위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 순례의 영성과 보행의 신학> / 찰스 포스터 지음 / 윤종석 옮김 / 336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길 위에서 하나님을 만나다>는 예수의 공생애에서 핵심적인 것이 '돌아다니는 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들, 예수와 함께 걸었던 제자들 모습을 비롯해 성경 내용이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예배당 건물에서 정적으로 신앙생활하는 현대 그리스도인에게 도전과 통찰을 준다. 실제 순례 여정의 힘겨움·도전·만남 등을 접하다 보면, 내적 신앙 여정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대개 당신은 목적지에 가 있는 시간보다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진짜 사건이 벌어지는 곳은 대개 길 위다. 역사적으로 도착보다 여정 자체를 강조해 온 기독교의 순례를 내가 신앙적으로 유달리 더 유익하다고 보는 데는 바로 그런 이유도 있다. 순례 여정에서 배운 은유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그대로 적용된다. 집에 돌아오면 우리의 모든 시간은 출생에서 죽음으로 가는 여정에 소요되지만, 도착에 관해서는 어차피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길에서 배운 교훈은 사무실로 옮겨 올 수 있지만 도착에 관한 교훈을 삶의 과정에 적용하기란 (내 경우에 시도는 하겠지만) 어렵다.

이처럼 도착이 관건이 아니고 순례 전체가 은유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면, 실제로 여정이 이루어지는 그곳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정 전체는 신성한 목적지의 후방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학습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은 주변부, 변두리, 초라한 무명의 시골이다. 그런데 성경에서도 그렇고 실생활에서도 그렇고, 히피에다 비주류이며 우상 파괴자이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그런 곳들이다. 하나님을 무슨 조직이나 왕궁에서 찾지 말라. 그분은 그런 것들에 질색하신다. 대신 하나님을 동네의 주변부에서, 하루가 저물 무렵, 당신의 어머니가 알면 기겁할 정도로 중심을 벗어난 모임의 한복판에서 찾으라." (224~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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