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비정규직 문제에 대책을 제시하고 노동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신학적·선교적 성찰을 목적으로 결성된 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남재영 대표)가 계속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김용균 씨는 석탄 운송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청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 씨는 '2인 1조'를 원칙으로 하는 운용·정비 업무에 홀로 투입됐다.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은 단가를 낮게 제시하는 하청 업체에 사업을 맡겼다. 하청 업체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구조가 업무를 2인 1조로 운영하지 못한 원인이었다.

비정규직대책연대는 사회 안전망 구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본의 이윤을 실현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의 환경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이제는 정부가 답해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끝내지 않고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을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서부발전은 고인과 고인의 가족에게 사죄하라 △정부와 기업은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하라 △ 국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고 원청 기업이 책임을 지게 하는 법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멈추어야 합니다.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구의역에서 김 군은 컵라면과 함께 그의 꿈을 담아 놓은 가방을 남긴 채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9·10호 발전기 석탄 운송 설비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어째서 이 같은 참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까? 계속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여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2년 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시민들이 촛불을 밝혀 든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 실현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인 염원이었습니다. 이 같은 염원이 모여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 안전망 구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판박이처럼 닮은 죽음을 계속 목도해야 하는 국민은 절망스럽습니다.

자본의 이윤을 실현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의 환경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지.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답을 해야 할 때입니다. 창조 혁신, 공유 경제, 국민소득 3만 불, 이 모든 것도 말잔치에 불과합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끝내지 않고 기회의 평등이나 과정의 공정함을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질문하게 됩니다.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청년의 죽음을 계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아벨의 피가 외치는 호소를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죄를 심판하셨습니다. '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는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더 이상 또 다른 아벨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정부와 기업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1. 한국서부발전은 뻔뻔하게 개인의 실수 운운할 것이 아니라 고인과 고인의 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

2. 정부와 기업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는 근본 대책으로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하라.

3. 국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고 원청 기업에 분명한 책임을 지우는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라.

2018년 12월 13일
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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